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소셜미디어는 정말 공화당을 차별하는 편향적 플랫폼일까?
10월 28일은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에 쉽지 않은 날이 될 것이다.
이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력 남용에 관한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미국 공화당은 이번 청문회를 잔뜩 벼르고 있다.
2주 전, 트위터는 뉴욕포스트가 보도한 바이든 후보 아들이 연루됐다는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링크를 차단했다.
트위터는 이후 링크 차단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공화당에 있어 이 사건은 소셜미디어의 반보수 성향이 여지없이 드러난 결정적 한 방이었다. 이들은 많은 소셜미디어 회사가 위치한 실리콘밸리가 진보 중심적이며 플랫폼 내 콘텐츠 검열을 하는 중재자의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만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이었다면 트위터가 다르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판 이유
보수 진영의 지적은 보통 편향된 콘텐츠 검열을 향한다. 보수 진영 게시물에 대한 검열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정확히 증명하기 어렵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자신들의 데이터나 알고리즘 원리를 모두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공화당은 특정 사건을 지적하여 전반적인 경향을 증명하고자 한다.
한 예로 트위터는 미니애폴리스 시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약탈이 시작되면 군의 총격이 시작된다"는 트윗은 “숨김” 조치했지만, 이스라엘을 향한 무장항쟁을 주장하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의 트윗은 그대로 놔두었다.
공화당은 이를 두고 트위터가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CEO들이 출석한 청문회에서 이러한 예시들은 여러 번 제시됐다.
당시 짐 조던 공화당 의원은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며 “거대 기술기업들은 보수에 반대한다”고 질타했다.
CEO들은 이러한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이후 기업들은 콘텐츠 중재에 있어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행하면서 보통은 언론사가 맡게 되는 직무까지 매일 수행하고 있다.
어떠한 콘텐츠를 내보내야 하는지 검사하는 일이다.
미국 대중의 생각
지난 8월 미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90%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정치 성향을 검열한다고 믿는다. 민주당 지지자의 59% 역시 이에 동의한다.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을까?
공화당은 SNS 알고리즘 자체가 보수적인 콘텐츠를 밀어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페이스북 공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주장이 아니다.
페이스북의 인기 게시물을 모아 보여주는 크라우드탱글에선 우파 논객과 폭스뉴스 등 보수 성향 콘텐츠가 압도적으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폭스 뉴스, 트럼프 대통령, 펜 샤피로, 덴 본기노와 같은 보수 논객이 나오는 콘텐츠가 1위부터 10위까지 독차지할 때도 있다.
팔로워 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3200만명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10배 이상이다.
만약 페이스북이 보수 콘텐츠를 억압하려 한다는 주장이 맞았다면, 잘하고 있지는 않은 모양새다.
그렇다면 진보 콘텐츠를 더 선호한다는 주장도 사실일까?
단순히 비교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시바 바이드하야나썬 버지니아 대학 미디어학 교수는 “보수 대 진보로 나누는 것 자체가 실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편향은 정치성향보단 감정을 끌어내는 콘텐츠에 있다"며 “극단적인 보수 성향" 콘텐츠가 SNS에서 널리 확산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플랫폼 내 구조적 편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멕시코에서는 완전히 다른 콘텐츠가 추천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서 어떤 콘텐츠가 더 엄격히 검열되는지 살펴본다면 왜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보다 더 검열에 민감한지를 알 수 있다.
예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공화당원은 투표가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진보 진영의 민주당원은 소수만이 ‘투표가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페이스북은 투표 조작 주장을 검열한다. 미국 내 선거 시스템에 대한 신의를 갉아먹는 거짓 정보와 싸우고 있다는 명분에서다.
또 다른 이슈 -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ack Live Matter)` 운동을 보자.
마크 저커버그 CEO는 공개적으로 BLM 운동을 지지했다. BLM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워는 약 74만 명이다.
이에 전혀 반대 성향을 가진 또다른 'BLM' 페이지가 등장했다. 점차 확산된 경찰 혐오 내러티브를 저지하려는 '경찰 생명도 소중하다(Blue Lives Matter)는 페이지의 팔로워는 230만명으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페이지 팔로워 수보다 훨씬 많다.
해당 우익 페이지는 BLM의 이름을 차용해 인종 차별을 관용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지만 페이지 설립자 크리스토퍼 베르그는 이를 부인했다.
베르그는 페이스북이 여전히 진보를 편향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편향성을 확인하기 위해선조회수, 구독자 등이 아닌 “수익 신청을 거절하는 등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아야 한다고 BBC에 말했다.
페이스북은 각 페이지의 규칙 위반 사항 등을 검토하고 수익 신청을 거절할 수 있다.
베르그는 이러한 방식이 보수 진영이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받고 있는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 역시 증명하기는 어렵다. 페이스북이 차단 페이지 목록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트위터는 페이스북과 아주 다르다.
이용자 일부만이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활발히 올리기 때문이다.
퓨 리서치 센터는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미국 성인의 70%가 민주당 지지자라고 지난주에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트위터가 대체로 진보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지하지만, 여전히 보수 성향을 억압한다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만 해도 그렇다.
트위터가 바이든 후보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더 많은 제재를 가한 것은 사실이다.
트위터는 최근 트럼프가 "독감이 코로나보다 더 위험하다"고 트윗한 것을 제한했다.
다만 트럼프가 코로나19와 관련해 더 많은 가짜뉴스를 트윗한 것도 사실이다.
코넬 대학의 한 연구는 트럼프가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독보적으로 가짜 뉴스를 많이 퍼트린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트위터의 검열 대상이 되는 것도 놀랍지 않은 이유다.
SNS의 딜레마
이러한 논란들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처음부터 중재 기능을 꺼려했던 이유다. 검열에 대한 기준을 세우기 시작하면, 정치적인 결정까지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공화당 지지 세력은 모든 중재 행위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행정 명령을 내리고 “우리는 몇몇 온라인 플랫폼이 미국 국민의 인터넷상 표현을 선택적으로 고르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다르게 말해 콘텐츠를 중재하려는 어떤 시도도 원론적으로는 반-보수적 행위로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또 행정명령을 통해 의회에 통신품위법(CDA) 법의 230조를 ‘폐지하거나 바꾸라’고 요구했다.
해당 조항은 SNS 기업이 사용자들이 올린 콘텐츠에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조항이다.
결국, 거대 IT 기업이 콘텐츠 ‘개입`에 나설 것이 자명해지면서, 혐오 발언을 포함한 어떠한 금지 사항을 제재하더라도 ‘편향`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편향 지적은 증명이 어려운 만큼, 반증도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현재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마주한 상황이다.
물론 편향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사실을 부인하겠지만, 대다수의 미국인은 그것을 믿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