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은 옷 때문에 왜 벌금을 물어야 하나요?'

조회수 2020. 9. 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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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짧은 치마를 금지하지 않아도 문화 전통의 위상을 높일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Cambodian models pose in shorts and t-shirts.

18세의 몰리카 탠은 캄보디아 정부가 노출이 있는 옷을 입은 여성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법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을 시작했다.

이번에 발의된 공공질서 법안에는 여성이 “너무 짧거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것과 남성이 상의를 탈의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 법의 취지는 문화 전통과 사회적 존엄성을 보존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따르고 있다.

몰리카는 해당 법안이 여성에 대한 공격이라고 느낀다.

그는 “젊은 캄보디아인으로서 내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나갔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고 싶다"며 “내가 입는 옷으로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고, 이 부분에 있어 정부의 제한을 받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여성들의 짧은 치마를 금지하지 않아도 문화 전통의 위상을 높일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몰리카가 지난달 올린 청원에는 2만1000명 이상의 서명이 달렸다.

몰리카는 '왜 내가 입는 옷이 벌금사유가 되는가?' 묻는다

이 일로 많은 여성이 SNS에 “이 일로 벌금을 물을까?”라고 물으며 자신의 사진과 함께 “#나의몸나의선택(mybodymychoice)라는 해시태그를 올리고 있다.

몰리카는 “우리는 항상 남성들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아왔다”며 이런 태도는 전통적으로 여자는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관념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최근 몇 년간, 캄보디아 정부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무대 의상을 입은 가수와 배우들의 공연을 금지하는 등 노출이 있는 옷을 입은 여성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지난 4월에는 쇼핑몰을 운영하는 한 여성이 “도발적"인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음란물 및 노출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훈센 총리는 여성이 SNS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는 것은 “우리 전통과 문화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이런 행동이 성적 학대와 여성에 대한 성적 학대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아일림은 청원을 보고 자신도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결심했다

18세 아일린 임도 이번 캠페인에 동참했다. 캄보디아의 피해자를 비난하는 문화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다.

그는 “만약 이 법안이 통과하면 성희롱이 가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인식이 더 강해지고, 앞으로 이들이 더 쉽게 빠져나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캄보디아에서 전 항상 저녁 8시 전에는 집에 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살을 보이면 안 된다는 주의를 받으며 자랐습니다.”

지금까지 온라인에서 가장 화제가 된 부분은 의류 관련 규정이다. 하지만 활동가들은 해당 법안의 다른 부분들도 우려스럽다고 말한다.

이 법안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경우 “공공장소에서 자유롭게” 걷는 행위 금지, “모든 형태의 구걸 행위” 금지, 평화 집회를 위한 “공공장소 공간 사용” 금지 조항 등도 담겼다.

캄보디아 인권 센터의 책임자인 차크 솝히프는 이 법이 통과되면 사회의 가장 취약한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 법이 “빈곤과 사회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법안은 정부 부처와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내년부터 시행될 수 있다.

캄보디아 우크 킴렉 내무부 장관은 BBC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며 해당 법안은 “초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솝히프는 대중이 반대 목소리를 지속해서 내지 않는 이상 철저한 검토 절차 없이 법이 통과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캄보디아에서는 종종 입법 과정이 서둘러서 진행됩니다. 중간에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 없이 말이죠.”

숍히브는 '옷에 제한을 두는 것은 시민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몰리카는 그의 청원을 통해 정부가 변화를 긍정적으로 봐주길 희망한다며 “우리가 얼마나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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