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회장의 원대한 꿈, 아우토슈타트 박물관 (1)
4개의 거대한 공장 굴뚝, 그리고 그 옆을 지나는 총 길이 325km의 미텔란트 운하. 베를린과 함부르크 사이에 위치한 볼프스부르크는 2000년 전까지는 전형적인 공업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우토슈타트라는 자동차 테마파크가 들어서며 건조했던 도시 풍경은 달라집니다.
고객들이 공장 한쪽 썰렁한 출고장에서 차를 가져가는 게 내심 아쉬웠던 폭스바겐 그룹의 전 회장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한 가지 큰 계획을 세웁니다. 주문한 차의 열쇠를 넘겨받는 순간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것이죠. 우리 돈으로 5천억 원 이상을 쏟아부은 폭스바겐은 2000년 그렇게 바라던 축구장 25배 크기의 자동차 테마파크를 개장합니다.

수백 명의 건축가가 참여한 아우토슈타트는 말 그대로 하나의 작은 도시(슈타트)와 같습니다. 나무와 잔디, 연못 가득한 공원 사이 사이를 누비며 파빌리온으로 불리는 브랜드 전시관을 둘러보다 보면 잘 가꿔진 자연의 도시를 산책하는 느낌을 받게 되죠.

접근성도 좋아서 볼프스부르크 중앙역과는 다리 하나로 바로 이어지는데요. 또한 아우토슈타트 바로 옆에는 2002년에 완공된 축구경기장 폭스바겐 아레나와 패션 아울렛이 나란히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조금만 더 가면 알러라는 이름의 작은 호수가 나오는데 캠핑카를 위한 캠핑장까지 마련돼 있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곳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는 아우토슈타트는 매표소가 있는 콘체른 포럼(그룹 포럼) 건물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피아자(Piazza, 이탈리아어로 광장을 의미) 중앙에 매달려 있는 지름 12m짜리 지구본에 먼저 시선을 뺏기게 되죠. 널따란 실내를 가로지르면 콘체른 벨트(그룹 월드)라 불리는 곳으로 갈 수 있는데 이곳이 바로 콘체른 포럼입니다.

콘체른 포럼은 폭스바겐 그룹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자동차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고, 자신들의 환경 정책을 레벨 그린이라는 공간을 통해 독특한 방식으로 전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부모들이 더 재밌어 하는 어린이용 놀이터 옆에는 직접 피자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12세 이하 어린이만 해당) 이탈리아 레스토랑과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예쁜 기념품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우토슈타트의 규모를 알 수 있는 건 이 콘체른 포럼만이 아닙니다. 테마파크 안에 5성급 호텔이 들어선 것도 이곳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투숙객들은 별도의 출입구를 통해 아우토슈타트 안으로 들어올 수 있죠. 숙박료에 입장료가 포함돼 있어 따로 표를 끊을 필요가 없습니다. 또 주차료 걱정 없이 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워둘 수 있습니다. 체크아웃을 했더라도 호텔 측에 얘기를 하면 아우토슈타트를 둘러볼 동안 마음 편히 차를 맡겨 놓을 수 있습니다.

이곳이 테마파크이기는 하지만 차를 인수하러 온 고객을 먼저 생각한 공간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죠? 주문한 차를 찾으러 온 고객들은 먼저 고객센터로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차를 기다리게 되는데, 궁금한 이들은 바로 옆에 있는 두 개의 자동차 탑(아우토 투름)에서부터 고객센터로 옮겨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아우토슈타트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인 아우토 투름(자동차 탑)은 50m에 육박하는 높이의 원형 건물로 고객에게 인도될 신차 약 400여 대가 잘 보관되어 있습니다. 예약(유료)을 하면 타워 안에 마련된 오픈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가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차만 찾아서 갈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폭스바겐 그룹에 포함된 주요 자동차 브랜드 전시관을 둘러보는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폭스바겐, 아우디, 세아트와 스코다, 람보르기니, 포르쉐, 그리고 부가티 베이론 스페셜 모델이 전시돼 있는 프리미엄 클럽하우스, 여기에 폭스바겐 상용차까지, 총 8개의 파빌리온이 마련돼 있습니다. 벤틀리와 바이크 브랜드 두카티 등이 빠진 게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도 그룹의 다양한 신차와 인기 있는 모델을 둘러보기에 충분했습니다.
먼저 들려볼 것은 폭스바겐 파빌리온인데요. 폭스바겐 그룹이 운영하는 테마파크이니만큼 ‘더 특별하게 꾸며놓지 않았을까’라고 기대했다면 맥이 빠질지도 모릅니다. 신형 모델 중심으로 전시된 모델은 3~4대가 전부일 뿐이고 주로 시청각실에서 영상을 감상하는 데 더 신경을 쓴 눈치였습니다.

