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재팬: 일본은 왜 이번 나이키 광고를 불편해할까?

조회수 2020. 12. 5.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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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인종과 같은 민감한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회다.
나이키 재팬 광고 속 한 장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최근 나이키재팬 유튜브 계정에 공개한 광고 영상을 두고 일본 내부에서 공감과 논란이 동시에 일고 있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계속해서 움직여라. 자신을. 미래를'이라는 제목의 2분 1초짜리 영상에는 일본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10대 소녀 축구선수 세 명이 등장한다. 다문화 가정 출신 일본 학생과 따돌림을 당하는 일본 학생, 그리고 '자이니치'(재일한국·조선인) 학생이 주인공이다. 영상 속에서 이들은 따가운 시선 속에서도 스포츠를 통해 차별을 극복해 나간다.

영상은 '선수의 리얼한 체험에 근거한 이야기'라는 설명을 달았다.

지금까지 이 영상 소셜미디어 조회 수는 약 2500만 회가 넘었고, 공유 수도 8만 건에 달한다.

하지만 일본은 인종과 같은 민감한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회다.

일본 내부에서는 왜 외국 브랜드가 일본 내부 문제에 관여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등 격렬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나이키 재팬은 "사람들이 어떻게 매일 매일의 어려움과 갈등을 극복하고 스포츠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지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https://www.youtube.com/watch?v=G02u6sN_sRc&feature=emb_title&ab_channel=NIKEJAPAN

그러나 일본 소셜미디어상에는 나이키가 실제보다 차별을 더 과장되게 묘사했다며, 일본만을 콕 집어 이야기한 것은 불공평하다는 댓글들이 올라왔다. 나이키 제품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한 사람들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이건 이런 종류의 차별이 일본 어디에나 있다고 말하려는 것 같다"고 적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인종 차별 문제에 공감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보내는 반응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일본인들은 왜 이 광고를 불편해하나

나이키는 전 세계적으로 '소수자 차별 반대' 캠페인을 펼치고 있지만, 일본 사회 내에서는 차별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심기가 불편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를 두고 일본계 미국인인 몰리 로버트슨 기자는 "일본인들은 외부로부터 자신의 방식을 바꾸라는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이 일본 문화나 규칙에 깊은 조예를 보여주고 난 뒤였다면, 반대의 경우 모욕감을 느꼈을 일본인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핑 디 아시안 웨이브(Surfing the Asian wave)'의 저자 스티브 맥긴스는 일본인들에게 이 주제는 남이 아닌 '자신들이 먼저 제시해야 하는 목표'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고질적인 인종차별은 어떤 문화에서든 민감한 화두"라며 "나이키는 외국 브랜드로서 해당 국가들에 그 문제를 지적하는 일을 적절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아이티계 일본 테니스 선수 나오미 오사카

브랜드 이미지 손상?

서구 브랜드 광고가 아시아에서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오르(Dior)'는 대만이 빠져있는 중국 지도를 사용했다가 중국인들에게서 뭇매를 맞았다.

대만은 1950년부터 자치 통치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대만이 중국에 속한 섬이라고 보고 있다.

'아시아 비즈니스(Asia Business)' 책의 저자인 마틴 롤은 "오만하고 안일하다는 느낌은 아시아에서 최악의 적이 될 수 있다"며 서구 브랜드 경영진들이 아시아의 자존심과 지역 문화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맥긴스는 "2020년, 미국 혹은 미국 브랜드가 인종차별 주제에 도덕적 우위가 있다고 볼 수 있었을까? 그리고 다른 나라에 그들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말을 해야 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분명, 일본 사람들로선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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