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센 보고서: 푸틴 측근, 미국 제재에도 영국서 '돈세탁'

조회수 2020. 9. 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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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유출된 핀센 보고서는 주요 은행들이 전 세계 검은돈에 얼마나 눈감아 왔는지는 알려주는 비밀문서다.
러시아 갑부 아르카디 로텐베르크는 어린 시절부터 푸틴 대통령과 아는 사이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돈세탁을 하고 제재를 피하고자 런던 바클리즈 은행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문서들이 유출됐다. 러시아 갑부 아르카디 로텐베르크는 어린 시절부터 푸틴 대통령과 아는 사이다.

2014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로텐베르크를 금융제재 명단에 올렸다. 그와 거래를 하면 서구권 은행들이 악영향을 입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와 관련해 바클리즈는 관련 거래가 모든 법적, 규제 조건에 부합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에 유출된 핀센 보고서의 '의심활동보고서(SARs)'에는 로텐베르크가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회사들이 어떻게 비밀 계좌를 유지했는지 정황이 나타나 있다.

푸틴 측근

앞서 2014년 3월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에 반발해 이와 관련된 러시아 인사들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돌입했다.

여기에는 로텐베르크(68)와 동생 보리스(63) 등 '러시아 지도부 내부 구성원'도 포함됐다. 이 둘은 어렸을 때 푸틴과 같은 유도장에서 훈련을 했다.

유도복을 입고 있는 아르카디 로텐베르크와 블라디미르 푸틴

최근 몇 년 동안, 로텐베르크 소유 회사들은 러시아 정부와 수주한 계약을 통해 도로, 가스관, 발전소를 건설했다.

미 재무부는 이들 형제가 "푸틴이 특히 아끼는 프로젝트에 지원했다"면서 "푸틴이 이들에게 준 가즈프롬(러시아 국영 가스기업)과 소치 동계올림픽의 계약으로 수십억 달러를 벌었다"고 밝혔다.

2018년 미국은 로텐베르크의 아들 이고르를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서구 전체 금융 시스템에서 제재 명단에 오른 사람들을 차단할 목적이었다.

그러나 로텐베르크가는 영국과 미국을 통해 현금을 계속 이동시킨 것으로 보인다.

예술품 및 돈세탁

2008년 바클리즈는 어드밴티지 얼라이언스(Advantage Alliance)라는 회사의 계좌를 개설했다.

유출된 문서에 따르면 2012년~2016년 6천만 파운드 규모의 거래내역이 그 회사 계좌를 통해 이뤄졌다. 많은 거래가 로텐베르크 형제가 제재를 받은 이후에 이뤄졌다.

올해 7월, 미국 상원은 로텐베르크가 제재를 피하려고 값비싼 미술품을 비밀리에 구입했다며 비난했다. 이곳에 연루된 회사 중에는 어드밴티지 얼라이언스도 있었다.

미국 수사관들은 로텐베르크가 어드밴티지 얼라이언스의 소유주라는 강력한 증거가 있으며, 그 회사가 수백만 달러 상당의 예술품을 사려고 런던에 있는 바클리즈 계좌를 사용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비밀, 익명, 규제 부족인 상황이 어떤 방식으로 돈세탁과 제재 회피가 만연한 환경을 조성하는지"에 주목했다. 또한, 미국 및 영국 경매사들은 이 미술품 구매자들에게 "기본적인 질문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아르카디 로텐베르크는 750만 달러를 써서 르네 마그리트의 '라 푸아트린(La Poitrine)'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6월 17일에는 아르카디와 연계된 회사 하나가 모스크바에서 런던에 있는 어드밴티지 얼라이언스사의 바클리즈 계좌로 현금을 보냈다. 다음날 바클리즈 은행은 뉴욕 판매업자에게 받은 현금을 송금했다.

닫힌 계좌

바클리즈는 2016년 4월 로텐베르크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 여러개에 관해 내사에 착수했다.

아르카디 로텐베르크 관련 의심활동보고서

그로부터 6개월 후, 은행은 어드밴티지의 계좌가 미심쩍은 자금 운반에 이용되고 있다고 판단, 계좌를 폐쇄했다.

그러나 이번에 유출된 SARs에 따르면, 로텐베르크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다른 바클리즈 계좌가 2017년까지 계속 열려있었다. 이와 연계된 회사는 아일톤 디벨롭먼트 리미티드(ADL)이다.

핀센 보고서는 바클리즈가 이 회사 활동을 의심했고, "(아카디) 로텐베르크가 아일톤의 실제 소유주"라고 결론을 내렸다.

Barclays bank building in London

바클리즈는 로텐베르크 가족이 소유한 계좌가 몇 개인지를 묻는 BBC 파노라마의 질문에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바클리즈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 제재와 관련된 모든 법적 규제 의무를 준수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의심활동보고서 작성 자체가 그 자체로 실질적 위법행위를 발견했다는 증거가 아니며, 우리는 객관적인 조사와 분석, 의심과 무고함 사이의 균형 등을 감안해 고객관계를 종료할 뿐이다"라며 로텐베르크 관련 언급을 피했다.

FinCEN Files strap

이번에 유출된 핀센 보고서는 주요 은행들이 전 세계 검은돈에 얼마나 눈감아 왔는지는 알려주는 비밀문서다. 이를 통해 런던에 얼마나 러시아발 현금이 넘쳐나는지와 더불어 영국 금융 시스템의 취약점이 드러났다.

버즈피드 뉴스가 입수한 이 자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전 세계 400명의 기자에게 공유됐다. BBC의 경우 파노라마 팀이 대표해 핀센 보고서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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