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나 손잡은 LG '빅픽처'.."배터리부터 모터까지" 전기車 시너지 노린다

박진우 기자 2020. 12. 2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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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BMW 등 위탁 생산 마그나,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TSMC’
LG, 모터·공조·디스플레이·배터리·통신·충전 등 전기차 수직계열화 구축
LG-마그나 동맹, 애플 전기차 위탁생산?… 전문가 "가능성 있어"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의 기업 모토다. TSMC는 고객의 설계대로 반도체를 만드는 외주 펩(공장) 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는 전략으로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가 칩 설계부터 완제품 생산·판매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업체(IDM)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마그나 오스트리아 공장에서 위탁생산되는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자동차 업계에선 마그나 인터내셔널이 비슷한 철학을 갖고 있다. 보쉬, 콘티넨탈에 이어 세계 3위의 자동차 종합 부품 회사인 마그나는 엔진과 트랜스미션(변속기), 시트 등 차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부품을 만든다. 생산 품목을 모두 모으면 완성차 1대가 된다는 업계의 우스갯소리는 그만큼 마그나의 제품이 다양하고, 기술력이나 품질이 높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 모든 車 부품 만드는 마그나와 LG그룹 전기차 역량의 결합

마그나는 절대 자체 완성차를 만들어 팔지 않는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 그렇게 되면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르쉐, 폭스바겐, 페라리, 미니, 재규어, 도요타, 인피니티, GM, 푸조, 현대차 등 기존 고객사와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그나는 이들 브랜드의 일부 차량을 오스트리아 공장 등에서 위탁해 생산하는데, 이 공장에서 벤츠 250만대가 만들어졌다. 파운드리에서의 TSMC 전략이 마그나에도 통용되는 것이다.

그런 마그나와 LG전자가 손을 잡았다. LG전자는 23일 마그나와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새 합작법인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모터, 인버터 등 구동시스템을 담당한다. 합작법인의 이름은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LG Magna e-Powertrain Co.,Ltd·가칭)으로, 본사는 LG전자 VS 사업본부 공장이 위치한 인천 서구에 자리한다.

앞서 지난 2013년 LG그룹은 가전 등에서 쌓은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기차 파워트레인과 자동차 전장 분야를 전담하는 VC(Vehicle Components) 사업본부(현 VS 사업본부)를 LG전자 내에 공식 출범했다. 가전 기업으로 명성을 쌓은 LG전자가 자동차 부품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당시 업계에서는 대단한 도전으로 받아 들여졌다.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이미 갖춰진 서플라이어 체인(공급망)을 후발주자가 뚫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수년간 적자도 쌓이는 등 고전했지만,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자동차 내 전장 사용 비중이 늘어나고,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LG가 가진 여러 장점이 인정을 받은 것이다. GM 대표 전기차 쉐보레 볼트의 경우 전체 부품의 87%를 LG에 맡기고 있다.

LG전자와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회사가 내년 7월 출범한다./ LG전자 제공

LG는 그룹 계열사 상당수가 자동차 분야에서 협력과 수직계열화를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배터리는 LG화학(051910)에서 물적분할되는 LG에너지솔루션, 통신 부품 등은 LG이노텍(011070), 자동차용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034220), 내외장재는 LG하우시스(108670), 전기차 충전인프라는 LG CNS가 담당하는 식이다. 자율주행 등에 필수적인 통신회사인 LG유플러스(032640)도 갖고 있다.

◇ 전기차 시장 두드리는 IT기업…구광모 회장이 그리는 사업재편 밑그림?

때문에 업계는 이번 동맹을 단순한 파워트레인(동력계) 협력으로만 보고 있지 않다. 그보다 더 큰 그림에서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아무리 개별 기술력이 높아도 후발주자가 기존의 서플라이어 체인을 뚫기는 십수년 이상의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고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이번 합작은 마그나의 네트워크에 LG그룹 전체의 전기차 제작 영향이 합쳐지는 시너지까지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일련의 과정은 그룹 내 각 사업의 역할을 명확히해 전체의 시너지를 노리는 구광모식 사업 재편과도 일맥상통한다. 구 회장은 취임 후인 지난 2018년 오스트리아 자동차 램프 회사 ZKW를 인수했고, LG화학 배터리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사해 자동차 배터리에 힘을 실었다. 이번 LG전자와 마그나와의 합작 법인으로 구 회장이 각별히 관심을 갖고 챙기는 자동차 전장 분야의 밑그림이 완성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보다 구광모 회장의 더 큰 노림수는 전기차 위탁 생산의 고리에 LG가 편입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펩리스 회사가 반도체 생산을 파운드리에 맡기는 것처럼, 전기차 제조 기반이 없는 IT기업이 마그나에 전기차를 위탁 생산하게 될 경우 LG는 전기차 통합 솔루션을 공급하는 식이다. 제조보다는 기술 개발 회사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재규어가 전기차 I-페이스의 부품 상당수를 LG에서 납품받아, 마그나 공장에 생산을 위탁하고 있다.

애플카 콘셉트 이미지.

◇애플에 전기차 모듈 공급하나…시장은 ‘환호’

최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자율주행 전기차를 2024년쯤 선보일 예정이다. 애플 전기차의 위탁 생산 후보로는 현재 마그나가 언급되는 중이다. 이에 따라 LG마그나가 애플카에 전기차 모듈을 공급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시장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LG그룹 계열사 주가는 마그나와의 합작 법인 신설 발표 후 상승곡선을 그렸다. LG전자는 23일 기준 전날 대비 29.61% 상승한 11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상승에 힘입어 이날 LG전자의 시가총액은 전날보다 약 4조5000억원 늘어난 19조5559억원을 기록했다. 시총순위는 24위에서 8계단 상승, 엔씨소프트, 한전 등을 제쳤다.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도 각각 12.8%, 6.41% 상승했다.

한 자동차 산업 관계자는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는 생산 설비에 큰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IT 기업들이 자동차 분야에 진출하려면 상당한 결심이 필요한데, 그 테슬라도 안정적인 생산 설비를 구축하기까지 15년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했다"며 "그런 시간을 절약해 주는 것은 위탁 생산으로, 애플 역시 전기차를 마그나 등에 위탁 생산할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LG의 노림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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