아우디 파빌리온은 전시 모델도 가장 많고 아우디의 핫한 모델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간을 잘 구성해놓아 관람객의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여러 모델 중 관람객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전기 SUV e-트론이었는데요. 독일에서 인기가 많다는 것을 이곳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세아트 파빌리온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바르셀로나 전경 이미지로 시작됩니다. 이 브랜드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어디를 대표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는데요. 1950년 바르셀로나 근교에서 스페인 국영 자동차 회사로 출발한 세아트는 1990년 완전히 폭스바겐의 자회사가 됩니다. 운전의 즐거움, 재미에 초점을 맞췄고, 가성비도 좋아 젊은 층에 인기가 높습니다. 아우디 영향을 많이 받아 스타일까지 좋아져서 쑥쑥 성장 중입니다.

1991년부터 폭스바겐 그룹이 지분을 늘려가기 시작해 현재는 완전히 자회사로 편입이 된 체코 브랜드 스코다는 자전거 제조부터 시작된 곳입니다. 그리고 현재 투르 드 프랑스 공식 후원사로 활약할 정도로 여전히 자전거에 애정을 보입니다. 스코다는 실내 구성의 마술사로 불릴만 한데요. 거의 모든 모델이 공간 활용이 뛰어나 실용적인 유럽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스타일보다는 가성비, 실용성으로 승부를 보던 이런 스코다가 요즘엔 멋에도 눈을 뜬 듯하네요.

아우토슈타트에 있는 파빌리온들 중 가장 최근에 지어진 포르쉐 전시관은 주변 풍경과 어울리는 멋진 디자인으로 많은 플래시 세례를 받습니다. 미니멀니즘이 반영된 건축 양식은 그 자체로 충분히 즐길 거리가 되죠.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자신들의 모델 역사를 모형으로 쭉 이어 놓은 것은 하나의 설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이 파빌리온 입구엔 911을 만든 페리 포르쉐(포르쉐 박사의 아들)가 한 말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처음엔 둘러보았다. 하지만 내가 꿈에 그리던 차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난 직접 차를 만들기로 했다."

그밖에 앞서 잠깐 언급했던 프리미엄 전시관에는 번쩍번쩍한 부가티 베이론을 볼 수 있고, 람보르기니 파빌리온의 경우 벽면에 람보르기니 모델 하나를 매달아(?) 놓고 약 6분에 걸쳐 엄청난 엔진음(일종의 음향쇼)을 들려줍니다. 람보르기니 전시관은 매시 정각과 매시 30분마다 입장을 할 수 있으니 시간 계획을 잘 세울 필요가 있는데요. 굳이 기다렸다 입장할 만큼 매력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파빌리온 둘러보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는 분들은 운하 맞은편, 그러니까 중앙역 쪽에 마련된 오프로드 체험 코스에서 폭스바겐 SUV를 타고 험로 체험을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날씨가 좋을 때 콘체른 포럼 앞에 있는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아우토슈타트 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요?

구경거리 많은 이 테마파크에서 개인적으로 특히 마음에 들었던 곳이 있습니다. 입장해서 바로 좌측, 그러니까 공장 굴뚝이 보이는 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이곳이 내륙인지 북부 바닷가인지 착각하게 만드는 곳이 나오는데요. 독일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슈트란트코르브(Strandkorb)에 앉아 모래에 발을 파묻으면 절로 힐링이 될 듯합니다. 오래 앉아 있다고 뭐라 할 사람 없으니 아우토슈타트를 방문하셨을 때 놓치지 말고 마음껏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팁을 하나 더 드리자면 하절기 기준 저녁 8시 이후에는 아우토슈타트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습니다. 파빌리온을 제외하면 어디든 다닐 수 있도록 개방해 놓았죠. 그래서 그런지 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이곳으로 산책을 즐기러 오는 볼프스부르크 주민을 꽤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독일의 긴 여름 저녁,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소개하지 않은 곳이 하나 더 남아 있습니다. 차이트하우스라는 곳인데요. 아우토슈타트가 자동차 박물관 기능을 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곳입니다. 파빌리온은 놓쳐도 이곳만큼은 빼먹어서는 안 된다고 감히 말씀을 드립니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2부에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글/이완(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