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로 목숨 구하는 경찰.."비결은 첫째도 둘째도 공감과 인내"
대학서 심리학 전공..사람 설득하는 매력 느껴
수십 건의 인질·자살기도사건 협상팀으로 참여
"섣불리 접근 말고 공감하며 대화하는 게 중요"
손예진 주연 영화 '협상' 시나리오 작업 참여도
"눈 앞에서 생명 구하는 건 바꿀 수 없는 보람"

서울경제가 만난 이상경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경사는 그날 아치 위 협상에 참여했던 경찰관 중 한 명이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대학원에서 범죄수사법학을 전공한 그는 2008년 프로파일러(범죄분석요원) 특채로 경찰에 입직한 뒤 2012년 위기협상교육을 받았다. 이 경사는 “교육을 받으면서 경찰업무 중 ‘협상’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며 “경찰이 제압이나 진압뿐 아니라 대화로 사람을 설득하는 업무를 한다는 게 새로웠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는 약 400명의 경찰이 위기협상요원으로 활동 중이다.
평상시에는 각자 소속된 곳에서 맡은 업무를 하다가 협상이 필요한 사건이 발생하면 출동하는 방식의 비상설직무라 해도 위기협상요원의 역할은 지대하다. 대화만으로도 한 사람의 안전은 물론 생명까지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살기도사건이나 인질극, 테러상황의 희생자 대부분은 무력진압 중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명을 구한다는 관점에서는 강제적 진압보다 협상이 훨씬 효과적인 셈이다.

프로파일링과 협상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경력 덕분에 이 경사는 배우 손예진과 현빈이 각각 경찰과 테러리스트로 출연한 영화 ‘협상’의 시나리오 작업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속 캐릭터들의 스릴 있는 대화와 능숙한 설득이 돋보이는 영화와 다르게 실제 협상은 ‘적극적으로 듣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것이 이 경사의 설명이다. 이 경사는 “출동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자’(협상 대상자를 지칭하는 용어)의 행동을 변화시키려고 섣불리 접근하지 않는 것”이라며 “힘들었던 감정에 공감해주면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라포’(rapport·면담자와 피면담자 간 친밀감)가 생기고, 그때 위기자가 비로소 행동을 바꿀 마음이 생긴다. 이런 방식으로 임하면 정신질환자와도 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기협상 이론에서는 이를 ‘적극적 청취 기법’이라 부른다.

그럼에도 협상이 매력적인 이유는 성공적인 협상 끝에는 언제나 ‘즉각적인 보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사는 “프로파일링은 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반면 협상은 잘하면 눈 앞에서 한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이 경사는 아들과 다툰 뒤 집안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지르겠다는 아버지를 설득해 끝내 아들과 화해하도록 만들었고, 스스로 삶을 등지려는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해냈다. 위기협상요원들이 매번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도 마다하지 않고 협상에 나서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래서 이 경사는 오늘도 언제 출동할지 모를 사건 현장을 앞두고 스스로 되뇐다. “한 사람이 죽는 것을 포기해준다는 것 자체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이라고.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질샌더 콜라보에 '불매 눈감아'...유니클로 앞 '인산인해'
- 추위속 8m 나무 올라가 화상강의 듣는 러시아 대학생의 '극한청강'
- 130만명 ‘와글와글’…‘부동산 스터디’ 카페 누구냐 넌?[토요워치]
- 2년새 5억→10억 껑충…‘강동구發’ 전세난민 쏟아진다
- '불임' 딸 위해 대리모 자청한 美 50대 여성의 모정
-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 작별 현장 공개, 아쉬움에 만감 교차하는 멤버들 포착
- '돌아간다'는 조두순에 결국 나영이네가 안산 떠난다
- 오늘부터 '노 마스크' 과태료 10만원… 결혼식장 신랑·신부는?
- 역시 부동산이 최고? 작년에만 30조원 어치 물려줬다
- 취직한 딸 눈 멀게한 아프간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