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그거 뭐래요?"..매일 저녁 전국의 남편들이 어딘가로 달려간다

방영덕 2020. 12. 2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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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당근마켓]
"근데 그게 뭐래요?"

매일 저녁 전국 곳곳에서 만나는 남편들이 서로를 향해 건네는 어색한 한마디다. 부인들이 당근마켓에서 거래한 물건을 배달하는 미션을 받았지만 정작 내용물은 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다. 며칠 뒤에서야 자신의 애장품이 사라졌다는 남편들의 푸념을 듣는 것도 이제는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다닐 수 있는 거리)이란 신조어를 만든 당근마켓이 불러온 변화다. '당신의 근처(이를 줄여 당근)'에서 중고거래를 할 수 있게 한 플랫폼 당근마켓. 경기불황에 코로나19 사태가 덮친 올 한해 당근마켓의 이용자 수는 급증했고 넷플릭스 보다 더 많이 다운로드 받는 국민앱으로 등극했다. 월 이용자수는 1200만명을 넘어섰다. 중고거래 앱 중 압도적인 1위 기록이다. 전자상거래 부문을 통틀어 보면 2위까지 올라섰다. 이커머스 강자인 '쿠팡'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2015년 7월 당시 경기도 판교 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고거래 앱 '판교장터'로부터 출발했다. 인근 직장인 뿐 아니라 주민들 사이에서도 큰 호응이 이어지자 아예 지역을 확장, 당근마켓으로 이름을 바꿔 서비스를 제공했다.중고거래 자체는 새로울 게 없는 거래 형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근마켓이 흥행에 성공했다. 이제는 영국, 캐나다에 이어 미국까지 진출했다.

동네 주민끼리 중고품을 거래하는 시스템으로 신뢰감을 높였다. 당근마켓은 이용자 거주지의 반경 6km 이내에 있는 이웃 간 중고 물품 거래를 지원한다. 이용자는 사는 동네를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로 인증해야만 로그인을 할 수 있다.

[사진 제공 = 당근마켓]
당근마켓의 김재현·김용현 공동대표는 카카오 출신이다. 인공지능(AI)의 힘을 당근마켓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물품 추천'과 '거래 금지 물품 식별'을 AI가 한다. 이용자의 기존거래 이력도 AI기반의 데이터로 분석해 걸러내 사고 가능성을 낮췄다. 당근마켓이 짧은 시간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직거래' 방식을 권장한 요인이 크다. 기존 중고거래에선 구매자와 판매자는 한번 거래를 끝내면 다시는 볼 일이 없는 사이라 서로를 여기다보니 '거래매너'가 좋지 않을 때가 많다.

이에 비해 동네 이웃과 직거래를 하는 당근마켓에선 평판에 신경 쓸 수 밖에 없다. 특히 '매너온도'라는 지표를 도입해 구매자와 판매자가 상호 거래매너를 평가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당근마켓은 동네 사랑방' 역할도 한다. 플랫폼 내 '동네생활'이란 커뮤니티를 따로 운영, 이용자들이 우리 동네 소식을 자유롭게 주고 받을 수 있게 했다.

당근마켓 등을 통해 중고거래가 활발해진 데에는 코로나 상황도 한몫했다.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 구매자 입장에선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단 점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반대로 판매자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처분해 당장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불경기일수록 더욱 번창하는 '불황형 산업'의 전형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중고거래가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중고시장 규모는 2022년 약 3조엔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역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퍼지면서 중고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시앤치(한가하게 방치된이란 뜻)' 또는 '얼쇼우(누군가가 사용한이란 뜻)'라 불리는 중국의 중고시장은 올해 1조 위안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byd@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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