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국 외교관, 중국의 스파이였나..벨기에 정보기관 수사 착수
벨기에 브뤼셀에서 민간 싱크탱크를 운영하는 전직 영국 외교관이 중국의 스파이로 활동한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 파장을 가져오고 있다.
17일(현지 시각) 일간 라브니르 등 벨기에 언론은 브뤼셀에서 EU아시아센터라는 싱크탱크를 운영하는 영국인 프레이저 캐머런에 대해 벨기에 검찰과 정보기관이 스파이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머런은 브뤼셀에 상주하는 2명의 중국인 기자와 수시로 만나 EU와 관련한 고급 정보를 수천유로의 돈을 받고 넘겨준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캐머런이 접촉한 중국인 기자들은 순수한 언론인이 아니라 중국 정보기관과 군을 위해서도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보도했다.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는 세계 각국을 위해 활동하는 로비스트들이 첩보전을 벌인다. EU 27개 회원국 전체에 적용되는 기업 규제나 불공정 거래 행위 조사를 둘러싼 정보를 얻으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곳이다. 브뤼셀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를 기웃거리며 군사 정보를 얻으려는 이들도 활동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근년에 브뤼셀에서 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영국 국적인 캐머런은 외교관 신분으로 EU 집행위원회에서 근무한 뒤 2005년 퇴직해 브뤼셀에 정착했다. EU아시아센터를 중심으로 유럽과 아시아 관계를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EU 시절부터 캐머런은 친중(親中) 성향이 뚜렷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캐머런은 EU아시아센터를 운영하면서 중국 정부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캐머런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벨기에 언론에 이메일을 보내 “EU에서 퇴직한 지 15년이 됐기 때문에 민감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한다”며 “나에게 뒤집어씌운 혐의는 터무니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EU아시아센터 운영에 중국계 자금을 지원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순수한 기부금일뿐이며 EU아시아센터는 중국에 비판적인 활동도 많이 했다”고 했다.

벨기에 형법에는 간첩죄가 없다. 따라서 스파이를 적발하더라도 횡령, 금품 제공 등 다른 혐의로 기소해왔다. 그래서 캐머런에 대한 수사도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벨기에 법무부와 검찰은 브뤼셀에서 활동하는 로비스트들의 불법 행위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며 간첩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캐머런에 대한 수사는 EU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놓고 영국과 관계가 악화된 시점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EU와 중국의 관계도 최근 불편한 상황이다. 지난 14일 열린 시진핑 주석과 EU 지도부의 화상 정상회의에서 홍콩과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를 이야기하다 양측이 얼굴을 붉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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