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봉쇄 기간 성형수술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
화상 회의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아 컴퓨터 화면 속 동료들을 응시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화상 회의에서 끊임없는 방해를 받는다. 동료의 어깨너머로 점심을 만드는 룸메이트나 개 짖는 소리일까? 아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얼굴이다.
영상의 섬네일이 우리 자신을 더 오래 비출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알아차리기 시작한다. 봉쇄 전에도 눈가에 잔주름이 있었던가? 내 코가 갑자기 커진 건가? 눈썹 한 쪽이 다른 쪽보다 올라가 있는 건 아닌가?
몇 달 동안 화상회의를 해 온 사람이 자신의 외모를 더 많이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호주와 미국, 영국, 일본, 한국 등 전 세계 성형외과 의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가 내려진 뒤 성형 수술과 시술 예약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을 일명 '줌 붐(Zoom Boom)'이라고 일컫는다.
영국 정부가 승인한 성형외과 '세이브오브페이스'의 관리자 애쉬튼 콜린스는 "봉쇄 기간의 얼굴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주름살이 너무 많다거나 입술에 뭘 해야겠다거나, 코가 휘어져 있다"는 등의 상담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봉쇄조치가 시작된 3월부터 세이브오프베이스 웹사이트 접속량은 40% 증가했고, 이들은 지역 의사를 찾기 위해 사이트에 등록했다.
얼굴의 이목구비를 세심히 살피게 만든 팬데믹 기간의 영상 통화는 무엇이며 이는 얼마나 합리적인 것일까?
지각 왜곡
의학적 이유가 아닌 미용을 목적으로 외모를 바꾸려는 미용 성형 수술은 보톡스나 피부 필러와 같은 비외과적 시술부터 주름 제거 수술이나 코 성형술과 같은 외과적 수술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미용을 위한 성형에는 돈이 든다. 미국성형외과학회에 따르면, 미국인은 2018년 한 해에 미용 목적의 성형 수술을 위해 166억 달러(약 19조 4300억원) 이상을 썼으며, 주름 제거 수술의 평균 비용은 약 8000달러에 달했다.
따라서 코로나19가 닥쳤을 때 일부 성형외과 의사들은 가계 소득은 줄어들고 환자는 의사를 만날 수 없는 봉쇄 조치가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크게 불안해했다.
하지만 영국 미의학 성형외과 협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의사들에게 들어온 화상 상담 요청이 최대 70% 증가했다. 미국성형외과학회의 최근 조사에서도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64%의 의사들이 화상 상담이 늘어났다고 응답했다.
가장 수요가 높은 치료는 주사 시술이었고, 유방 확대술이나 지방 흡입술과 같은 수술이 뒤를 이었다. 영국 성형외과 의사들에 따르면 '줌 붐'이 보톡스나 필러, 피부 재생과 같은 비외과적 시술의 수요를 높이고 있다.
또 컴퓨터의 카메라가 얼굴과 목선 등의 신체 부위를 집중적으로 보여줌에 따라 목주름 개선 시술이나 턱 윤곽술 등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미용을 위한 성형 시술을 찾는 비율은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더 높지만, 줌 붐은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런던 메디 스파 클리닉의 성형외과 의사인 무니르 솜지 박사는 영상 회의에서 자신의 머리를 계속 봐야 했던 남성들의 모발 이식 요청이 증가했다고 말한다.
