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임수향 "데뷔 10년차, 역대급 감정소모..아쉽지만 만족"

임수향은 데뷔 당시 연기 선생님에게 다시 지도를 받았다면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제공| FN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김소연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지난 2011년 임성한 작가의 SBS 드라마 '신기생뎐'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한 임수향은 데뷔작부터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드라마 '파라다이스 목장', '아이리스2', '감격시대', '아이가 다섯', '불어라 미풍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우아한 가'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많은 작품을 했던 임수향이 처음으로 도전한 정통 멜로였다. 임수향은 "'불새', '미안하다, 사랑한다', '발리에서 생긴 일' 등을 보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 이 드라마에서 그런 감성이 나온다. '가을동화'같은 느낌의 진한 멜로의 결이 너무 좋았다. 레트로 감성을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특히 '불새' 오경훈 감독님의 작품이니 더욱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통 멜로다 보니 감정 소모가 커서 힘들기는 하더라. '이렇게 기구한 여자가 있을 수 있나', '너무 안됐다'는 마음이 컸다"면서 "진짜 잘하고 싶었고 욕심이 나더라. 자칫 잘못 표현하면 치정극이 될 수도 있고 선을 아슬아슬하게 타면서 감정선을 따라가야하는 작품이라 준비도 정말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에 진심을 담았다는 임수향은 무려 10년 전 연기선생님을 찾아가 다시 배웠다고 했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자꾸 제 안에 있는 습관들을 꺼내서 쓰게 돼요. 처음 연기할 때와 다르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들이 생겨요. 이런 것들을 배제하기 위해 도움을 받았습니다. 스무살 때, '파라다이스 목장'에 출연할 때 도움을 주셨던 연기 선생님을 다시 찾아가서 배웠어요. 대본도 현장에서 안 봐도 될 만큼 통으로 다 외웠고요. 촬영 중에도 밤이건 낮이건 찾아가고 시간 될 때마다 계속 통화하면서 준비를 했습니다. 감독님도 매회 리딩을 할 기회를 주셨고요. 제 부족함도 많이 느끼고, 한계에도 부딪히면서 여러모로 배운 것도 많습니다."

임수향은 무엇보다 정통멜로에서 '인생을 배우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전작인 '우아한 가'는 복수극이다보니 감정을 오래 끌지 않고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하는 과정을 스피디하게 보여줬다면 '내가예'는 조금 달랐다. 감정선을 섬세하게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인생을 배워간다는 느낌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기생뎐'에서 20살의 제가 표현한 사랑과 이번에 제가 보여드린 사랑은 깊이가 다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임수향은 '내가예'에서 호흡을 맞췄던 하석진과 지수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임수향은 "이번 작품은 역대급으로 감정 소모도 컸고 또 장마와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 등 촬영 중 힘든 일이 많았다"면서 "장면들도 다 실내로 바뀌고 원래 미국이 배경이었던 장면들도 다 제주도로 바뀌었다. 배우들끼리 전우애도 생기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석진 오빠는 워낙에 작품을 많이한 노련한 사람이다. 배울 점도 많고 여유로운 모습도 좋아서 많이 의지했다. 지수는 장난도 많이 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워낙 착한 친구인데 장난기도 많아서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임수향이 연기한 오예지는 극중 남편 서진(하석진 분)과 자신을 10년이나 바라본 동생 서환(지수 분), 두 형제에게 사랑을 받았다. 임수향이 봤을 때 서진과 서환 두 사람 중 누가 더 이상형에 가까울까.

임수향은 "두 사람 다 좋다"면서 "어렸을 때라면 진이 같은 짜릿하고 나쁜 남자가 좋았을 것 같고 지금 저라면 안정감을 주고 나만을 바라봐주는 환이 같은 남자가 좋을 것 같다"면서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진이 파(서진을 응원하는 사람들), 환이 파(서환을 응원하는 사람들)로 나뉘어 응원을 해주더라. 사랑받는 기분이라 행복했다"고 흐뭇하게 돌아봤다.

실제 연애 얘기도 들려줬다. 임수향은 "연애, 사랑은 계속 하고 싶지만 결혼은 떠밀려 하고 싶지 않다.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 아직은 일을 더 하고싶기도 하다. 엄마한테 연애 상담도 많이하고 다 오픈해서 부모님은 제 연애, 결혼 생각 등을 별로 궁금해 하지 않는다. '있으면 이야기하겠지' 하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인연을 못 끊어내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꾸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을 좋게 추억한다. 약간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헤어졌다고 그 시절을 생각도 하기 싫어하고 부정하면 어린 시절, 내가 격렬하게 사랑했던 모습들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기생부터 킬러, 여고생, 여대생, 탈북자, 재벌 2세 등 많은 역할을 경험해본 임수향이지만 못해본 역할이 있다고. 바로 전문직 여성. 임수향은 "의사, 변호사, 검사, 판사 등 소위 말하는 전문직 '사자 직업'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 커리어우먼을 꼭 연기해보고 싶다.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나"라고 장난스레 되물었다.

예상외로 상복이 없었던 임수향은 "사실 받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제공| FN엔터테인먼트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임수향은 의외로 상과 거리가 멀었다. 이에 대해 임수향은 "제가 시상식에는 자주 간다. 상 주러만 간다. 이번엔 상 욕심이 나지 않냐는 질문들을 받는데 사실 받고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농담이고 주시면 감사하겠지만 이번 작품은 사람들이 잘했다고 칭찬해주신 것 만으로도 인정 받은 것 같아 이미 상을 받은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임수향은 '내가예'에서 자신의 연기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모든 작품은 끝나고 나면 항상 아쉽다. 제 연기에 제가 스스로 100점 만점을 줄 수 있는 날이 올까 싶다"면서 "제가 욕심도 많고 스스로 엄격하기도 하다. 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떻게 연기할지 매번 막막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결과에도 만족하지 않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면 볼 때마다 뿌듯하고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다. 연기를 잘해야 한다. 본질적인 것을 잘하는, 연기 잘하는 배우 임수향이 되고 싶다"고 연기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기를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임수향은 "요즘은 제작 환경이 많이 바뀌어서 제작 기간이 길다. 이번 작품도 '우아한 가' 끝나자마자 결정했는데 지금 나왔다. 차기작을 계속 검토 중이다. 1년에 한 작품씩이라도 찾아뵈려고 노력한다"며 "팬들이랑도 못만난지 오래 됐다. 만날 기회를 만들고 싶다. 그런데 그럴 수 없는 시기라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마지막으로 임수향은 자신의 '가장 예뻤을 때'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터뷰를 맺었다. 임수향은 "생각을 참 많이 해봤다"면서 "지금 현재가 제일 예쁘다"고 말했다.

"오예지의 아역으로 나오는 친구를 보면서 '너무 예쁘다. 저 시절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어린 친구들을 보면 그런 생각들이 듭니다. 엄마는 저를 보면 '너 때가 제일 예쁘지'라고 하고 할머니는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해요. 그런걸 보면 사람들은 항상 지나서 돌이켜보면서 '그때가 제일 예뻤지'하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과거 그 시점에서 삶이 힘들어서 혹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현재를 보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고민을 참 많이 했는데 결론은 '지금'인 것 같아요. 저는 지금, 현재의 제가 제일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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