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랩터 나와!" 램 1500 TRX 등장..정체가 뭐니?


미국에선 픽업트럭 1~3위 판매량 합계가, 우리나라 연간 자동차 등록대수보다도 높다. 그 중에서 1위는 수십 년째 바뀌지 않는다. 포드 F-시리즈다. 지난해 판매량은 무려 89만6,526대. 2~3위는 각축전이다. ‘만년 2인자’는 쉐보레 실버라도였는데, 지난해 램 픽업이 5만 대 이상으로 제쳤다(램 픽업 : 63만,3694대 / 실버라도 : 57만5,569대).

1위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이미지를 리딩할 수 있는 ‘랩터’ 모델의 존재도 한 몫 한다. 강력한 파워트레인과 매콤한 안팎 디자인, 험로 타이어로 무장한 스페셜 버전이다. 최근 포드 랩터와 맞대결 치를 신차가 나왔다. 램 1500 TRX다. 과연 F-150 랩터와 비교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우선 엔진 파워가 더 막강하다. F-150 랩터는 V6 3.5L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과 10단 자동기어를 맞물려 최고출력 450마력을 뿜는다. 0→시속 60마일 가속은 5.7초에 끊는다. 램 1500 TRX는 FCA 그룹 내 고성능 머슬카가 즐겨 품는 ‘헬켓’ 엔진을 쓴다. V8 6.2L 가솔린 수퍼차저 엔진과 8단 자동기어를 맞물려 최고출력 702마력을 토한다. 0→시속 60마일 가속은 불과 4.5초. 육중한 덩치가 무색할 만큼 호쾌하다.

그런데 나머지 부문은 눈에 띄는 차이가 없다. F-150 랩터는 3.0인치 폭스 댐퍼를 쓰고, 램 1500 TRX는 2.5인치 빌스테인 댐퍼가 들어갔다. 최저지상고는 각각 292, 299㎜로 TRX가 소폭 높다. 진입각은 30.2°로 동일한 가운데 최대 도강깊이 역시 812㎜로 같다. 즉, 최고출력을 제외하면 어린 호랑이가 늙은 여우를 이길만한 구석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수치가 꼭 대수랴. TRX는 화끈한 외모만으로 소유욕을 불러일으킨다. 램 특유의 우람한 표정은 유지하되, 보닛 중앙을 볼록하게 빚고 숨구멍을 뚫었다. 헬캣 엔진의 존재감이 또렷하게 느껴진다. 네 발엔 35인치 AT 타이어와 비드락 휠을 신겨 더 터프하다. 통상 미국인은 ‘반짝이’ 크롬을 좋아하지만, TRX는 사이드미러, 윈도우 몰딩, 테일램프 주변부, 레터링 등을 모두 블랙으로 치장했다.




실내는 각종 물리버튼을 줄이는 요즘 트렌드와 결이 다르다. 투박하고, 남성적이다. 워낙 차체 크기가 넉넉하다보니, 중앙 12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아담해 보인다. 컬러 코드는 블랙&레드. 스티어링 휠과 암레스트 등 곳곳에 알칸타라를 씌워 고성능 분위기가 물씬하다. 남자들 환장하는 CFRP(카본섬유강화플라스틱)도 군데군데 자리했다.

투박하다고 해서 시대와 동떨어진 건 아니다. 기어레버 앞쪽엔 스마트폰 무선 충전패드를 마련했고, USB 포트는 앞좌석에만 C타입 2개, 일반 타입 2개 등 총 4개나 갖췄다. 커다란 터치스크린을 품었지만, 조작빈도가 높은 공조장치는 모니터 밖으로 뺐다. 아울러 사륜구동 시스템 조작부는 모니터 왼쪽에 보기 좋게 나열했다. 4WD 오토, 로우 기어를 지원하며 오프로드 저속 크루즈컨트롤 기능도 챙겼다. 이외에 옵션으로 B&O 프리미엄 오디오와 레카로 시트를 마련했다.


픽업트럭 마니아를 현혹시킬 다양한 아이템을 무장했지만, ‘가성비’가 뛰어나진 않다. 랩터와 비교해도 그렇다. 램 1500 TRX는 6만9,995달러(약 8,309만 원)부터 시작하고, F-150 랩터는 같은 크루캡 기준 5만6,440달러(약 6,699만 원)부터 시작한다. 과연 TRX는 ‘원조’ 고성능 픽업트럭, 랩터 브랜드를 이길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F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