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미·중 군사 충돌 1차 대전 대참사 우려..바이든, 공통 행동 기반 마련해야"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2020. 11. 1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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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블룸버그 통신 홈페이지 캡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미국과 중국의 소통 채널이 약화돼 위기가 급속히 군사적 충돌로 악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세계가 1차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대참사로 밀려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블룸버그 통신이 주최한 포럼 개막을 기념하는 화상 대담 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중국과의 소통 채널을 신속하게 복원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이던 1971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재직하면서 중국을 극비리에 방문해 중국 외교의 물꼬를 텄고 닉슨 대통령의 이듬해 중국 순방을 성사시켰다. 미국과 중국은 이를 발전시켜 1979년 수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어떤 공통의 행동 기반 같은 것이 없으면 세계는 1차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대참사로 밀려들어갈 수 있다”면서 오늘날의 군사적 기술은 그런 위기를 “훨씬 더 통제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지금 갈수록 대결로 흘러가고 있고, 그들은 외교를 대결적 방식으로 수행하고 있다”면서 “위험은 어떤 위기가 수사를 넘어 실질적인 군사적 충돌로 이행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제공격으로 무역전쟁을 벌였고, 코로나19 대응 책임론을 둘러싸고 첨에한 갈등을 빚었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의 기술을 탈취하고 있다면서 지난 7월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시켰고, 중국도 쓰촨성 청두 소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로 맞대응했다. 미국은 중국이 홍콩국가보안법 제정 강행 등 홍콩 자치에 관한 약속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면서 중국과 홍콩의 관련 당국자들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중국의 신장(新疆)웨이우얼 자치구 인권 탄압 관련해서도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군사적적으로도 중국을 겨냥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펼치고 있다.

키신저 전 장관은 “트럼프는 영속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식보다는 좀 더 대립적인 협상 방법을 채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집권 초기 “균형이 잡히지 않은 세계 경제의 진화에 관한 미국인들의 깊은 우려를 강조하는 것이 중요했다”면서 “그렇지만 그 이후 나라면 훨씬 다른 접근법을 선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신저 장관은 미·중의 유대가 부식되면서 ‘신냉전’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미·중이 “어떤 갈등이 있더라도 군사적 충돌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미·중이 “미국 대통령이 신뢰하는 지도자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신뢰하는 중국 지도자가 지명돼 대통령을 대신해 계속해서 연락하도록 하는 제도적인 체계”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키신저 장관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지구적인 대응 필요성은 협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각의 나라가 코로나19에 자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를 하나의 경고로 볼 수 있다면, 장기적인 해법은 지구적 기반 위에 있어야 한다”면서 “교훈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키신저 장관은 미·중 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이 해야할 점을 묻는 질문에 “물론 인권에 관해 차이가 있다”면서 “각자는 서로에게 민감한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문제를 반드시 풀지는 않더라도 향후 진전이 가능할 정도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상원의원과 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수십년 동안 중국과의 외교에 관여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중국의 미국 기술 탈취와 인권 문제 등을 지적하면서 시 주석을 ‘폭력배’라고 부르는 등 중국에 대한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다만 바이든 당선자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예측불허의 방식으로 중국에 대해 강경하게 맞서는 대신 동맹과의 협력 통한 중국 압박을 강조하고 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에 맞서기 위한 ‘민주주의 동맹’을 수립한다는 바이든 당선자의 구상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들은 신념이 허락하거나 명령하는 것은 무엇이든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특정 국가를 겨냥한 동맹은 현명하지 못하며,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동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97세로 미국 외교계의 원로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전쟁이나 독재에 대한 옹호까지도 서슴지 않은 철저한 현실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조언은 결국 미·중은 전쟁을 벌이기에는 둘 다 너무 치명적인 군사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전략적 경쟁을 벌이더라도 최대한 공통의 행위 기반을 찾고 군사적 충돌까지는 가지 않는다는 ‘마지노선’을 설정하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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