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3.3까지 안 가도 괜찮아" 기아 스팅어 마이스터 2.5T


최근 부분변경 치른 기아 스팅어 마이스터를 시승했다. 여느 페이스리프트 모델처럼 ‘파격 변화’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내실 있는 업데이트를 치렀다. 단, 확실하게 소비자 유혹할 ‘킬링 포인트’는 찾기 어려웠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기아자동차, 강준기

스팅어. 국산차 역사상 0→시속 100㎞ 가속 5초의 벽을 허문 최초의 주역이다. 늘씬한 허리와 납작한 꽁무니 등 개성 있는 스타일도 관심을 모았다. 탄탄한 주행성능은 국내뿐 아니라 이름 난 해외 자동차 전문지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많은 판매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란성 쌍둥이’ 제네시스 G70이 월 1,000대 안팎으로 팔릴 때, 스팅어는 300대 남짓이었다.

이에 일부 언론은 ‘스팅어 단종설’을 언급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기아가 상품성을 개선해 새롭게 선보였다. 이름은 스팅어 마이스터. 그룹 내 현대 싼타페처럼 뼈대까지 송두리째 바꾸는 과감한 변화는 없지만, 최신 장비를 듬뿍 담아 출사표를 던졌다. 플래티넘과 마스터즈, 단 2개로 나눈 트림 구성도 간결하다. 과연 마이스터는 소비자 지갑을 열 수 있을까?

“작은 변화지만 완성도 올라가”


우선 외모 소개부터. 휴식기 가진 연예인처럼, 잘 모르겠는데 전보다 더 예쁘다. 눈매 속 LED 모양이 다르고, 그릴 테두리와 범퍼 내 크롬 장식은 이전보다 톤을 낮췄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830×1,870×1,400㎜. K5보다 75㎜ 짧고 10㎜ 넓으며 45㎜ 낮다. 수치가 말하듯 낮고 안정적인 실루엣을 뽐낸다. 뒷바퀴 굴림(FR) 특유의 짧은 오버행도 눈에 띈다.

옆모습도 큰 변화는 없다. 크게 2가지 차이점이 돋보인다. 네 발엔 새롭게 빚은 19인치 멀티 스포크 알로이 휠을 신겼고, 안쪽에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이 자리했다. 앞바퀴 펜더 뒤에 자리한 에어벤트, 사이드 미러 커버, 윈도우 몰딩은 그릴과 마찬가지로 톤 다운한 크롬을 입혔다. 덕분에 기존 모델보다 차분하고 중후한 느낌도 든다. 휠베이스는 2,905㎜.

외모의 핵심은 뒷태. 기존엔 테일램프가 좌우 각각 자리했다. 신형은 하나의 LED로 이어 최신 트렌드를 좇았다. ‘옥의 티’였던 벌브 타입 방향지시등은 ‘반짝이’ LED로 바꿨다. 머플러는 한쪽에 두 발씩 양 갈래로 뽑았다. 3.3L 모델은 머플러 팁이 더 크고, 가변 배기 시스템도 들어간다. 머플러 사이에 자리한 디퓨저와 벌집 패턴도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훌쩍 키운 모니터, 다소 산만한 실내”

실내 역시 소소한 업데이트를 치렀다. 중앙 디스플레이를 8인치에서 10.25인치로 키웠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센터 암레스트엔 가죽을 씌워 고급스럽다. 아쉽지만 계기판은 100% 디지털 모니터 대신 아날로그 방식으로 남겼다. 개발비용을 많이 쏟지 못 한 한계가 명백하다. 대신 가운데 화면으로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방향지시등 작동 시 후측방 영상을 띄운다.

기존 스팅어와 마찬가지로 앞좌석 시트 포지션은 무척 만족스럽다. 스티어링 휠의 가동범위가 커 자세 맞추기도 좋다. 또한, 일반 중형 세단보다 사이드 볼스터가 두툼해, 꼬부랑길을 호쾌하게 달릴 때 도움을 준다. 포근한 헤드레스트와 촉촉한 나파가죽도 포인트. 그러나 퀼팅 박음질이 등받이뿐 아니라 엉덩이 받침, 어깨 부위까지 들어가 다소 산만한 느낌도 든다.


