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즈데이: 위안부 할머니가 과거로 돌아가 친구들을 구출하는 게임이 나왔다

조회수 2020. 12. 2.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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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는 일본군의 전쟁범죄와 관련된 단서들을 수집해 추리해나가며 친구들을 구한다.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꼭 친구들을 구하고 싶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평화인권운동가였던 고(故) 김복동 할머니는 생전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런 김 할머니의 바람은 2020년 게임이라는 가상현실에서나마 이뤄지게 됐다. 한 게임 스타트업이 제작한 실화 기반의 어드벤처 게임 '웬즈데이'를 통해서다.

웬즈데이는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순이'가 1992년과 1945년을 오가며 그날의 사건이 있기 전 친구들을 구출하는 게임이다. 실존 장소인 인도네시아 암바라와 수용소를 모티프로 한 '사트긴 섬'이라는 가상의 섬에 있는 수용소가 배경이다.

순이는 일본군의 전쟁범죄와 관련된 단서들을 수집해 추리해나가며 친구들을 구한다. 사트긴 섬의 주요 공간과 연합군 포로, 독립 운동가 등 다양한 인물 간 대화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일본군이 은폐하려는 진실들이 밝혀지면서 1992년 현재도 점점 변화한다는 설정이다.

영어로 수요일을 뜻하는 '웬즈데이'는 1992년 1월부터 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에서 따온 이름이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를 세상에 처음 알린 날도 수요일이다.

김복동 할머니 소원이 게임으로

30년 가까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한 김 할머니는 수요집회의 상징이었다. 그런 할머니가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나자, 한 게임 스타트업 대표의 고민도 깊어졌다.

게임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전달하는 '임팩트 게임'을 만들어온 겜브릿지의 도민석 대표는 김 할머니의 말에 착안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로 했다.

"김복동 활동가님이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보고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 같아요. 사실 당시에 저희도 아직 이만한 게임을 만들 능력이 없고, 섣불리 도전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더 늦어지면 안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과감하게 진행을 했죠. 2019년 2월쯤 기획서 초안을 만들게 됐습니다."

이로써 제작 기간 2년, 제작비 7억원이 투입된 3D 게임이 탄생했다. 설립 3년을 막 넘긴 신생 게임 스타트업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기능성 게임 개발 사업을 따내고, 텀블벅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는 등 제작비를 모으는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SiI6ziCm0H4

피해자에서 문제해결 주체로

웬즈데이는 실제 수요집회를 30년 가까이 이끌고, 다양한 인권 운동에 참여해온 위안부 할머니들을 '피해자'로 국한하는 것에서 벗어났다. 동료를 직접 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에 드러내는 주체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다른 작품은 피해자들이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에 중점을 뒀다면, 저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받고 싶어하시는 피해자분들이 아직 살아계시고 아직도 피해 사실을 알리는 활동을 하신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태평양 전쟁 시기 실제 일어났던 역사를 배경으로 하기에 고증 작업도 더 철저히 했다고 한다. 일본군 731부대의 민간인 생체 실험과 난징대학살 등에 대한 역사적 자료, 생환한 위안부 할머니가 당시 친구들의 이름이 적힌 손수건을 간직하고 있었던 사례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게임에 담았다.

등장인물이 간호복을 입고 있는 이미지도 있는데, 이는 일본이 전쟁 말미 위안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여성들을 간호사로 채용한 것으로 꾸몄다는 당시 고증자료와 증언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렇듯 역사적 사실을 주입하기보다는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역사적 진실을 알게 한다는 취지다.

내년 상반기 글로벌 출시 목표

1일 한국에서 먼저 출시된 웬즈데이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영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중국어, 일본어 등 2차 세계 대전 관련 국가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임팩트 게임이 흥행한 사례는 이미 여럿 있었다. 2017년 대만 인디 게임사 레드캔들게임즈가 제작한 '반교(영문명 detention)'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계엄령 치하 대만의 어두운 현대사를 조명한 반교는 게임 흥행뿐 아니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도 제작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역사적인 소재를 '가벼운' 게임으로 풀어낸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도 대표는 놀이에서 시작된 게임 콘텐츠도 영화나 문학처럼 다양한 장르와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게임은 문학이나 영화를 감상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미디어이기도 하죠. 게임 안에서 주인공이 돼서 문제를 해결하고, 주어진 환경을 개선해나가고, 스토리를 확장하는 모험을 경험할 수 있어요. 웬즈데이를 통해 전 세계 많은 청년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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