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잔뜩 화가 나길 원한다" 서른 살 기자의 바디프로필 프로젝트⑮·끝
●촬영 후 먹을 생각에 산 빵 가격 3만6000원
●물도 끊은 촬영 당일…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인생사진’ 건졌지만 많은 걸 잃어
●‘노력한 만큼 얻는다’ 틀리지 않아
●2030에게는 외모가 아니라 자극이 필요하다
*8월 5일부터 매주 수요일 연재한 이현준 기자의 바디프로필 프로젝트 마지막회입니다.
![11월 12일 촬영한 이현준 기자의 바디프로필. [엔투스튜디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011/18/shindonga/20201118100118189oram.jpg)
바디프로필 촬영을 목전에 둔 기자에게 트레이너가 이렇게 권유했다. '아니, 이 사람이 날 죽이려고 이러나' 하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안 해요. 이제 한계예요. 계속 이렇게 살 순 없어요."
![프로젝트에 앞서 8월 3일 촬영한 이현준 기자의 몸(왼쪽)과 11월 12일 촬영한 몸(오른쪽). 체형이 명확히 변화했다. [지호영 기자, 엔투스튜디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011/18/shindonga/20201118100120464dpoo.jpg)
참아온 식탐은 절정에 달했다. 촬영 당일엔 근육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흡수가 빠른 탄수화물을 섭취해주면 좋다. 그때 먹을 식빵을 구입하고자 11일 한 빵집에 들렀다. 식빵만 사고 나왔으면 됐는데, 촬영이 끝나면 먹을 빵도 미리 사자는 생각에 하나 둘씩 바구니에 담았다. 고르다보니 눈이 뒤집혔다. 계산대에서 받아든 금액은 4만 원. 포인트 할인을 받아 3만6000원에 구입했다. 집까지 들고 오는데 애를 먹을 만큼 빵을 많이 샀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온몸에 힘을 줬다!

오후 2시 30분 헤어 세팅과 메이크업을 진행한 후 촬영에 들어갔다. 준비한 의상을 갖춰 입은 후 스튜디오의 배경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근육이 도드라지도록 온 몸에 힘을 줘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얼굴을 찡그려서는 안 돼 힘이 든다. 3시간 가까이 촬영이 이어졌고 찍은 사진은 1000장에 달한다. 지친 상태에서 긴 시간 포즈를 취하니 기진맥진했다. '이러다 쓰러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상한 말이지만 겉모습이 전부는 아닙니다

두 번째론 활력을 잃었다. 프로젝트 기간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아파 보인다" 같은 말을 많이 들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일을 비롯해 매사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무기력한 나날을 보냈다. 본업에 소홀해지는 것 같아 눈치가 보이고 마음이 불편했다. 세 번째론 외로워졌다. 식단을 지키고자 모임을 피하고 '혼밥'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들과 멀어졌다.
마지막으론 배가 고프고 몸에 힘이 없어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짜증이 늘었다. 별 것도 아닌 일에 벌컥 신경질을 내고 화를 쏟아냈다. 매사에 부정적으로 변했다. 웃고 있는 사람을 보면 '뭐가 좋다고 웃는 거야' 하는 고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가 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스스로가 섬뜩했다. 사진 속의 나는 웃으며 그럴싸해진 겉을 뽐내고 있지만 속은 이렇게 문드러져 있었다.
그래도 왜 하는지 알 것 같다

결과물을 보면서 눈물이 나올 뻔 했다. 단순히 '인생사진'을 건져서가 아니다. '내 노력의 대가'라는 생각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한 때는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고 믿었다. 나이가 들면서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그렇게 믿는 게 마음이 덜 아프다는 걸 서서히 배웠다. 지인 중 한 명은 이걸 '철이 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치솟은 집값에 내 집 마련의 꿈은 멀어졌고 계층 이동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노력해도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먼 미래를 바라보는 게 부질없게 느껴질 때도 많다. 괜히 젊은 세대 사이에 '욜로'(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태도)가 유행하는 게 아니다.
뚜렷한 목표 없이 직장인으로 살면서 하루하루 뱃살만 늘어가는 스스로에 한심함을 느낀 적도 있다. 노력해도 안 되고, 된다 해도 한 만큼 보상이 따르지 않는 세상에서 바디프로필은 정직하다. 음식을 절제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면 그 결과가 고스란히 몸에 나타난다. 잃어버린 열정을 일깨워 '노력한 만큼 얻는다'는 말이 아직 틀리지 않았음을 작게나마 느끼게 해준다. 2030 사이에 바디프로필 열풍이 부는 현상을 단순히 외모지상주의의 산물이라고 볼 순 없는 까닭이다.
굳이 할 필요는 없다. 겉만 그럴싸해서 뭐하겠는가. 단, 삶에 자극이 필요하다면 한 번 쯤 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 '젊은 날의 초상' 하나 정도는 있어도 괜찮지 않은가.
이현준 여성동아 기자 mrfair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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