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센 보고서: 첼시 아브라모비치 비밀리에 타 구단 선수 보유 정황 드러나

조회수 2020. 9. 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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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모비치 측 대변인은 '불법 행위'가 없었다고 밝혔다.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의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역외 회사를 통해 첼시가 아닌 다른 구단의 선수에게 비밀 투자를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주요 선수로 2014년 챔피언스리그에서 포르투갈 스포르팅 소속으로 첼시와 맞붙었던 페루의 안드레 카리요 등이 거론됐다.

아브라모비치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회사를 통해 선수들의 소유권 지분을 보유했다.

그러나 아브라모비치 측 대변인은 규칙이나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데이비드 트리스먼 전 잉글랜드축구협회(FA) 회장은 축구 클럽 구단주가 다른 팀 선수들에게 관심을 두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선수 지분 쪼개기'

미국 인터넷매체 버즈피드가 입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에 공유한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국(FinCEN, 이하 핀센)의 의심거래보고서(SARs) 자료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는 '레스턴 홀딩스'라는 역외 회사의 배후에 있었다.

레스턴 홀딩스는 흔히 '선수 지분 쪼개기'라고 알려진 '서드 파티 오너십'(TPO) 방식을 통해 해외 선수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서드 파티 오너십은 투자자가 선수의 향후 가치에 대한 권리를 나눠 갖는 방식으로, 주로 재정이 약한 구단이 이러한 투자금을 통해 선수를 영입한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은2008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금지됐으며, 국제적으로도 2015년부터 금지됐다.

첼시는 2014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포루투갈 스포르팅과 맞붙었으며, 카리요는 조별리그 2경기 모두 출전했다

첼시는 2014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포루투갈의 스포르팅과 맞붙었으며, 카리요는 이 조별리그 두 경기 모두 출전했다.

두 팀의 경기 때 아브라모비치는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 12명에 대한 권리를 가졌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트리스먼 전 회장은 BBC 파노라마에 "축구 클럽주가 다른 축구 클럽 선수들을 소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TPO가 금지된 이유다"라고 했다.

또한 "이는 의구심을 품게 하고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FA 회장이었다면 문서에 대해 조사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아브라모비치가 올해 첼시에 다시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와 관심을 받고 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역외 회사 연계성

2016년 12월 한 은행이 아브라모비치 관련해 의심활동보고서(SAR)를 제출했다.

역외 쉘컴퍼니(Shell Company, 사업 활동이 없고 들어온 돈만 관리하는 명의뿐인 회사)가 연루된 10억 달러(약 1조1633억원) 규모의 의심스러운 지불 건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보고서는 또 "여러 쉘컴퍼니를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소유하고 있으며...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러시아 집권 정치가 가운데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의 자금은 이러한 유령회사 사이에서 계속 순환되며 흘러가는 정황이 보였다.

Extract from SAR mentioning Roman Abramovich

거래 내역을 보면, 한 키프로스 회사가 잇따라 9건의 대금 결제를 했다. 이 돈은 4개 회사에게로 분할돼 지급됐다. 이후 1억5600만 달러(약 1814억 7489만원)가 레스턴 홀딩스로 들어갔다.

이 1억5600만 달러의 자금력을 동원해 첼시는 레스턴의 일부 선수들과 계약할 수 있는 첫 선택권을 가지게 됐다.

키프로스에 있는 회사와 레스턴 홀딩스는 모두 아브라모비치의 회사였다.

어떤 거래 오갔나?

레이스턴 홀딩스는 지난 2011년 페루 출신의 안드레 카리요의 '소유권'의 50%를 확보했다.

스포르팅 리스본에게 알리안자 리마 소속이던 카리요 영입에 필요한 100만 유로(약 13억6909만원)를 빌려주면서였다.

이 금융 거래에는 TPO 협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카리요와 스포르팅 리스본이 6백만 유로(약 82억1490만원)가 넘는 이적 제안을 받아 성사되면 레스턴에 그 금액의 45%를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스포르팅은 카리요가 클럽에서 뛰었던 시즌마다 레스턴에 12만 7000유로(약 1억7388만원) 이상의 '위험 부담금'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스포르팅은 2014~15년 레스턴에 260만 유로(35억5979만원) 규모의 채무가 있었다.

레스턴은 카리요 외에도 각각 2012~2013년, 2012~2016년 스포르팅 소속으로 뛰었던 가엘 에톡과 발렌틴 비올라의 소유권도 갖고 있었다.

'부정 행위 없었다'

전 리버풀의 공격수 존 반스는 BBC파노라마에 TPO가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지만, 선수들이 자신이 몸담은 클럽과 팬들을 향해 정체성과 충성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덕적인 측면, 또 스포츠 정신을 고려해본다면, 선수들의 진실성과 충성심은 100% 소속 클럽에 향해 있어야 한다."

아브라모비치의 대변인은 "비밀스럽게 이뤄졌다고 해서 그 거래가 불법이거나 당시 규칙이나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순 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이 거래가 피파가 규칙을 바꾸기 전 기간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대변인은 의심활동보고서가 법이나 규칙이 어겼다는 뜻은 아니라며 "이 문제를 우리가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위법행위가 없었음을 확인해 준다. 같은 이유로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누구?

Roman Abramovich in 2007 outside Chelsea's training ground
  • 러시아 부호. 포브스 집계에 따르면 2019년 그의 총 자산은 129억 달러(약 15조104억).
  • 구소련 붕괴 후 석유와 가스로 재산을 모으기 전에는 인형을 팔았다.
  •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자 재벌인 고 보리스 베레좁스키의 사업파트너로도 활동.
  • 러시아 추코트카 지역의 주지사직을 역임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추정됨.
  • 2003년 첼시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 소유주가 됨
  • 2018년 영국에 거주할 수 있는 영국 투자자 비자 연장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짐.
  • 현재 이스라엘 시민권자
FinCEN Files strap

핀센 보고서: 이번에 유출된 핀센 보고서는 주요 은행들이 전 세계 검은돈에 얼마나 눈감아 왔는지는 알려주는 비밀문서다. 이를 통해 런던에 얼마나 러시아발 자금이 넘쳐나는지와 더불어 영국 금융 시스템의 취약점이 드러났다.

버즈피드 뉴스가 입수한 이 자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전 세계 400명의 기자에게 공유됐다. BBC의 경우 파노라마 팀이 대표해 핀센 보고서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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