아버지와 다르네.. 김정은에 속타는 정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3일 당 정치국 회의에서 '수해'와 '코로나'를 '두 개의 위기'라고 표현하며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그는 지난 6일 1박 2일 일정으로 수해 현장도 찾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김정은은 이날 회의에서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고 국경을 철통같이 닫아 매라(걸라)"고 했다. 통일부는 최근 대북 수해 지원 분위기를 띄우고 있지만, 정작 북한은 등을 돌리고 문을 굳게 걸어잠그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은 그러면서도 이번 회의에서 김재룡 내각 총리를 전격 해임했다. 경제난 등 각종 위기 상황으로 여론이 악화한 책임을 김재룡에게 떠넘기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김정은의 '외부 지원 거부'는 과거 김정일이 대규모 수해 등 재난 발생 시 우리 정부의 인도적 지원을 받았던 상황과 대비된다. 김정은이 경제난·코로나·수해 등 '삼중고'에도 다른 나라에 손을 벌리지 않겠다고 하면서, 인도적 지원으로 남북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발만 동동 구르는 모양새다.

김정은의 이번 '외부 지원 거부' 입장은 선대(先代)보다 강한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선대처럼 '어렵다고 덜컥 다른 나라에 손을 벌리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작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타협 없는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밝히며 강경 정책을 펴왔다. 그는 작년 말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며 김정일의 대남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전직 안보 부서 간부는 "'30대 젊은 지도자'인 김정은은 하노이 노딜 사태로 국내외적으로 크게 망신을 당한 이후로 외부 세력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김정은과 달리 그의 부친 김정일은 집권 당시 한국과 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도 홍수 등 재난이 발생하면 인명·재산 피해를 인정하고 쌀, 모포,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을 거부하지 않았다. 김정일은 1995년 대홍수로 150억달러의 재산 피해와 52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을 때도 당시 김영삼 정부로부터 쌀 15만t 등 대규모 지원을 받았다. 김정일은 2000년 태풍 등으로 이재민 4만6000여 명이 발생하자 그해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김대중 정부로부터 쌀 30만t, 옥수수 20만t도 받았다. 2010년에도 수해 피해가 커지자 쌀 5000t, 컵라면 300만개, 시멘트 3000t 지원을 이명박 정부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김정은은 수해뿐 아니라 코로나 확산, 그리고 이로 인한 북·중 교역 중단과 경제·식량난 악화로 주민이 어려움을 겪는데도 한국뿐 아니라 유엔 등 국제기구의 지원도 거부하는 상태이다. 김정은이 수해 복구보다 코로나 확산을 더 우려해 외부 지원 차단 지시를 내린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정은은 이날 회의에서 김재룡을 내각 총리직에서 해임하고 김덕훈을 신임 총리로 임명하는 인사도 했다. 위기 국면에서 총리 교체를 통해 분위기를 쇄신하고 식량·경제난 등 국정 운영의 책임을 돌리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은 또 핵무기와 미사일 등 전략 무기 개발을 총괄해온 리병철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앉혔다. 핵·미사일 개발의 주역인 리병철의 상무위 진입은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을 중심으로 계속 국방력을 강화하는 강경 노선의 길을 걸을 것이란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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