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체리 빛 로망, 핫펠트의 빨간 머스탱


저는 장난기가 느껴지는 자동차를 좋아해요

TV로 보는데도 실제로 만난 것 같았다. 애써 힘주지 않은 표정, 대범하고 솔직한 말투, 구체적인 노래 가사, 꾸밈없는 일상을 보고 있으면 핫펠트(HA:TFELT)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 것만 같았다. 그녀는 JYP 엔터테이먼트에서 원더걸스 멤버로 지내는 동안에도 핫펠트라는 이름으로 솔로 활동을 했다. 2017년부터는 핫펠트라는 이름으로만 노래한다. 지난 4월에 정규앨범 ‘1719’을, 9월에는 신곡 ‘라 루나’를 선보였다.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음악에 거침없이 담았다. 아무리 봐도 그녀는 머스탱과 닮았다.


탕탕이(핫펠트가 자신의 무스탕을 부르는 애칭)를 언제 데려오셨어요?

2017년에 데려왔어요. 벌써 3년 전이네요. 그 해에 JYP에서 아메바컬쳐로 둥지를 옮겼죠.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택시 타기가 어렵더라고요. 택시 기사님이 탑승을 거부하시는 걸 몇 번 경험하고서 차를 사야겠다 결심했죠. 시력이 좋지 않아요. 커다란 주차장에서 제 차를 한눈에 찾을 수 있는 차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머스탱의 헤드램프 세 줄 그래픽이 제 눈을 확 사로잡았어요. ‘빨간 오픈카’ 로망도 있었고요. 주변에서 많이 말렸어요.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차더라고요. 아메바컬쳐 식구들은 저에게 잘 어울린다고 응원을 해줬어요. 다이나믹 듀오 개코 오빠가 머스탱 구매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죠.

컨버터블 스포츠카를 3년 정도 타보니까 어때요?

저는 200% 만족해요. 주유비가 아낄 생각은 진작에 포기했고요. 운전을 매일 하진 않아서 큰 부담은 아니에요.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첫차다 보니까, ‘뚜껑 열리는 차’에 로망이 있었어요. 대충 1년에 50번 정도 탑을 열어요. 자주는 아니지만, 그때마다 예쁜 추억이 남더라고요. 운전에 관심 없었는데, 차를 몰고 달리는 것 자체가 즐거워졌어요. 이 차는 움직일 때도 좋지만, 앉아있기만 해도 좋아요. 탑을 열면 새소리, 벌레 소리, 나뭇잎 소리가 가까이 들려요. 창밖으로 손을 뻗어 바람을 만져보곤 해요. 황홀하죠. 겨울에도 가끔 오픈 에어링을 즐겨요. 노천탕에 앉아있는 듯한 기분이 좋거든요.

V8 5.0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 쏟아내는 힘이 장난 아니죠?

그래서 운전할 땐 너무 신나는 노래는 안 들으려고 해요. 일렉트로닉을 들으면 운전이 거칠어져서 위험하겠더라고요. 주로 R&B 들으면서 부드럽게 운전해요. 일정하게 들리는 엔진 사운드가 정말 좋아요. “흐응!” 말이 내는 소리 같죠. 뻥 뚫린 길을 만나면 그 소리가 “한번 달려봐!”라며 저를 부추기는 것 같아요.


편의 기능이나 옵션이 풍부하지 않아서 아쉽지 않아요?

보기보다 오디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요. 스피커 위치를 보면, 베이스‧미들‧트위터를 완전히 분리했죠. 심지어 트위터는 A필러 상단에 위치했고요. 제가 원하는 퀄리티의 음악을 들려줘요. 정말 만족해요. 음악 들으면서 드라이브 즐기라고 만든 차 같아요. 뒷좌석에는 스피커가 양쪽에 하나씩만 있지만요. 이 차는 오디오 시스템 빼곤 편의 기능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것 같긴 해요(웃음). 제가 기계치라서 기능이 많거나 복잡한 것보다 이렇게 단순한 시스템이 편해요. 트렁크 공간은 꽤 넓어요. 큰 캐리어 하나가 충분히 들어가요. 뒷좌석에 누군가를 태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운전석 등받이 각도는 충분히 눕혀져요. 시트가 고정돼 있는 스포츠카도 많잖아요. 타보니까 엄청 답답하던데!

빨간 오픈카! 많은 사람의 로망이죠

로망을 이루며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 로망을 오래 이어가 보고 싶기도 해요. 머스탱 동호회에는 10년 이상 머스탱을 즐기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그중에 하얀 백발의 노인 커플도 보았어요. 정말 멋지더라고요. 꼭 젊은 시절 한때 즐기는 차는 아닌 것 같아요.

머스탱은 오픈카의 아이콘.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차일 거예요.

대리기사님들이 가끔 ‘무스탕이죠?’라고 물어보세요. 머스탱 아니고 무스탕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예전에 신성일 씨가 머스탱을 몰았다는 이야기도 꼭 나오고요. 어떤 기사님은 대리비를 안 받을 테니, 장거리를 이동해야 할 때 자신을 불러 달라고 하셨어요. 고속도로에서 머스탱을 타고 제대로 달려보고 싶으시다고요.


요즘 눈길이 가는 다른 자동차가 있나요?

있어요.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 칸과 로터스 엑시지요. 캘리포니아 와이너리에서 촬영을 한 적이 있어요. 픽업트럭을 타고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죠. 포도밭에 노을이 지는데, 나뭇잎이 반짝반짝 빛났어요. 상상이 가세요? 정말 황홀한 경험이었어요. 그 후로 픽업트럭은 제게 낭만 그 자체가 되었어요. 평소에 서핑을 즐겨요. 렉스턴 스포츠 칸에 서프보드를 싣고 온 서퍼를 본 적이 있어요. 마냥 부럽더라고요. 스포츠카는 로터스 엑시지를 타보고 싶어요. 정말 귀엽게 생겨서 제 마음을 흔들어 놓았어요. 노란색 엑시지를 보고서 언젠가 탕탕이를 노란색으로 물들여보겠다고 다짐했어요. 저는 장난기 많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지난 9월에 발매한 곡 ‘라 루나(La Luna)’ 가사가 자동차 에피소드죠?

맞아요. 차 안에 남녀가 단둘이 남겨졌을 때의 설렘과 긴장감을 담았어요.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그런 분위기 아시죠? 차 안에서 어떤 음악이 흐르냐에 따라, 어떤 멋진 풍경을 감상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하잖아요. 제가 30대 여성이니까, 2030세대 여성이 공감할 이야기를 담았어요.


핫펠트의 삶을 움직이는 엔진은 무엇인가요?

음악 자체예요. 제게 음악은 애증이에요. 마냥 즐겁지만은 않아요. 그러니까 즐거움에 익숙해질 새가 없는 거죠. 지루하지가 않아요. 즐거움과 고통 사이를 끊임없이 오고 가요. 부족한 부분이 계속 보이고 발전하고 싶은 부분이 계속 생기죠. 음악은 헐거나 썩지 않고 평생 남잖아요. 제 인생의 순간순간을 음악으로 남겨두는 거죠. 앞으로도 창의적인 음악을 하고 싶어요. 우리가 쉽게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어요. 음악과 영상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종합예술 형태를 계속 보여드릴 거예요. 무엇이든 쉽게 흥미를 잃는데, 음악만은 흥미를 잃을 새가 없어요. 


김송은 사진 김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