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연료탱크에 설탕을 넣으면 엔진이 망가진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 따르면 연료 주입구에 설탕을 넣으면 연료에 설탕이 녹게 되고 시동을 걸 때 엔진이 망가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전설 같은 소문은 과연 진실일까? 미국의 저명한 과학기술 잡지 파퓰러 메카닉스(Popular Mechanics)는 실제로 연료 주입구에 설탕을 부으면 자동차가 망가지는지, 설탕 외에 괴담처럼 내려오는 물을 붓는 경우엔 어떤지 직접 실험해봤다.
1. 소문의 진실은
우선 가솔린에 설탕을 첨가하게 되면 녹지 않고 형태가 유지된다. 독일 보쉬의 무함마드 파투라이(Mohammad Fatouraie)는 “연료탱크의 설탕 때문에 엔진이 손상되거나 파괴되는 것을 본 적이 없으며, 실제로 그럴 법하다는 사례도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2. 이유는
설탕 결정체는 약 200미크론 정도로 크기가 작은 입자다. 하지만 자동차의 연료 시스템에 있는 필터는 그것보다 훨씬 작은 입자들까지도 걸러낸다. 즉 엔진 주입구에 넣은 설탕은 엔진에 들어가기 전에 필터에서 이미 걸러진다는 것이다.
자동차 엔진 주변엔 인라인 연료 필터, 엔진 베이에 있는 고압 연료 펌프 필터, 각 연료 인젝터 입구에 있는 필터 등 다양한 필터가 존재한다. 따라서 연료 인젝터나 개별 필터가 없는 카뷰레터 엔진이라도 다른 필터에서 설탕이 걸러지기 때문에 엔진까지 설탕이 닿을 가능성이 낮다.
파투라이는 “설탕은 휘발유보다 약 두 배 정도 밀도가 높기 때문에 설탕 과립이 필터까지 갈 수조차 없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만약 누군가가 자동차 연료탱크에 설탕을 부은 경우 연료탱크를 확인하면 바닥에 모인 설탕 과립을 볼 수 있다. 물론 연료 주입구에 설탕을 부을 경우 탱크 내 필터를 막아서 연료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필터가 막힌 자동차를 장시간 운행하면 연료펌프가 망가질 가능성이 있다.

보쉬 엔지니어링 책임자인 크리스 루이스(Chris Louis)는 “이런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만약 연료탱크에 설탕이 들어간 것을 알게 된다면 청소를 하고 필터를 교체해 주기만 하면 된다”라고 조언했다.
3. 연료 주입구에 물을 붓게 되면?
설탕 외에 연료 주입구에 넣으면 위험하다고 이야기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물이다. 사람들은 엔진 주입구에 물을 넣는 것이 설탕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엔진은 연소를 위해 연료를 필요로 하고 물은 이를 막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사실이지만, 차량에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기 위해선 보통 사람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파투라이는 “환경 기준 E10이 북미에서 의무화된 이후로는 사실 연료탱크에 넣는 연료 단위마다 물이 들어 있다”라고 말한다. E10이라는 기준은 갤런 당 10%가 에탄올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에탄올은 물을 쉽게 흡수한다. 연료탱크 안에 습기가 가득 찬 공기가 들어오면 연료에 있는 에탄올로 인해 수분을 흡수한다. 따라서 최근 도로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차들은 이미 연료 라인에 물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엔진에 피해를 입힐 정도가 되어선 안 된다. 크리스 루이스는 “엔진 연소나 동력을 낼 수 없는 수준으로 연료가 지나치게 희석되지 않는 한, 연료탱크에 물을 넣더라도 차량이 해를 입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만약 연료 주입구에 물을 넣은 경우 엔진의 연소실에 있는 액체 연료의 일부만 교체하면 된다. 하지만 가연성이 없는 물이 피스톤이 작동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첨가가 된 경우 엔진은 잠김 상태가 돼 버린다. 이런 경우 루이스는 “정상적인 경우엔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엔진이 작동을 멈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