또 그는 "조명이 밝은 방에서 줌 영상을 통해 머리카락을 보면 모발이 훨씬 더 얇아 보인다"면서 "남성이 봉쇄 기간 동안 머리카락을 자르지 못한 경우, 긴 머리카락은 더욱 얇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영국 심리 학회 심리학자 질 오웬 박사는 "컴퓨터 화면을 통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이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웬 박사는 "많은 장치에서 카메라의 각도나 조명, 제한사항 등에 의해 얼굴이 왜곡될 수 있다"면서 "이로 인해 영상 통화에서 보이는 얼굴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으며 거울을 통해 보는 것과는 매우 다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오웬 박사는 "우리가 자신의 모습에 집착하면 지각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각 왜곡 현상이란 우리가 결함에 관심을 기울이고, 여기에 불균형적으로 집중하게 될 때 발생한다. 오웬 박사는 "스마트폰과 같은 장치의 경우, 이를 어떻게 잡고 있느냐에 따라 다양한 각도가 발생하고, 이는 신체 이미지를 더욱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화면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반복해서 바라보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체 이미지와 인식된 결함에 집착하도록 만든다. 이는 수년 동안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봐야 하는 배우들이나, 비현실적인 미의 기준에 부합해야 하는 이들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와 셀카 문화가 유행하는 오늘날 신체 이미지에 대한 왜곡은 비단 연예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예를 들어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해 전송하는 서비스인 스냅챗을 통해서도 성형 수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몇 년 간 이뤄진 연구들에 따르면, 셀카 촬영과 소셜 미디어 속 신체 왜곡, 부정적 자존감 및 자아상이 서로 연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줌 붐은 이런 식으로 수년간 발생하고 있는 트렌드 중 하나일 뿐이다.
세이브 페이스의 콜린은 "근본적으로 이는 같은 현상"이라고 말한다.
콜린은 "예전엔 셀카를 찍는 등 사진에 집중돼 있었다면, 지금은 화상 전화 등을 통한 영상에 더욱 집중돼 있다"면서 "만약 스스로를 특정한 방식으로 계속해서 바라본다면, 결국 자신을 면밀히 조사하면서 특정 부분에 집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성형 및 재건 외과 전문의 고든 리는 "줌으로 영상 통화를 하면 몇 시간 동안 특정 각도에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다른 사람의 얼굴을 계속 비교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고든 리는 "연예인들은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보여야 하지만, 지금은 줌 붐을 겪고 있는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봉쇄 조치'라는 불안정한 상황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라는 특수한 환경도 성형 수술 수요를 증가시키는 데 기여한다. 예를 들어 봉쇄 조치는 성형과 관련된 시술을 고려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더 많이 생각할 시간과 치료 검색 시간을 허용했다.
봉쇄 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는 수술 후 회복되는 동안 집에 머무를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사용해 얼굴을 숨길 수도 있다. 일부 사람들은 다시 봉쇄가 될 경우를 대비해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엔 추가적으로 심리적 요소들도 존재한다.
오웬 박사는 "화상 통화가 다른 형태의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자극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화상 통화에 따른 부정적 생각은 바쁘고 활동적인 삶에서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오웬 박사는 또 일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기분 저하나 부정적 생각 증가, 부정적 자기 평가 등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런던의 치료사 조디 카리스는 사람들이 자격을 갖춘 치료사와의 상담을 의뢰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 정신 건강 서비스, '셀프 스페이스'를 창립했다.
카리스는 자기 이미지에 대한 문제를 갖고 있으며 성형을 고려하고 있는 고객과 상담을 할 때, 더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그들의 삶에 다른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묻는다고 말한다.
카리스는 "사람들이 마주하는 봉쇄 기간의 고통과 불행이 궁금하다"면서 "이런 경험들이 사람들에게 불안함을 주게 되고, 이로 인해 다른 쪽에서 나오는 증상성 행동을 볼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고 이야기한다.
카리스는 "이전에 통제할 수 있다고 느꼈던 것들이 갑자기 통제 불능으로 느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과거에 일종의 방어 기제로 사용했을 수도 있는 다른 노이로제들이 표면 위로 올라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줌은 끝날까?
비록 코로나19가 끝나면 줌 유행 현상이 끝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성형 수술의 매력은 여전히 존재한다.
스탠퍼드의 외과 전문의 리는 "성형 수술이 우리 문화의 한 영역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리는 "아름다움에 대한 개념이 굉장히 외과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사람들이 성형 수술을 한 텔레비전 속 연예인들이나 소셜 미디어의 유명인들을 동경한다"면서 "잡지 속의 모델들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사람들은 그들을 바라보고 동경하며, 부러워하고, 그들과 같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이 현상은 줌에서도 동일한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