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 데이비슨, 1903년 모터사이클 재현한 전동 자전거 공개


할리 데이비슨에게는 확고한 이미지가 있다. 강하고 거칠며 고동치는 엔진의 사운드. 거기에 지극히 미국적이고, 대륙적 기상을 표현한 거대한 차체와 번쩍이는 크롬. 그런 할리를 좋아하는 사람들 역시 전 세계적으로 대체로 비슷한 인상의 코스튬과 심지어 라이프스타일까지 함께 공유하고 있다. 이렇게 강렬한 이미지와 더불어 꽤 강렬한 스테레오 타입도 함께 가지고 있다.


바로 거대하며, 강해 보인다는 것. 그리고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할리 데이비슨의 생태계에 곧바로 빠지며, 다른 어떤 모터사이클로도 쉽사리 이동하려 하지 않는다. 이렇게 강력한 흡입력으로 지난 120년을 버텨온 할리 데이비슨에게 한 가지 큰 고민이 생겼다. 바로 전동화와 더불어 크고 거대한 이 탈것에 동경을 가진 소비자들이 점차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새로운 전환의 계기가 필요하다 판단한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할 테지만, 놀랍게도 할리 데이비슨이 한때 자전거를 만든 적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10년 전, 그들은 여전히 생소한 모터사이클이라는 물건에 거부감을 최소화하고자 입문자용 모터사이클 개념의 다양한 자전거를 만들었는데, 애석하게도 결과는 좋지 못했고, 그들의 역사에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110년이 지난 지금. 할리 데이비슨이 자신들의 차고 깊숙한 곳으로부터 자전거를 꺼냈다.


지속 가능성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제품을 소비하는 Z 세대의 영스터들에게 할리 데이비슨을 알리고자, 자신들이 철저히 고수해온 모터사이클이 아닌, 아예 자전거를 내놓았다. 110년 전 그들이 모터사이클의 세계로 사람들을 끌어모을 때 적용한 전략과 매우 흡사한 전략이다. 


시리얼 1이라 이름 붙여진 이 자전거는 말 그대로 자전거다. 순수한 두 다리의 힘만으로 구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미 삼아 자전거를 내놓는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할리 데이비슨은 이 제품이 엄연히 자전거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정체성이 ‘모터'에서 출발했음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새롭게 출시한 자전거에 모터를 달았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출력을 내며, 어느 정도의 배터리 용량을 확보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심지어 충전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하게 두 다리의 구동력만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마치 그들이 매번 발표하는 모터사이클의 출력을 공개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전략적으로 원점으로 돌아간 것으로도 부족해, 그들의 첫 번째 프로토타입 모터사이클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이다. 


할리 데이비슨의 시리얼 1은 1903년 그들이 처음으로 개발한 프로토타입 모터사이클과 거의 동일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다이아몬드 그래픽의 프레임과 더불어 크롬으로 마감된 핸들바와 가죽이 씌워진 새들, 그리고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댐퍼 구조와 더불어 심지어 완전히 새하얗게 만들어진 고무 타이어까지 말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진보적인 기술들도 몇 가지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마찰 소음을 최소화하면서 반영구적인 수명을 자랑하는 소재의 체인과 더불어 몰래 감추어 놓은 모터와 함께 1903년 모델에는 없었던 듀얼 피스톤, 싱글 디스크 브레이크를 앞뒤로 장착해 제동력을 비약적으로 키웠다. 


그럼에도 시리얼 1은 마치 할리 데이비슨 박물관의 쇼윈도에서 꺼낸 것처럼 빈티지한 감성을 물씬 풍긴다. 가죽으로 감아 놓은 핸들과 함께, 블랙 프레임에 골드 레터링을 넣은 것도 예전 할리 데이비슨의 감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렇게 스타일링에 있어 철저히 빈티지한 감각을 따르고 있는 탓에, 현대적인 몇 가지 부분들은 감성 속으로 확실하게 묻었다.             


배터리 인디케이터는 메인 프레임 속에 아주 작게 매립해 눈에 띄지 않게 했으며, 안전한 라이딩을 위한 시그널 램프 역시 결코 드러나지 않게, 철저히 리어 허브 쪽에 감춰 놓았다. 그래서 1903년 그들이 처음으로 만들었던 모터 달린 자전거의 느낌을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할리 데이비슨은 다른 한 가지도 철저히 1903년 프로토타입 모델의 특성을 따르기로 결정한 것 같다. 지금 소개한 이 자전거에 대해 할리 데이비슨은 “스타일링의 연습이었습니다. 꼭 대량생산에 초점을 맞춘 자전거는 아닙니다.” 라고 이야기했다. 따라서 이 자전거는 가격이 얼마인지 그리고 언제 판매가 되는지도 확실치 않은 데다가, 심지어 실제 판매가 이루어지는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시리얼 1은 분명 그들의 프로토타입 모델과 생김새부터 거의 모든 것이 닮아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할리 데이비슨은 이 전기 모터 자전거가 입문 단계의 자전거라 밝혔다. 이 말은 향후 전기 자전거를 대량으로 생산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뜻이다. 


“e 바이크 시장이 앞으로 글로벌 모빌리티 혁신의 선두에 설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리고 시리얼 1은 할리 데이비슨이 제안하는 모빌리티 혁신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입니다. 고객의 모든 일상과 함께 하면서 그들에게 달리는 즐거움에 대한 경험과 자유 그리고 모험의 순간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켜왔던 뿌리이니까요.”


향후 시리얼 1은 모델명이 아닌 할리 데이비슨의 서브 브랜드 네임으로 쓰일 전망이다. 따라서 할리 데이비슨 시리얼 1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전기 모터 자전거들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새로운 서브 브랜드의 출범과 함께 소개한 시리얼 1의 첫 번째 모델을 2021년 상반기에 한정적으로 출시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뉴트로가 여전히 유효한 트렌드인 지금, 120년 전 레트로 감성과 더불어 할리 데이비슨 역사의 시작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앤틱한 스타일의 전기 모터 자전거를 기다리는 사람은 수없이 많을 것이다. 어쩌면 그리 머지않아 번쩍이는 가죽 팬츠와 소매를 잘라낸 트러커에 선글라스와 그 아래 수염을 휘날리며 시리얼 1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을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오토뷰 | 뉴스팀(news@autovie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