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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새로운 스가 내각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조회수 2020. 9. 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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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병을 이유로 사임한 뒤 일본에서 총리 교체는 7년 8개월 만이다.
집권당인 자민당 선거에서 총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좌측에서 세번째). 집권당 총재가 일본 총리직을 맡는다

일본 자민당 스가 요시히데 총재가 16일 신임 총리로 선출됐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병을 이유로 사임한 뒤 일본에서 총리 교체는 7년 8개월 만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총리 교체를 예측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베 총리가 애정을 쏟던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기 전에는 총리직에서 내려오리라곤 예상하기 어려웠다.

올해 71세인 스가 총재는 아베 총리의 해결사로 알려졌으며, 일본 국가 기밀 사항을 담당하는 관방장관이었다.

최근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일을 제대로 해내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사람이다"라고 답했다.

공개석상에서 스가 총재는 웃음기 없는 무표정한 정부 대변인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일본 기자들 사이에서 그의 별명은 '철벽'.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엔 답변을 거부해서 붙여졌다.

스가 총재가 일본의 새 총리가 될 수 있었던 연유는 무엇이었을까?

도쿄에 오래 거주하고 있는 경제학자 제스퍼 콜은 막후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자민당 내 파벌들의 도움으로 스가가 총리가 될 수 있었다고 봤다. 그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었다는 것이다.

콜은 "이번 총재 선출은 연기가 자욱한 자민당 방에서 치러지는 선거"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선거에서 승리해야 당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스가는 압박을 받고 있다. 자신이 총리가 될 자격이 있다는 점을 당과 일본 국민에게 증명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일본의 새 연호인 '레이와'를 직접 발표하며 '레이와 오지상(아저씨)'이라는 별명을 얻은 스가

스가 총재가 정치적 능력이 없는 인물은 아니다. 전임자들에 비해 꽤 오랜 시간 관방장관으로 재직했다. 특유의 강단과 규율로 잘 알려졌으며, 일본 관료주의에 대해서도 이해가 깊다. 하지만 이런 점이 선거 승리 요소라고 볼 수 있을까?

도쿄 소피아 대학 나카노 코이치 교수는 동의하지 않는다.

나카노 교수는 "언론을 비롯해 반대파를 누르고 뒷거래를 통해 현장을 장악할뿐더러, 관료들을 꽤 잘 통제하는 정치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가 권좌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당을 대표하는 얼굴로 보자면, 중의원 선거가 1년 안에 소집될 텐데 말솜씨가 별로 없어서 부적합해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말솜씨가 부족한 면모는 지난 14일 승리한 뒤, 수락 연설을 할 때도 드러났다. 스가 총재는 연설 중간중간 길게 멈춰가면서 묵직한 톤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처의 파벌주의, 기득권 풍토, 과거 전례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관행을 종식해 일하는 내각을 만들겠습니다"

하지만 스가 총재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기도 한 콜은 좀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스가 총재가 "5시에 일어나 100번의 윗몸 일으키기를 한 다음 신문을 모두 읽는 사람"이라며 성실함을 강조했다.

"스가는 오전 6시 30분이면 재계 인사, 고문 등과 회의를 시작한다. 스펀지처럼 흡수해 나라를 위해 일을 해내길 원한다. 그는 총리로서 수반하게 되는 혜택에는 관심이 없다."

스가 요시히데

스가 총재는 이른바 '흙수저 출신'으로 잘 알려졌다.

일본 아키타현 딸기 농가 출신인 그는 19세에 도쿄로 상경했다. 또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마분지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다.

부친이 일본 외무상을 지낸 아베 총리 등 전임 총리들과는 차별화된다는 평을 받는다.

이런 부분은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일본 집권당 내부 치열한 파벌 상황을 고려해보면 그의 배경은 취약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나카노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스가 총재는 이런 배경 때문에 정말 자신만의 권력 기반이 없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는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않지만 아베 총리가 바라던 선택지였기 때문에 권좌에 올랐다. 긴급한 상황일 때마다 그의 뒤에는 파벌 수장들이 버티고 있다. 일단 비상사태가 끝나고 수장들이 원하는 바를 못 얻는다고 생각하면 분명 권력 다툼이 일어날 것이다"

난제도 많다. 전직 아베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베의 사임 직전 지지율은 30% 정도로 곤두박질쳤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나는 아베 신조

물론 아베 총리는 일본에 오랜 정치적 안정을 선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2012년 아베 총리가 총리직에 오르기 전, 일본에서는 30년 동안 총리직을 거쳐 간 사람만 19명에 달한다.

'회전문 인사'라고도 불리는데 일각에서는 이제 일본이 파벌 내분 및 단명 정부로 돌아가게 됐다며 우려한다.

하와이 대학 일본 연구가 크리스티 고벨라는 "장기 집권 총리가 나온 이후에는 단기 집권 총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제 더 단기 총리 시대에 접어들 것 같다. 10개월 집권할지, 2년 집권할지는 확실친 않다. 일본으로선 매해 총리가 바뀌지 않는 편이 훨씬 유익할 것이다"라고 했다.

무엇이든 확언하긴 어렵다.

하지만 신임 스가 총리가 증명해야 할 것은 많으며, 이를 위해 그에게 주어진 시간도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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