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코로나 수능' 하루 앞으로.. 고3들이 말하는 이번 수능

조회수 2020. 12. 2.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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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감염병 속에서 수능 응시생들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학교 자습실 혹은 독서실, 도서관, 스터디카페 등 공부에 집중이 잘 되는 곳을 찾아갔을 텐데, 현재 상황에서는 집에서만 공부해야 하니 스스로 집중하기 어렵고 마음을 다잡느라 힘듭니다."

대전 청란여고 고등학교 3학년생 오연주 양(18)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6일 앞둔 지난달 31일, 답답함과 외로움이라는 감정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속에서 현재 전국 고3 학생들은 수능 일주일 전부터 등교를 중지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있으며 독서실이나 도서관 등도 갈 수 없게 됐다.

연주 양은 "집에서 혼자서만 공부하니 같은 공간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이 없어 심적으로 외롭고 힘들다"고 심정을 밝혔다.

올해 수험생들은 코로나19 발생과 계속되는 감염으로 전례 없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을 보냈다. 숱한 등교 연기를 겪었고, 수능 날짜도 2주 미뤄졌다. 조금 잠잠해지나 했지만, 수능 직전에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라는 국면에 들어서게 됐다.

감염으로 인해 병원과 격리 시설에서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생겼다.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 수험생은 21명, 자가격리 수험생은 144명이다.

수험생도, 가족도 불안 가중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400~500명대에 머물면서 수험생들과 가족들의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감염될 경우 수능에 큰 차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주 양은 "수능 전에는 코로나가 종식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현재 수능을 앞둔 시점에서 다시 대유행해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혹시 모를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가족들은 집에서 각기 다른 색깔의 물컵을 새로 사서 개인 컵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가족 모두가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 등 기본 수칙을 더 철저히 지키고 있다.

진해 고등학교 3학년생 이상원 군(18)도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는 "일단 일절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다"며 "가족들도 음식은 온라인쇼핑몰에서 구매한 재료들로 만들어서 먹고 외식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 조율됐던 등교 일정에 대한 수험생들의 고충도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3 수험생들의 등교는 지난 5월 20일에서야 처음 이뤄졌다. 원래 3월 2일 예정됐던 개학이 신천지·이태원 발 집단감염 등으로 4차례 연기됐다. 늦어진 학사일정 탓에 여름 방학은 2주 정도로 짧아졌다.

이 군은 "고3 생활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는 여름방학 기간이 개학 연기로 인해 극도로 단축돼 공부할 시간이 방해받은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마스크 끼고 집중해야 하는 10시간

코로나 시대, 2021학년도 수능 광경도 예년과 많이 달라진다.

수험생들은 고사장 건물 출입 시 체온을 측정하고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신분을 확인할 때와 점심시간을 빼고는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한다. 학생들은 10시간 가까운 시간을 마스크를 끼고 집중해야 한다.

BBC 코리아가 인터뷰한 학생들은 감염의 공포 속에서 답답함과 싸우며 일생일대의 시험을 쳐야 하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4번 정도 마스크를 끼고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쳐 봤다는 연주 양은 쌀쌀한 날씨에 온풍기까지 트니 마스크가 더 답답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모의고사를 칠 때) 마스크가 불편하다 보니 몇몇 친구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스크를 조금 내렸다가 감독 선생님께 지적받기도 했습니다…. 수능날에는 온풍기를 높은 온도로 튼다고 들었는데, 모의고사 때보다 마스크가 더 불편할까 걱정이 됩니다."

올해 수능 고사실 책상에는 앞은 잘 보이지만 시험지 내용은 비치지 않는 반투명 가림막이 책상에 설치된다. 침방울 등으로 인한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서다.

하지만 수험생들에게는 이런 부분도 부담을 가중하는 요소다. 시험지를 펴고 접는 등 움직임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주 양은 "특히 국어 비문학지문같은 경우는 읽으면서 지문에 표시를 하는데 가림막 때문에 크기가 큰 시험지의 밑부분은 책상에 올라가지 않아 표시할 때 불편할 것 같다"며 "물론 마스크와 가림막 등 모든 수험생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불편함이지만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수능 때와 비슷한 가림막을 설치한 책상에서 모의고사를 쳐 봤다는 상원 군도 "생각보다 많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원래 모의고사 용지가 큰지라 공간이 부족했는데, 가림막이 설치되면서 물리적 공간도 부족해지고 심리적으로도 압박 받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친구들도 저와 비슷한 얘기들을 했고, 몇몇 친구들은 시험을 치다가 가림막이 부러지기도 했습니다."

막상 가림막이 앞에만 설치되기 때문에 바이러스 차단 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수험생들도 많다.

청주 주성고등학교 3학년 김가은 양(18)은 "문제 풀기에는 불편할 거 같다"라며 "(책상) 앞에만 설치할 거면 왜 하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능 끝나도 여전히 '집콕'... 수험생들 암울

수험생들에게 수능은 끝이 아니다. 수능 전후로 치러지는 논술·실기평가 등은 대학에 따라 확진자가 응시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수험생 인터넷카페 '수만휘'의 한 수험생은 "수능 보고 고사장에서 코로나 걸리면 논술을 어떻게 보나"라며 "원서에는 코로나 걸리면 환불 조치라는데 아예 응시 불가능한 것이냐'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수험생은 "미대는 (수능) 다음 날부터 시작"이라며 "최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나 3단계로 격상돼 집합금지 조처가 내려지면 학원도 예외가 없을 텐데 걱정된다"라고 우려했다.

'코로나 시대 수험생'들은 입시가 끝나더라도 예년 수험생들과는 다른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보통 수험 생활이 끝나면 여행을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는 등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하며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했다.

하지만 좀처럼 감염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고, 수능 시험장이 대규모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집콕'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가은 양은 "이대로 수능을 쳐도 마음 편하게 돌아다니지 못할 생각을 하니 화가 난다"라며 "대학교 생활도 생활이지만 원래 수능 끝나면 알바도 하고 놀러 다니기도 할 예정이었는데 계획이 무산될 것이 아쉽다"고 했다.

연주 양도 "수능이 끝나고 갈 여행지 등 많은 계획을 세우고 기대하며 지금까지 공부해왔는데 다 무산돼버린 현 시국이 슬프다"고 답했다.

방역 당국...수능 전날부터 비상근무 체제

한편 교육부·교육청·질병관리청은 수능 전날인 2일부터 24시간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일 "교육부, 각급 교육청, 학교 등에서는 수험생이 안전하게 수능시험을 마칠 수 있도록 꼼꼼하게 현장을 관리하고, 혹시 모를 돌발상황에도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그 어느 해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시험을 준비해 온 수험생 여러분과 이들을 뒷바라지해주신 학부모님, 정말 고생 많으셨다"며 "철저한 방역 속에서 남은 하루를 잘 마무리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험생들이 한데 모여 장시간 시험을 보는 수능이 또 다른 집단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당국이)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장시간 시험을 치르고, 식사 시에는 마스크를 벗기 때문에 실내 전파 개연성은 충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험생들이 수능 이후에도 논술과 면접 등 순차적인 대입 절차도 치러야 하는 만큼, 수능 이후 방역에도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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