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싼타페까지 안 가도 괜찮아, 투싼 하이브리드


현대자동차 4세대 투싼을 시승했다. 그 중에서 가장 ‘핫’한 1.6L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실물은 이미지보다 낫고, 거주 및 적재공간은 싼타페 부럽지 않을 만큼 넉넉하다. 특히 연료효율은 우려와 달리 1L 당 20㎞/L 경계를 쉽게 허문다. 기사에 ‘역대급’이란 표현을 즐겨 쓰진 않지만, 이번 모델은 올해 현대‧기아가 출시한 신차 중 ‘으뜸’이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현대자동차, 강준기

눈에 띄게 성장한 골격

먼저 외모 소개부터. 이전과 비교해 한층 불린 덩치가 눈에 띈다. 이젠 준중형 SUV까지 넘보는 ‘동생’들에 치여, 체격을 키운 듯하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630×1,865×1,665㎜. 기존보다 150㎜ 길고 15㎜ 넓으며 20㎜ 높다. 실내 공간 가늠할 휠베이스는 2,755㎜로 85㎜ 더 넉넉할 뿐 아니라 싼타페보다 불과 10㎜ 작다. 요즘말로 ‘폭풍성장’이다.

싼타페와 코나의 표정에 실망했다면, 투싼은 걱정하지 마시라. 얼굴의 핵심은 ‘파마레트릭 쥬얼 패턴 그릴’이다. 헤드램프와 그릴의 경계를 완벽하게 허물었다. 빛 받는 각도에 따라 ‘예쁘게’ 빛나는 그릴 패턴이, 시동을 걸자 양 끝으로 빛을 뿌린다. 신선한 시도다. 과감한 범퍼 굴곡과 보닛 주름도 시선을 끈다. 외장 컬러는 ‘아마존 그레이’가 가장 잘 어울린다.

표정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사이드 캐릭터 라인은 한 술 더 뜬다. 앞바퀴 굴림(FF) 태생이지만, 싼타페보다 오버행이 짧아 역동적이다. 각 바퀴를 감싸는 우람한 펜더와 과감한 면 처리도 포인트. 특히 꽁무니까지 바짝 치켜 올린 윈도우 라인과 독특한 D필러 패널 덕분에, 가만히 서 있어도 속도감이 물씬하다. 하이브리드는 18인치 휠과 235㎜ 타이어를 신는다.

통상 얼굴 디자인에 힘주면, 뒷태는 슬며시 힘을 뺀다. 반면 투싼은 예외다. 꽁무니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송곳니처럼 날카로운 테일램프는 디테일이 넘친다. 그릴 패턴과 같은 조형을 빼곡하게 심었다. 범퍼도 마찬가지. 현대차 엠블럼은 유리 안에 매끈하게 녹였고, 와이퍼는 스포일러 아래 감쪽같이 숨었다. 여러모로 기존 현대 SUV와 비교해 혁신적이다.

군더더기 없는 실내, 예쁘긴 하나…

운전석에 앉으면 ‘뻥 뚫린’ 시야가 좋다. 대시보드를 낮추고, 위쪽을 매끈하게 다진 결과다. 센터페시아를 중심으로 좌우 공간이 도어트림까지 부드럽게 호를 그린다. 우뚝 솟은 센터콘솔과 안락한 시트 덕에 탑승자에게 편안한 느낌을 전한다. 버튼식 기어레버는 부분적으로 무광 은색 패널을 씌워 지문걱정을 조금 덜었다. 계기판과 중앙 모니터는 각각 10.25인치.

사실 앞보다 뒷좌석 변화가 놀랍다. 넉넉한 휠베이스의 혜택을 톡톡히 봤다. 키 182㎝ 기자가 앞좌석을 맞추고 뒤에 앉았을 때, 무릎 여유공간은 주먹 2개 정도. 등받이도 많이 눕는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2열 승객 머리 위치까지 면적을 키워 개방감이 좋다. 이 정도의 거주공간이면, 굳이 웃돈 주고 싼타페 살 이유가 적다. 이전 싼타페(DM)보다도 쾌적하다.


