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이해하기 쉬운 '가성비' 전기차, 르노 조에



전기차 보급대수가 늘어나며 ‘나도 이참에 전기차 한 번 타볼까’하는 생각을 품고 있다. 고를 수 있는 선택지도 다양하다. 남다른 인기의 테슬라 모델 3부터 400㎞ 이상 달리는 현대 코나 일렉트릭과 쉐보레 볼트EV까지, 구매욕 자극하는 전기차가 많다. 그러나 합리적인 출퇴근용 세컨드 카 개념으로 접근하기엔 이들 모두 부담스럽다. 어차피 혼자 탈 용도라면.

글 강준기 기자
사진 르노, 신동빈



지난해 지프 랭글러 루비콘을 구입했다. 개성 있는 스타일과 강력한 험로주행 성능에 만족하며 타고 있다. 그러나 매일 통근 용도로 운행하다보니, 1L 당 7㎞ 안팎의 ‘사악한’ 연비가 조금 걱정이다. 매달 30만 원 가까이 지출하는 기름 값과 연간 180만 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보면, ‘자동차에 이렇게 많은 돈을 쏟을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루비콘을 팔고 싶은 생각은 없다. 대신 합리적인 가격의 세컨드 카를 구입해 매달 출퇴근 비용을 줄이고, 랭글러는 주말 여가용으로 굴릴까 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고를 수 있는 전기차는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 보조금 혜택을 더해도, 2.5L 엔진 얹은 준대형 세단의 가격과 비슷하니까. 퍼스트 카라면 모를까, 세컨드 카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이런 갈증을 해결할 작고 부담 없는 전기차가 나왔다. 유럽 누적판매 1위의 주역, 르노 조에다. 쉐보레 볼트EV,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보다 한 체급 낮은 B-세그먼트 소형 해치백으로, 올해 상반기(1~6월) 유럽 판매량 역시 테슬라 모델 3를 제치고 1위다. 1인 통근용으로 알맞은 다부진 차체 크기와 309㎞에 달하는 나름 준수한 주행가능 거리가 이룬 결과다.

다람쥐처럼 ‘귀여운’ 스타일



동대문 DDP에 자리한 신차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민트색 컬러로 감싼 조에가 반겼다. 우선 첫인상은 작다.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조에의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090×1,730×1,560㎜. 볼트EV보다 75㎜ 짧고 35㎜ 좁으며 50㎜ 낮다. 출퇴근용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작은 크기가 반갑다. 또한, 조에의 휠베이스는 2,590㎜로 볼트EV와 불과 10㎜ 차이다.




외모는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다. DC콤보와 AC3상 충전규격을 지원하는 포트는 르노 엠블럼 속에 자리했다. 2열 도어 손잡이는 쉐보레 스파크처럼 C필러 안에 감쪽같이 숨었다. 저렴한  소형 해치백이지만, 모든 트림에 LED 퓨어 비전 헤드램프를 갖춰 옹색하지 않다. 그러나 개성 있는 표정과 비교하면 뒷태는 조금 심심하다. ‘반짝이’ LED가 유일한 위안거리다.


*위 영상리뷰로 실내를 더욱 자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처음 탄 차지만 실내는 낯설지 않다. XM3, 캡처 등 최신 소형차와 비슷한 레이아웃을 갖췄다. 플로팅 타입 9.3인치 세로형 모니터를 중심으로 간결하게 구성했다. 그립감 좋은 스티어링 휠과 전자식 기어레버도 포인트. 확실히 볼트EV보다 좌우 너비가 부족한 느낌인데, 혼자 탈 용도로 접근하면 아쉽지 않다. 친환경 소재인 ‘업사이클 패브릭’도 눈에 띈다.

다소 의외인 건 뒷좌석이다. 생각보다 탈만하다.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휠베이스가 넉넉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장점이다. 키 182㎝의 건장한 남자 성인이 앞좌석을 맞추고 2열에 앉으면, 무릎 공간은 주먹 반개 정도 들어간다. 이 정도면 어린 자녀 등하교 용도로도 손색없다. 단, 차체 하부에 자리한 배터리 때문에 바닥이 높아, 앉는 자세가 편하진 않다.

검증 받은 배터리 성능



안팎 디자인 감상을 끝내고 운전대를 잡았다. 조에의 보닛 아래엔 100㎾급 R245 전기 모터와 LG화학이 공급하는 54.5㎾h 리튬 이온 배터리가 자리했다.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25.0㎏‧m를 뿜고, 1회 충전으로 최대 309㎞까지 달린다. e-208을 야심차게 선보인 푸조 입장에선 조금 얄미운 실력이다. 0→시속 50㎞ 가속 성능은 3.6초, 시속 100㎞까진 9.5초다.

