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적이었던 1전시관을 둘러본 후 맞은편 2관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있습니다. 바로 박물관 지붕 위에 있는 거대한 비행기들인데요. 진스하임 자동차박물관은 다른 자동차 박물관에서는 볼 수 없는 크고 작은 비행기들이 있죠.

1관 입장 때 사용한 티켓을 이용해 2관에 들어가면 원형 층계를 이용해 지붕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요. 제가 방문한 날은 마침 날씨까지 좋아 박물관 외경과 주변 경치까지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추가 요금을 낼 필요도 없고, 또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기 때문에 웬만하면 다 탑승해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저는 여러 항공기 중 콩코드에 탑승해보기로 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함께 만든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는 1969년 첫 비행에 성공했고, 1976년부터 승객을 싣고 본격적인 운항에 들어가 2003년까지 운용되었습니다. 외관의 날렵함이 실제로 보면 더 멋스럽지만 대신 실내는 좁고 불편했습니다.


이곳에 전시된 콩코드기는 프랑스에서 건너와 2004년 박물관 지붕 위에 설치된 것으로, 이송 과정 자체가 뉴스에 나올 정도로 화제였다고 합니다. 전시된 콩코드 F-BVFB는 총 14,771시간, 5,473번의 비행을 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콩코드기처럼 초음속 여객기였던 투폴레프도 관심 있는 분들은 함께 둘러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비행기 탑승 체험을 끝내고 2전시관 안으로 들어오면 유럽을 대표하는 클래식 자동차들을 말 그대로 ‘원 없이’ 감상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전시된 자동차들이 많은지 1층도 모자라 2층의 좁은 공간까지, 정말 빼곡하게 들어찼습니다. 너무 전시물이 많아서일까요? 일부 전시된 자동차 앞엔 판매 가능하다는 푯말이 세워져 있기도 했습니다.

컬렉션의 다양함은 최고 수준으로, 1898년에 만들어진 푸조 Vis-à-vis, 1970년에 생산된 시트로엥 DS 스페셜부터 옛 부가티 모델들까지, 다양한 프랑스 자동차를 볼 수 있고, 육군 지휘관을 위해 생산되었지만 히틀러를 태우고 퍼레이드에 주로 사용이 된 메르세데스 G4(복원 모델)와 같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자동차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 희귀한 것으로는 롤스로이스 화물차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영국의 한 코치빌더 (차체 디자인과 소규모 주문 생산을 하는 업체)가 롤스로이스 엔진과 섀시를 가져다 의류를 실어 나르는 화물차로 개조를 해 사용했습니다. 1970년대까지 영업 현장에서 뛰었고, 현재도 도로 위를 잘 달릴 수 있는 그런 상태라고 합니다.

또 1894년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외발 오토바이 역시 진스하임 자동차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전시물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만들어진 이 외발 오토바이는 지름이 1.7m에 무게는 150kg에, 엔진은 1실린더 3.5PS짜리가 들어가 있습니다. 오토바이 옆에 있던 자료 영상을 보니 운전하기가 절대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특이한 자동차와 기계류들이 있는 2전시관이지만 역시 차 좋아하는 이들에겐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애스턴마틴, 메르세데스 등에서 만든 스포츠카를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까 합니다. 또 이런 슈퍼카들 옆에는 각종 레이싱용 머신들도 함께 전시돼 있었는데요. 그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푸른 불꽃(Blue Flame)’이라는 이름의 속도경주용 자동차 앞이었습니다.



2전시관 구석에 조심스럽게 모셔져(?) 있는 두 대의 경주용 자동차가 또한 시선을 잡아끕니다. 미국 패커드사의 42리터짜리 순찰용 보트 엔진을 벤틀리 섀시와 결합해 1930년에 만든 패커드 벤틀리 Mavis입니다. 옛날에는 항공기 엔진이나 보트용 엔진이 레이싱용 자동차에 종종 장착되기도 했었고, 이 모델 역시 그런 흐름에서 나온 것이었는데요. 대중에게 공개는 2010년에야 이뤄졌으며, 이후 지금까지 여러 클래식카 행사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또 Mavis 옆에는 2, 30년대 독일에서 가장 성공적인 레이싱카로 이름을 떨친 메르세데스 SSK도 있었습니다. 히틀러가 열렬한 팬을 자처하기도 했던 레이서 루돌프 카라치올라가 천마일 경주로 유명한 이탈리아 공도 내구레이스 밀리밀리아에서 이 모델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죠. 1988년과 1992년에는 클래식카 경주대회로 바뀐 밀리밀리아에 다시 참여해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두 개 전시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탐방을 끝내야 했지만 2019년 여름부터는 새롭게 문을 연 제 3전시관까지 둘러볼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 이곳에서는 ‘알파로메오 신화’이라는 제목으로 개관 오픈 특별 전시가 진행 중인데요. 2021년 1월 초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최신 모델들부터 레이싱카까지 알파로메오의 다양한 모델을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둘러볼 수 있는데, 알파로메오에 대해서는 나중에 알파로메오 박물관 편에서 자세히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2회에 걸쳐 진스하임 기술 & 자동차 박물관을 둘러봤는데요. 개인이 운영하는 박물관으로는 이만한 규모의 박물관을 찾기는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시물의 다양성에도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컬렉션의 가치가 전시 공간의 한계와 어설픈 디스플레이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아우토슈타트나 벤츠 박물관처럼 멋진 드넓은 공간과 멋진 구성으로 이곳을 꾸몄다면 어땠을까요? 단언컨대 세계 최고의 자동차 박물관이 되었을 것입니다. 마치 오래된 창고에 가득 쌓여 있는 물건들처럼 전시품들이 관리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든 개선이 되길 바랍니다.
글/이완(자동차 칼럼니스트)
<진스하임 자동차 박물관 기본 정보>
박물관명 : 진스하임 기술 박물관
브랜드명 :
국가명 : 독일
도시명 : 진스하임
위치 : Eberhard-Layher-Straße 1, 74889 Sinsheim, 독일
건립일 : 1981년
휴관일 : 연중무휴
이용시간 : 월~금(오전 9시~오후 6시), 토,일, 휴일(오전 9시~오후 7시), 크리스마스 이브와 12월 31일은 단축 영업
입장료 : 성인 17유로, 어린이(5세~14세) 13유로
홈페이지 : sinsheim.technik-museum.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