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육탄전까지..새삼 놀라운 '아이폰 보안'

#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29일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 카드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육탄전과 관련, 아이폰의 보안 성능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물리적 충돌사태를 야기한 근본적인 이유가 아이폰 비밀번호 때문이라는 분석들이 나오면서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6일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했지만, 잠금화면을 풀지못해 아직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한 검사장이 현재 사용 중인 휴대폰 유심카드를 통해 잠금화면 비밀번호를 유추할 단서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이 시도됐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아이폰 보안의 핵심은 6자리 비밀번호에 있다. 지문 정보나 얼굴(페이스) 정보를 이용한 잠금을 사용하지만, 이 부분이 확인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6자리 비밀번호를 함께 사용한다.
남의 아이폰 잠금화면을 강제로 해지하려면 무조건 이 6자리 비밀번호를 알아내야 한다. 지문이나 얼굴 인식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6자리 비밀번호를 임의로 조합하는 경우의 수는 560억 개에 달한다. 사람이 12초마다 한 번씩 입력한다고 가정할 경우 10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이폰은 여러 차례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하면 휴대폰 속 모든 데이터가 완전히 삭제된다. 장난으로라도 비밀번호를 마구 입력하면 아이폰의 모든 정보가 사라진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비밀번호가 틀릴 때마다 1분, 5분, 10분 단위로 대기시간이 늘어나고 10번 이상 입력하면 초기화된다"며 "정상적인 방법으로 아이폰 비밀번호를 푸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수사기관들이 아이폰을 포렌식 할 때 강제 데이터 초기화 메커니즘을 우회하는 방법을 쓴다. 기기 내 데이터를 복제해 가상 아이폰을 만든 뒤 잠금 해제를 시도하는 방식이다. 만일의 실수로 데이터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쉬운 방법은 아니다. 마구잡이로 숫자를 대입하는 원시적 방법이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며칠 안에도 풀리겠지만, 반대로 수개월, 수년이 걸려도 풀지 못할 수도 있다.
아이폰 OS(운영체제)인 iOS는 '종단간 암호화' 기술이 적용돼 있기 때문이다. 종단간 암호화는 메시지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 모든 통신 과정을 암호화하는 것이다.

일례로 2015년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위해 미국연방수사국(FBI)이 애플에 수사 협조 요청을 했지만, 애플은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법무부가 플로리다주 펜서콜라 해군기지 총격범의 아이폰 2대에 잠금해제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애플은 들어주지 않았다. 미국 정부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애플의 이같은 정책 때문에 수사에 애를 먹곤한다. 한 보안 전문가는 "아이폰 보안은 기능적인 면에서도 강력하지만, 애플의 프라이버시 철학이 이용자들에게 더 큰 믿음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때론 애플의 고집스러운 프라이버시 정책은 논란을 유발한다. 긴급 테러 방지 등 공공의 안녕이 시급하다는 국가기관의 요청까지 거부하는 애플 정책이 과연 정당하냐는 지적이다. 실제 아이폰 시스템이 테러를 비롯해 조직적 범죄에 악용돼 공공 안전망의 매머드급 구멍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폰 판매를 극대화하기 위한 애플의 지나친 상술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애플은 지난해 열린 CES 2019에서도 이를 마케팅에 직접 활용했다. CES 행사장 근처 대형 옥외 광고에는 '아이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것은 아이폰에 머문다'(What happens on your iPhone, stays on your iPhone)는 문구를 실었다. 타협없는 프라이버시 철학을 아이폰의 가장 큰 강점으로 부각시킨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애플의 강력한 보안성능과 철학 때문에 아이폰을 찾는 국내 주요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검찰 등 수사기관 고위급 간부들조차 아이폰을 애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검언유착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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