키 182㎝의 건장한 남자 성인이 앞좌석을 맞추고 뒤에 앉았을 때, 무릎 여유 공간은 주먹 2개 정도. 제네시스 G70보다 확실히 넉넉하다. 다만 지붕 높이가 낮아 허리를 등받이에 밀착시켜 앉긴 어렵다. 그러나 성인 남성을 자주 태울 일 없다면 아쉽지 않다. 부부와 어린 자녀 1~2명으로 구성된 가족의 패밀리카로 충분히 쓸 수 있다. 3단계 열선 기능도 품었다.

해치백 세단의 매력은 실용적인 적재 공간이다. 그러나 스팅어의 트렁크는 그다지 넉넉하지 않다. 기본 용량은 406L,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1,114L다. 비슷한 체격의 폭스바겐 아테온(563~1,557L)보다 다소 작다. 또한, 기본 용량만 놓고 보면 510L의 K5보다 부족하다. 더욱이 뒷좌석 폴딩을 지원하지만 매끈하게 접을 수 없기 때문에 ‘차박캠핑’은 그림의 떡이다.

“풍성한 안전 및 편의장비”


기본 장비로 새롭게 들어간 편의사양도 눈에 띈다. 제휴 주유소 및 주차장에서 내비게이션 화면을 통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기아 페이’, 내 차 위치 공유 서비스 등이 있다. 리모트 360도 뷰 기능은 운전자가 멀리 떨어진 상황에서도 차 주변 상황, 차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차의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문자 메시지로 가족,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다.

아울러 차로유지 보조,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안전 하차 경고 등의 장비를 알차게 담았다. 특히 차로유지 보조 기능은 과거 한쪽 차선으로 ‘줄타기’ 하며 움직이는 현상이 간간이 있었다. 그러나 신형 스팅어는 차선 정 중앙을 예리하게 잡아 만족스럽다. 또한, 지금 달리고 있는 도로의 제한속도가 시속 90→80㎞로 바뀌면, 스스로 속도를 낮추는 ‘똑똑함’도 품었다.

“충분히 호쾌한 2.5L 터보 엔진”

안팎 디자인 감상을 끝내고 운전대를 잡았다. 우리가 탈 모델은 스팅어 마이스터 2.5L 터보 AWD. 기존 2.0L 가솔린 터보를 대체하는 주력 엔진이다. 최고출력 304마력, 최대토크 43.0㎏‧m를 뿜는다. 이전보다 각각 49마력, 7.0㎏‧m 더 강력하다. 배기량은 높지만 복합 연료효율은 11.2㎞/L로 더 살뜰하다. 변속기는 토크컨버터 방식 8단 자동기어.

힘의 차이는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앞자리 2와 3의 격차는 생각보다 크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꽤 호쾌하게 차를 밀어붙인다. 더욱이 전자식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자연스럽게 시너지를 내, 귀도 즐겁다. 이 정도의 파워면, 굳이 출력에 아쉬움 느껴 6기통 3.3L 모델까지 가지 않아도 될 듯하다. 재미와 효율, 모두 놓치기 싫다면 2.5T가 나은 선택이다.

그런데 가속 구간보다 코너에서의 느낌이 더 만족스럽다. 네 바퀴의 접지력을 오롯이 느끼며 빠르게 궤적을 그릴 수 있다. 든든한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더하니, 스포츠 주행이 서툴러도 두렵지 않게 다룰 수 있다.

그러나 짜릿한 희열을 주는 차는 아니다. 벨로스터 N이 추구하는 드라이빙 재미와 결이 다르다. 골고루 높은 완성도를 지녔지만, 좀 더 과감하게 개성을 추구했으면 어땠을까. 기아 K 라인업 대신 스팅어 구매로 끌어당길 ‘한 방’이 부족하다. 디자인만으로 틈새 공략할 게 아니라, 마니아층을 확실하게 유혹할 수 있도록 더 ‘불편하게’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다.

가령, 신형 스팅어의 하체는 제법 단단하지만 승차감도 좋다. 조향은 예리하지만 BMW M340i처럼 날쌔진 않다. 물론 스팅어가 GT 성향을 추구하는 모델이지만, K5와 확실하게 성격 차이를 둘 수 있는 ‘불편함’이 필요해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스팅어의 주행능력은 신형 K5에서도 느낄 수 있는 까닭이다. 모든 영역에서 완성도를 추구한 전략이 되레 개성을 희석시켰다.

스팅어 마이스터의 가격은 2.5 가솔린 터보 플래티넘 3,853만 원, 마스터즈 4,197만 원이며, 마스터즈에서 선택할 수 있는 GT 3.3 터보 패키지의 가격은 446만 원이다. (※개별소비세 3.5%기준)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