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비누냐 손 소독제냐.. 코로나 예방에 더 효과적인 건?

조회수 2020. 9. 4.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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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씻기만으로 정말 코로나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는 걸까?

세계 곳곳이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그리고 물과 비누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하루에도 여러 번씩 거의 무의식적으로 손을 씻어왔지만, 아마 지난 6개월 만큼 손 씻기가 우리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 적은 없었을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무기들 중에서도 가장 잊고 지나치기 쉬운 것이 바로 '손 씻기'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세계적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된 지난 2월부터 공중 보건 기관들은 앞다퉈 이 새로운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방법에 대한 조언들을 쏟아냈다.

그 중에서도 언론 보도와 공익 광고, 전문가 인터뷰에서 매일 같이 반복된 조언이 바로 '비누와 따뜻한 물로, 최소 20초 이상 손을 씻어라'였다.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손 씻기의 중요성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급증해 정점을 향해 내달리는 지역들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봉쇄령이 내려지는 등 세계가 혼란에 빠지면서 손 씻기를 강조하는 조언들은 점차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히고 있다.

일각에선 마스크를 쓰는 것에 대해 반발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피하기 위한 또 다른 방책인 손 씻기도 사람들의 관심 저편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비누와 물은 바이러스의 유전 입자를 둘러싸고 있는 기름기 많은 지질막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

하지만 손 씻기의 효과 대한 전문가들의 확신은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더 분명해졌다.

미국 노스이스턴 대학교의 토마스 길버트 화학과 화학생물학 부교수는 비누와 따뜻한 물만으로도 코로나바이러스의 화학 구성을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길버트 교수는 "이 바이러스들은 유전 입자를 둘러싸고 있는 세포막을 가지고 있는데, 이 막은 기름기가 많은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질막이라고 불린다"며 "비누와 물은 바로 이런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바이러스를 감싸고 있는 "포장"에 해당하는 부분이 녹아내리면 바이러스 세포가 부서지면서 그 안에 있는 유전인자도 파괴되고 만다.

그는 "아직까지 손 씻기에 드는 시간을 줄일 만한 정보에 대해 듣지 못했다"면서 "손을 적시고 비누로 충분히 거품을 만든 뒤에 20초 정도 손을 구석구석 비비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손을 씻는 것은 비누와 지질막 사이에 화학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준다. 그는 또 따뜻한 물을 사용하면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조금 더 빨리 끝낼 수 있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비누가 꼭 필요하다

손 씻을 때 놓치기 쉬운 부위.

영국 켄트 대학교 마틴 미카엘리스 분자과학 교수는 물을 사용해 손을 씻는 것만으로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요리를 하면서 손에 기름이 묻었을 때 물만으로는 닦아내기가 어려울 때 비누가 필요하다"면서 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바이러스를 둘러싼 "지방질의 막을 벗겨내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데도 비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손 씻기의 중요성은 최근 손 소독제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밀려난 경향이 있다.

길버트 교수는 이에 대해 "자가용 안이나 현관 앞에 손 소독제를 놓아두는 것은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만, 어디까지나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나 비누 또는 물이 없을 때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손 소독제보다는 비누와 물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손을 얼마나 자주 씻는 것이 좋을까?

길버트 교수는 하루 대부분을 집 안에서 지내는 사람의 경우 화장실을 이용한 뒤나 요리 전, 혹은 식사를 하기 전에는 당연히 손을 씻어야 하지만 굳이 그 이상 자주 손을 씻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코로나19를 포함한 전염성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을 돌보는 사람이라면 자주 손을 씻을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인 티 무이 팜이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정 시간 간격을 두고 손을 씻는 것보다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나 바이러스가 묻어있을 수 있는 사물에 접촉한 직후에 손을 씻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항바이러스 청결제 NO! 비누 YES!

몇몇 사람들은 일반 비누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항바이러스 청결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카엘리스 교수는 그러한 기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미카엘리스 교수는 "그런 제품들은 전혀 필요치 않다"며 이러한 제품들의 지나친 사용은 향후에 오히려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만약 향균 성분(바이러스에는 효과가 없다)이 폐수에 많이 들어가게 되면 오히려 박테리아에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비누를 제외한) 다른 살균제들은 결국 더 많은 환경적 문제들과 박테리아 내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많은 곳에서 여전히 손을 씻기 위해 필요한 물을 구하는 건 어렵다

길버트 교수와 미카엘리스 교수 모두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손을 씻는데 사용되는 물이 식수로 사용될 수 있는 정도의 수질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미카엘리스 교수는 "비누 또는 비누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만 있으면 상관없다"며 "마실 수 없는 수질의 물에서 우리가 수영을 할 수는 있는 이유는 피부가 우릴 보호해 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수집된 데이터에 의하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은 2020년 상반기 독감 시즌에도 파급효과를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첫 몇 달간 사람들 간 일상적인 접촉이 급감하면서 독감 감염률과 독감으로 인한 사망률 역시 곤두박질쳤다.

일례로 3월 말에서 8월 사이 남아프리카 국립전염병연구소에 보고되는 독감 환자의 수는 보통 700여 명 정도이지만, 올해는 단 한 명의 환자만 보고됐다.

물론 많은 병원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상당수가 보고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독감 환자 수 감소는 팬데믹이 가져온 다양한 변화들 중 하나다. 손을 더 자주 씻는 것이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뿐 아니라 다른 전염성 질병들까지 막았다는 증거일 수 있다.

미카엘리스 교수는 이를 두고 "앞으로를 위해서 정말 좋은 변화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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