물론 나처럼 전기차 구입을 염두에 둔 소비자 중엔 ‘돈을 더 보태 400㎞ 이상 주행거리 갖춘 전기차가 낫지 않냐’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간간이 장거리 여행도 즐기고 싶다면 그게 나은 선택이다. 그러나 욕심을 낮춰 도심 출퇴근 용도로 생각하면 309㎞도 충분하다. 어차피 전기차 오너는 3~4일에 한 번 충전하지 않는다. 매일 저녁, 퇴근 후 충전한다.



조에가 위 체급 전기차보다 우월한 부분도 있다. 저온 주행거리가 대표적이다. 겨울철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은 상온일 때보다 떨어진다. 가령, 414㎞ 달리는 볼트EV도 영하 7도 이하에선 273㎞로 ‘뚝’ 떨어진다. 반면 조에는 성능 하락폭이 현재 국내 시판 중인 전기차 중 가장 적다. 236㎞로, 상온 주행거리 대비 76%다. 참고로 볼트EV는 66%로 추위에 약하다.

시승에 앞서, 이미 조에를 오랜 시간 소유한 유럽 소비자의 평가를 찾아봤다. 이 가운데 배터리 내구성에 관한 공통된 평가가 눈에 띄었다. 가령, 누적 주행거리 36만5,000㎞에 달하는 조에의 배터리 성능을 측정했는데, 신차 때와 비교하면 90% 이상 유지했다. 1년 쓴 내 아이폰보다 성능 하락이 적다. 장기간 운용하고 싶은 소비자라면 주목할 만한 결과다.



보증기간도 넉넉하다. 르노삼성은 8년/16만 ㎞(선도래 기준) 배터리 보증을 내걸었다. 만약 배터리 용량이 70% 이하로 떨어지면 새 배터리로 교체해준다. 또한, 수입 전기차지만 전국 460여 개 르노삼성차 A/S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고, 고전압 배터리 등 전문적인 수리가 필요한 경우에도 전국 125개 르노삼성차 ‘오렌지 레벨’ 서비스망을 이용할 수 있다.

이해하기 쉬운 전기차



이번 시승은 동대문에서 출발해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을 거쳐 돌아오는 도심환경에서 치렀다. 운전을 하며 가장 크게 와 닿는 부분은 ‘파워트레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기차가 생소한 사람도 이질감 없이 몰 수 있다. 테슬라처럼 머리털 쭈뼛 서는 호쾌함은 없지만, 그래서 더욱 부담 없이 다룰 수 있다. 차 성격을 감안하면 가속 성능도 충분하다.

내연기관은 회전수가 무르익을수록 출력을 뽑아낸다. 반면, 전기 모터는 항상 최대토크를 뿜는다. 조에의 최대토크는 25.0㎏‧m로, 2.5L 가솔린 엔진 얹은 준대형 차와 비슷하다. 가속 성능보다 더 돋보이는 부분은 ‘이해하기 쉬운 거동’이다. 말랑말랑한 서스펜션을 품었지만, 차체 밑바닥에 자리한 배터리가 무게중심을 낮춰 기대 이상 ‘끈끈한’ 접지력을 빚어낸다.



다분히 소형차 잘 만드는 프랑스 출신다운 감각이다. 특히 굽잇길에선 기어레버의 ‘B 모드’를 이용하면 좋다. 회생제동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주행모드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별도의 브레이크 조작 없이도 속도를 성큼 낮출 수 있다. 이른바 ‘원 페달 드라이빙’이다. 잘 적응하면 가다 서다 반복하는 도심 정체구간에서 배터리 사용을 최대한 아낄 수 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시트 포지션이 소형 SUV처럼 높다. 별도의 높낮이 조절 레버도 없다. 또한, 운전석 등받이 각도는 다이얼을 돌려 조절해야 하는데, 조작부가 오른쪽 아래 깊숙이 자리했다. 센터콘솔 사이 좁은 틈에 있어, 성인 남성은 손을 집어넣기가 쉽지 않다. 혼자 타는 용도라면 처음 한 번 맞추고 더 이상 조작할 필요 없지만, 만약 부부가 같이 타는 용도라면 등받이 다이얼 조작이 매우 수고스러울 수 있다.



조에는 젠(ZEN), 인텐스 에코(INTENS ECO), 인텐스(INTENS) 등 3가지 트림으로 나눈다. 가격은 3,995만~4,395만 원으로, 국고 보조금 736만 원과 각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2천만 원 중후반대로 구입할 수 있다(서울 2,809만 원/제주 2,759만 원). 과연 유럽 전기차 판매 1위는 까다로운 한국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