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법: 부양 의무는 저버리고 자녀 유산만 챙기는 부모..'구하라 법'은 지금 어떻게 됐나

조회수 2020. 10. 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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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 법'이 통과가 안 된 이유가 무엇이고, 현 진행 상황은 어떠한지 정리했다.

20대 딸이 암으로 숨지자 28년 만에 나타나 억대 보험금과 전세 보증금을 받아 간 생모 이야기가 지난 26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생모는 유족이 병원비와 장례 비용을 고인의 카드로 결제했다며 소송을 걸기도 하는 등 이 사건은 '제2의 구하라 사건'으로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이에 자녀 부양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유산을 받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국회는 관련 입법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 '구하라 법'이 통과가 안 된 이유가 무엇이고, 현 진행 상황은 어떠한지 정리했다.

'구하라 법'이란?

'구하라 법'은 지난해 11월 25일 사망한 구하라의 친오빠 구호인 씨가 국민청원을 시작으로 추진하고 있는 법안이다. 양육의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사망한 자녀의 유산을 받을 수 없도록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구 씨의 생모는 20여 년간 연락을 끊고 지내다가 구하라가 세상을 떠나자 나타나 유산의 절반을 요구했다.

민법 1004조에 따르면 자식이 사망하면 제1 상속권자는 친부모가 된다. 살해하거나 유언장을 위조하는 등 제한적 경우 상속결격 사유를 인정하지만, 여기에 부양 의무 태만과 관련된 조항은 없다.

이에 20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률안 5건이 발의됐다. 부모나 자식 등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할 경우, 유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결격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사회적 공분에도 법 통과가 미진했던 까닭

'구하라 법'은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법제사법위원회는 '계속심사' 결정을 내렸다. 그러다 지난 5월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당시 법조계는 현재 민법상의 결격사유 규정이 형평의 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부양의무의 현저한 해태(懈怠, 게을리함)'라는 개념이 모호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했다.

개정안에 대한 법사위 검토보고서들을 보면 "법적 불안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계·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돼 있다.

피상속인이 부모를 용서했는데도 부모 이외의 다른 친족에게 상속이 이뤄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 부모의 상속결격 사유가 사후에 확인될 경우 상속재산을 취득한 제 3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법안심사 회의에서는 2017년 헌법재판소 판결이 거론되기도 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상속권과 관련해 "부양의무 이행의 개념은 상대적"이라며 " 이를 상속결격 사유로 규정하게 되면 상속결격 여부를 판단하기가 곤란하고 상속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빈번하게 돼 법적 안정성이 심각하게 저해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재발의 된 '구하라 법'

'구하라 법' 제정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자신의 1호 법안으로 이 법안을 재차 발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논의는 더딘 상황이다.

서 의원은 26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구하라 법'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국회의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민법은 1958년에 만들어졌는데 그 이후로 거의 개정한 일이 없다"며 "'어떻게 기본적인 민법, 상속법에 손을 대려고 하느냐'는 의식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했다.

이어 "법무부나 이런 데서 논의하는 분들이 이런 경우 (상속을) 막긴 막아야 되겠는데 '양육을 현저히 게을리한' 이게 좀 애매하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가 있다"라고 전했다.

'제2의 구하라들'

한편 부양의무를 져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두고 논란이 된 경우는 구하라 사건 이전부터 계속 존재해왔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는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아들이 전사하자 연락을 끊었던 친모가 28년 만에 나타나 군인 사망보상금의 절반을 받아 가는 일이 있었다.

2014년에도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딸에게 지급된 사망보험금을 10여 년 전 어머니와 이혼한 친부가 유족과 협의 없이 절반을 수령하기도 했다.

올해 6월 전북에서는 순직이 인정된 소방관의 친모가 30년 만에 나타나 딸의 유족연금과 퇴직금을 수령해 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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