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좀 분다고 흔들리는 시절 넘어버린 뿌리 깊은 전북현대

임성일 기자 2020. 11. 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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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K리그 4연패+15년 만에 FA컵으로 시즌 더블
12년 동안 8번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클럽 역사상 첫 시즌 더블도 달성했다. 토 달 것 없이 K리그는 전북 시대다. (전북현대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뿌리를 깊게 내린 나무는 어지간한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게 소위 말하는 내공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존재감 없는 '그저 그런 팀'에 그쳤던 전북현대가 어느덧 K리그를 대표하는 거목으로 우뚝 섰다. 한국 축구사에 전례를 찾을 수 없는 화려한 업적을 남기면서 그야말로 '전북 왕조'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잠깐 눈부시게 빛나는 것이 아니다. 무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다른 팀들이 넘볼 수 없는 아성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충분히 흔들릴 수 있는 안팎의 불안요소들이 있었음에도 굳건히 정상을 지키고 있기에 더 놀랍다.

전북은 지난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2020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이승기의 멀티골에 힙입어 2-1로 승리했다. 전반 초반 울산 주니오에게 먼저 실점하면서 끌려갔으나 후반 들어 뒷심을 발휘해 역전승과 함께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4일 울산 원정 1차전에서 1-1로 비겼던 전북은 이로써 합계 3-2로 최종 승리, 지난 2005년 이후 15년 만에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00년과 2003년을 포함해서 통산 4번째 FA컵 우승이기도 하다.

동시에 앞서 K리그1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것을 포함해 한 시즌에 2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는 '더블'에 성공했다. 지금껏 한국 축구사에 시즌 2관왕은 지난 2013년 황선홍 감독이 이끌던 포항스틸러스 이후 두 번째다. 딱히 자랑할 것이 없었던 초창기를 생각한다면 상전벽해 수준의 발전이다.

1994년 전북다이노스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전북은 대략 10년 동안 중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이었다. 2000년과 2003년 FA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나 장기 레이스인 K리그에서는 정상과 거리가 있었다. 그러던 전북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은 2005년 여름 최강희 감독이 부임하면서부터다.

전북왕조을 이끈 김상식 코치(왼쪽)와 이동국 (전북현대 제공) © 뉴스1

최 감독의 전북은 2005년 FA컵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고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정상에 오르는 예상치 못한 사건도 만들어냈다. 그러나 2007년(8위)과 2008년(4위) 정규리그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토너먼트 대회에서만 강하다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받아야했다. 그랬던 전북의 두 번째 전환점이 2009년이다.

2009시즌을 앞두고 최강희 감독은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던 이동국(그리고 김상식)을 영입하는 예상 외 선택을 내렸다. 모두들 시큰둥하게 바라봤으나 그것이 사실상 '신의 한수'였다. 그해 클럽 창단 후 첫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전북은 올해로 8번째 별(우승의 상징)을 달았다.

이로써 성남FC(전신 일화 포함)와 함께 공동기록(7회)을 가지고 있던 전북은 당당히 최다우승 클럽으로 우뚝 서게 됐다. 2017년부터 4연패인데, 1983년 출범한 K리그 역사 속 4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은 전북이 유일하다. 여기에 좀처럼 연이 없던 FA컵까지 품으며 첫 더블까지 성공시켰으니 그야말로 승승장구다.

특히 최근 2년 동안의 성과가 놀랍다. 2018년 우승을 끝으로 전북현대의 오늘날을 만든 최강희 감독이 중국 진출을 선언하면서 전북의 위기를 점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워낙 '봉동이장'의 색깔이 강한 팀이기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였다. 낯선 외국인 지도자 모라이스 감독이 과연 전북다움을 유지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많았는데, 2019년 시즌 중간에는 스트라이커 김신욱까지 최강희 감독을 따라 이탈했다.

여기에 울산현대가 배에 힘을 두둑하게 주고 투자를 감행, 스쿼드의 질적양적 수준을 전북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높였으니 연패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러나 전북은 시즌 막바지 역전 우승으로 2019년을 마무리했다.

2020년을 앞두고는 수 년간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로 활약하던 로페즈가 역시 중국 무대로 떠났고 2019년 공수의 핵심이던 문선민과 권경원이 모두 상주상무로 떠나는 누수가 있었다. 그리고 울산은 조현우, 윤빛가람, 정승현, 원두재, 김기희에 이청용까지 가세시켰다. 때문에 올해는 진짜 어렵겠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4연패와 2관왕으로 대답한 전북이다.

진짜 내공이 단단해진 전북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필드를 떠나는 이동국은 "이제 전북은, 한두 명의 선수로 좌지우지 되는 팀이 아니다"는 뿌듯한 평가를 전했다. 그의 말과 유사하게, 이제 전북은 바람 좀 분다고 흔들리는 수준을 넘어선 강호가 됐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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