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이혼했다'..팬데믹 때문에 갈라선 연인들

조회수 2020. 12. 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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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령 기간 동안 커플 상담 건수가 급격히 늘었다.
브라질에 사는 리차드와 라파엘라는 봉쇄련 기간중 12년간 결혼생활을 마치고 이혼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팬데믹 이전까지 행복했던 커플들이 이별하고 많은 부부가 이혼하고 있다. 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나온다.

나이지리아에 사는 레니는 봉쇄령 기간 남편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남편에게 "이게 누구냐”고 물었지만, 남편은 되려 “왜 자기 핸드폰을 맘대로 봤냐”고 화를 냈다고 한다.

“남편은 이혼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제가 지금 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지 몰라요. 제가 익명으로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봉쇄령을 비롯해 여러 방역 규제가 강화됐다. 이는 일부 연인 관계와 가족 관계에 큰 무리를 줬다. 아이 돌봄과 가사 노동, 건강 문제, 돈 문제 등 급작스럽게 바뀐 여러 상황에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코로나19가 연인 사이에 미친 영향

봉쇄령 기간 동안 커플 상담 건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베카 펜데리 바움 박사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진 이후 커플 상담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한다.

플로리다에서 심리치료사로 활동하는 마르니 푸어만 박사 또한 봉쇄령 이후 커플 상담 요청이 쇄도했다고 설명한다.

"가장 많이 접했던 문제는 가사 노동 분담으로 발생한 갈등이었습니다. 갑자기 모두가 집에서 일하면서 아이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되니 혼란이 오더라고요.”

브라질 남부 플로리아노폴리스에 사는 리차드 쿠나 슈미트(41)와 라파엘라 카롤리나 페레이라 슈미트(31) 부부. 지난달에 이혼한 둘은 코로나19 봉쇄령이 관계를 악화시켰다고 말한다.

사회 복지사인 라파엘라는 “결혼 생활 12년을 생각하면, 아름다운 기억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봉쇄령 기간 동안 한 집에서 일과 두 아이 육아를 병행하고 남편과 24시간 동안 붙어있다 보니 계속 마찰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 상황을 핑계로 계속 싸우게 되더라고요. 분노와 불화의 순간들이 왔어요. 전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외출 후 돌아왔을 때 샤워를 하는 등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엄격했거든요. 제 남편은 그렇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싸웠나 싶어요.”

둘은 24시간 붙어있으며 육아를 비롯한 모든 일상을 함께 하는게 버거웠다고 고백한다

남편인 리차드도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사사건건 싸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엄격한 봉쇄령 때문에 바람도 쐬지 못하고 집 밖으로 나서지 못했다"면서 “처음에는 이런 엄격함을 받아들이기 싫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함께 겪는 트라우마

지난 4월 영국 자선단체인 ‘릴레이트'(Relate)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25%가 코로나19 봉쇄 정책 때문에 연인 관계에 있어 압박을 더 느낀다고 답했다.

이 단체는 봉쇄령이 “연인 관계를 유지하거나 깨트리는 상황"을 조성했다며, 많은 연인이 전에는 몰랐던 사실에 눈을 뜨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결과 모두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에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8%가 봉쇄령 기간에 관계를 정리했다고 답했지만 43%는 봉쇄령 기간 파트너와 더 가까워졌다고 답했다.

푸어만 박사는 봉쇄령이 관계를 살펴보는 데 있어 돋보기 같은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는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준 것 같아요. 공통으로 느끼는 트라우마랄까요? 코로나19 전에 강했던 커플은 코로나19 사태 때도 강합니다.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 서로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거든요.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는 보통 이전부터 문제가 있었던 커플입니다.”

레니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평소 같으면 자기도 바빠 남편이 왜 갑자기 차가워졌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이 이상하게 행동한다고 느낀 것도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이 늘다보니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에도 이혼을 쉽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레니 부모님은 이혼은 절대 안 된다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남편을 떠나지 말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레니는 “솔직히 내가 남편을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며 “남편이 그 여자를 다시 만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외도한다는 사실을 알아서 한편으론 다행이에요. 저한테 문제가 있어서 남편이 저한테 차갑게 대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게 아니란 걸 알아서 맘이 편해요.”

미국과 영국 이혼 변호사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혼 상담 건수가 많이 증가했다고 말한다. 예로 워싱턴 DC의 한 로펌의 이혼 상담 건수는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70% 증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중국 시안과 다저우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이혼 신청 건수가 늘었다.

하지만 미국 버지니아 대학의 브래드 윌콕스 사회학 교수는 올해 이혼 건수가 증가한 것과 코로나19 사태의 연관성을 성급하게 결론 내려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윌콕스 교수는 "애리조나, 플로리다, 미주리, 로드아일랜드, 오리건 등 5개 주에서 받은 실시간 자료를 보면, 이 중 4개 주에서 이혼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혼이 감소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부부들이 이혼 절차를 밟는 데 예전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이혼율 감소의 이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는 10년 전 경제 불황과 같은 과거 혼란기에 나타났던 추세를 보면 많은 사람들은 일상의 여러 부분이 불안정할 때 영구적인 삶의 변화를 주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주저했다고 분석했다.

"제가 봤을 때 올해는 일단 이혼이 감소하고, 2021년에는 이혼이 조금 늘면서 정상 수치로 돌아올 것 같습니다."

이별의 아픔과 봉쇄의 어려움

최근 헤어지거나 이혼한 사람들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이별의 아픔과 봉쇄령의 어려움 모두를 직면해야 한다.

호주 멜버른에서 활동하는 음악가인 키에론 바얏은 최근 9년 동안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밖에서 정상적인 사교활동이 불가능해지자, 둘은 어느 순간부터 집안에서만 생활하며 지루한 일상을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굉장히 빨리 이 굴레에 빠졌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년에 같이 집을 사자는 얘기를 했었는데, 여자친구는 이제 제 곁에 없어요. 요즘 너무 외로습니다.”

키에론은 여자친구와 헤어진 이후 일과 운동을 부지런히 하며 이별의 아픔을 이겨내보려고 했다. 하지만 멜버른에서 엄격한 봉쇄령이 112일 동안 내려졌고, 그는 정신적으로 이 모든 것을 견뎌내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상황이 어떻게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겠어?’ 싶을 때, 상황이 정말 더 안 좋아졌어요. 결국 저도 무너졌어요. 쓰러질 때까지 아주 펑펑 울었어요.”

브라질에 사는 리처드와 라파엘라는 이혼 후에도 친구로 남기로 했다. 라파엘라는 전에 남편과 살던 집 근처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했다. 두 딸을 같이 키우다 보니 이 둘은 요즘도 매일 본다.

리처드는 “봉쇄령 기간 때 우리 부부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면서 “우린 도망치지 않고 해결책을 함께 찾아보려 했다"고 말했다.

라파엘라 또한 이혼이라는 결론을 원한 것은 아니지만 “남편과 자신 모두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호주에 있는 키에론도 일단 현실을 받아들이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도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그러다 어느 날은 갑자기 정말 힘들고. 그러고 보면 코로나19 사태랑 굉장히 비슷하죠.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계속 반복하니까요. 그래도 계속 희망을 안고 가다 보면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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