신형 투싼의 트렁크 기본 용량은 VDA 기준으로 622L다. 기존보다 109L 늘었을 뿐 아니라 싼타페(634L)와 큰 차이가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맞수와 비교하면 어떨까? ‘북미 1등’ 토요타 RAV4가 547L, 폭스바겐 티구안 615L, 푸조 3008이 590L다. 현대차가 ‘차박’ 앞세운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큰 차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 정서에 알맞은 변화다.

안팎 디자인만 고친 건 아니다. 밑바탕 삼은 뼈대도 새롭다. 현대자동차가 새롭게 개발한 3세대 플랫폼을 투싼에 녹였다. 기존 골격이 강성은 높되 무게는 양보한 ‘예습 단계’였다면 신형 플랫폼은 경량화까지 신경 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핫스탬핑 적용 부위를 늘리고, 차체 무게중심은 낮춰 핸들링, 고속주행 안정감, 제동성능 등 ‘기본기’를 개선했다.

공인연비 웃도는 실연비

투싼 하이브리드의 보닛은 직렬 4기통 1.6L 가솔린 스마트스트림 터보 엔진을 품었다. 여기에 44.2㎾ 전기 모터와 6단 자동기어, 배터리를 엮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와 같은 시스템 최고출력 230마력을 뿜는다. ‘형님’보다 작고 가벼운 차체에 힘입어 친환경차 세제 혜택도 받는다. 단, 정부공인 복합연비는 1L당 16.2㎞로 엄청난 효율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주행연비는 1L당 20㎞를 가볍게 웃돌았다. 내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쏘나타(DN8) 하이브리드와 비교해도, 의외로 운전자가 체감하는 효율은 큰 차이가 없다. 무엇보다 가속 성능이 한층 호쾌하다. 2.0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을 쓰는 쏘나타와 달리, 1.6L 가솔린 터보 180마력 엔진이 기본인 까닭이다. 엔진의 회전질감도 투싼이 더 매끈하다.

가령,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엔진은 2,500rpm을 넘어가면 디젤 못지않은 ‘툴툴’대는 소음이 실내로 들이친다. 바닥 및 바람소음은 잘 잡았지만, 엔진룸 방음은 기대에 못 미친다. 반면 투싼 하이브리드는 불쾌한 소음을 꼼꼼히 틀어막았다. 저속과 고속 가리지 않고 EV 모드 개입도 적극적이다. 회생제동 장치로 거둬들이는 에너지양이 충분한 점도 한 몫 보탠다.

단, 쏘나타 하이브리드보다 못한 점도 몇몇 찾을 수 있었다. 이중접합 차음유리가 없어 풍절음은 소폭 더 많이 들어온다. 또한, 계기판이 작아 각종 글자가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없는 점도 사뭇 아쉽다. 무엇보다 중앙 디스플레이 위치가 다소 아래에 있어, 운전 중 내비게이션 화면을 보려면 운전자의 시선 이동범위가 커 불편하다.

특히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하드웨어 성능이 쏘나타 하이브리드보다 떨어지는 듯하다. 가령, 타코미터 바늘의 움직임이 투박하다. 또한, 주행모드 변화에 따라 계기판 그래픽을 화려하게 바꾸는 쏘나타와 달리, 투싼은 아래에 ‘ECO’ ‘SPORT’ 등의 글자만 아담하게 띄운다. 장르를 떠나 중형과 준중형의 급 차이를 확실하게 나눈 현대차의 의도가 명백하다.

4세대 신형 투싼. 안팎 디자인뿐 아니라 넉넉한 거주 및 적재공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까지 앞세워 화려하게 거듭났다. 소형과 대형으로 양분화한 근래의 SUV 시장에서 존재감이 줄어들던 준중형 SUV 투싼이, 이젠 라인업 중심으로 당당하게 기지개를 켰다. 부디, 내가 받은 느낌 그대로 초기품질 문제없이 소비자에게 사랑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