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들이 변하면 사회도 변할 겁니다" [차 한잔 나누며]

김유나 2020. 12. 1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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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 인식 개선 활동가 윤민채씨
한부모가정 돕기 유튜브·'카페' 운영
"세상엔 다양한 형태의 가족 존재
지원받는 것보다 자생의 힘 중요
사회 편견 딛고 스스로 이겨내길"
윤민채(26)씨를 설명하는 단어는 다양하다. 20대 여성, 유튜버, 프리랜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엄마, 그리고 미혼모. 한부모가정을 위한 유튜브 채널 ‘한부모성장TV’를 운영 중인 그는 본인을 ‘한부모 인식 개선 활동가’라고 소개한다. 이 말을 들은 사람 대부분은 윤씨가 한부모가정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활동을 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윤씨가 좀 더 관심을 두는 것은 ‘한부모’의 인식 개선이다. “한부모가정에 대한 사회의 편견도 문제지만, 당사자들 스스로 자신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윤씨를 13일 만났다. 

윤씨는 고등학교 3학년때 임신 사실을 알게됐고, 이듬해 홀로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임신 당시 배를 숨기고 공장이나 택배 집하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아이를 낳은 뒤 미혼모시설에도 있었다. 한때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원을 받았고, 생활비가 부족해 굶기도했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 등의 자격증을 땄고,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힘든시기였지만 윤씨는 정부 지원에 의지하려고만 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도 한부모가정의 ‘자립’을 강조한다.

“지원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생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윤씨가 블로그에 ‘한부모지원, 이제 안받아도 괜찮다’는 글을 올린 이유다. 윤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부모가정은 지원해야하지만, 한부모가정이라고해서 ‘불쌍한 가정, 가난한 가정’이라고 보는 시선에 반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부모가정도 각자 상황이 다른데 모두 소외계층처럼 이야기하니 위축되고 무력감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부모가정이 아닌 집에서도 엄마 혼자 아이 데리고 키즈카페 같은 곳에 갈 때도 있잖아요. 그럴때 사실 아무도 신경 안쓰는데 ‘아이랑 둘이 갔다가 사람들이 엄마 혼자 키우는 집 같다고 손가락질하면 어떡하죠’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어요.” 윤씨는 “사회적 편견이 심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일어나지 않은 일을 먼저 걱정하거나 섣부른 걱정을 하며 위축된 사람들이 있다”며 “사회의 편견도 바뀌어야하지만 우리도 변해야한다”고 말했다. 

윤씨는 어디서든 한부모가정이란 점을 숨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오히려 상대방이 당황할 때도 많다. 이렇듯 늘 당당해보이는 윤씨지만, 예전에는 남의 눈치를 보는 성격이었다. 변한 것은 아이를 낳고부터다. 그는 “아이를 혼자 키우겠다고 선택할 때, 아이를 지킬 수 있는건 나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나부터 숨기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안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아이를 낳기로 한 결심은 어렵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낳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키울까를 고민했다”는 윤씨는 “결혼한 부부에게는 하지 않는 질문인데 나는 이런 질문을 많이 들었다”며 웃었다. 미혼모를 보는 시선에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낳은 사람들’이란 편견이 들어있다는 이야기다.

윤씨는 아이에게도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는 “우리집에는 엄마랑 너랑 강아지랑 셋이 살고, 어떤 집은 아빠랑 엄마랑 사는 집도 있고, 어떤 집은 할머니와 사는 집도 있다고 이야기한다”며 “엄마와 둘이 사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아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은 아직 많다. 최근 윤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선생님이 왜 비밀로 해준다고 하지?’란 만화를 그려 올리기도 했다. 아이의 선생님이 ‘한부모인건 저만 알고있을게요. 걱정마세요’라고 했다는 경험이었다. 윤씨는 “상대방은 배려해서 한 말이지만 사실 가장 큰 배려는 다른 가정과 똑같이 대해주는 것”이라며 “한부모가정을 숨겨야하는 것이라고 보지말고 당연한 가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8년 개설한 윤씨의 유튜브에는 ‘아이에게 엄마, 아빠의 부재를 어떻게 이야기하나요’ 등 한부모가정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도 있지만 ‘실로 아이 이 뽑기’ 등 여느 육아가정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콘텐츠도 있다. 사람들이 ‘한부모가정도 우리와 다를 것이 없구나’란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느날 아이 친구가 ‘너는 왜 아빠가 없어?’라고 물어봐서 아이가 ‘나는 원래 없어’라고 했더니 친구가 ‘불쌍해’라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아빠, 엄마로 이뤄진 가족단위를 배우고 그 외 가족은 불쌍한 것,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윤씨는 사회적으로 다양한 가족이 있다는 것을 교육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족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해할 수 없어도 인정을 해주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최근 화제가 됐던 방송인 사유리의 출산에 대해서는 “한부모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반가워했다. 사유리는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자 기증을 받아 홀로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언론에서 사유리를 ‘자발적 비혼모’라고 소개한 점이다. 윤씨는 “자발적이라는 말은 바꿔말하면 다른 비혼모들은 ‘비자발적’이라는 이야기아니냐. 원치 않았는데 낳았다는 프레임”이라며 “이런 점들도 한부모가정에 대한 편견이 반영된 것 같아 아쉽다”고 털어놨다.

윤씨에게 아이는 어떤 의미일까. 윤씨는 아이 낳기 전과 후를 ‘흑과 백’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이를 낳기 전에는 세상이 까만색이었지만 아이를 낳고 밝아졌다. 내 인생을 바꾸게 해준 존재“라며 “아이 덕분에 꿈을 꾸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강사와 상담가 등으로 활동 중인 윤씨는 한부모가정들이 소통하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한부모들의 일자리 창출 사업도 준비 중이다. 앞으로도 한부모들이 자신의 한계를 깰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윤씨는 보다 많은 한부모가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한부모가정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하고싶은 것 다 하세요”다. “스스로 한부모가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사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먼저 변하면 사회도 변할 수 있습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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