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유럽서 태어났다면 세계가 칭송했을 것"
“전하께서는 요즘 종이에 낙서나 하고 계신다오.” “전략을 세우는 대신 먹물을 손에 묻히고서 뭔가 그림을 그리고 계셨소이다.”

소설 ‘킹 세종 더 그레이트’ 속 영의정 황희와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가 세종이 끼적이던 기묘한 기호들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다. 미국 유명 드라마인 ‘스타트렉’ 작가 조 메노스키가 세종대왕과 한글 창제를 둘러싼 이야기를 역사 판타지로 만들었다. 메노스키가 영어로 쓴 소설은 9일 국내에서 국문판과 영문판이 동시 출간됐다.
메노스키는 20여 년간 TV 시리즈 작가 겸 제작자로 일하며 많은 한국계 미국인 프로듀서를 만났다. 한국 영화·드라마에 관심을 갖고 5년 전 한국을 방문했다가 한글을 접하곤 큰 충격을 받았다. 이메일로 만난 그는 “보통 글자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백 년간의 문화적 진화가 필요한데 한 사람이 몇 년 안에 하나의 ‘알파벳’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면서 “만약 유럽의 어떤 지도자가 백성을 위해 글자를 만들었다면 전 세계가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세종대왕을 영어권 국가에도 알리기 위해 미니시리즈 집필에 나섰다. 역사책과 논문을 보며 15세기 중국·일본·몽골의 동북아 정세 위에 한글 창제 스토리를 펼쳐나갔다. 4시간 분량의 드라마 대본을 써놨다가 한국 출판사의 요청으로 소설책으로 먼저 출간하게 됐다. “동아시아에 관한 역사책은 많았지만 한글 창제 관련 자료는 부족했습니다. 게리 레드야드가 쓴 논문 ’1446년 한국 언어의 개혁'에 한글 창제가 순수하게 세종 개인의 업적이라는 주장이 있었고, 이 자료가 소설의 근간이 됐죠.”
세종의 인간적 면모가 두드러진다. 물시계를 친구 장영실의 분신처럼 여기며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평민 복장을 하고 궁궐을 빠져나가 백성들 사이에서 굿판을 구경한다. 메노스키는 “만백성을 위해 문자를 창제한다는 것은 충격적일 정도로 진보적이고 앞서나간 생각”이라면서 “균형 잡힌 리더십뿐 아니라 백성을 향한 연민까지 지닌 지도자였다”고 세종을 해석했다.
소설 속에서 세종은 비밀리에 티베트 문자, 위구르 문자, 파스파 문자 등을 퍼즐처럼 모아 한글 창제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메노스키는 “세종대왕이 한국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했다”면서 “나는 공상과학과 판타지를 전문으로 하는 작가이니 정사가 아닌 ‘역사 판타지’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어 실력은 초급이지만 “영어 필체보다 한글 필체가 더 좋다”고 자부했다. “현자는 하루아침이면 한글을 배울 수 있고, 현명하지 못한 자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더니 사실이었습니다. 논리적이어서 배우기 쉬웠고, 문자의 모양 또한 굉장히 적기 쉬운 형태였습니다.”
한국의 신화나 전설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서울 시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해태’에 대한 이야기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위압적이고 무섭게도 보이지만, 귀엽기도 해요. 불을 삼킬 수 있고, 건물 주변에서 건물과 사람을 보호한다는 설정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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