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토론회: 트럼프와 바이든, 두 노장의 양보없는 맞대결

조회수 2020. 9. 29.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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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두 대선 후보의 첫 TV 토론회가 열린다.
29일 미 대선 후보 TV 토론회가 열린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한 달 남짓 앞둔 지금. 이제야 선거 시즌이라는 느낌이 든다. 마침내, 29일 첫 TV 토론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토론회가 열리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로 향하는 이동 차량엔 평소와 같이 도넛과 미지근한 커피가 있었다. 올해 바뀐 풍경이라면 손 소독제와 소독 물티슈, 마스크가 보인다는 거다.

2020년의 대선 레이스에 온 것을 환영한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TV 토론회. 이는 미국 대선에서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다.

두 노장의 결투다. 둘의 나이를 합치면 151세다. 이들은 각각 무대에서 결정적인 공격의 기회를 찾을 것이다. 하지만 둘 다 나비처럼 춤추고 벌처럼 쏘지는 못할 듯싶다.

TV 토론회는 미국 선거의 판세를 바꾼다고 보기 어렵다. 이미 존재하는 흐름을 가속화하는 역할 정도로 볼 수 있다.

1960년 처음 방송된 TV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존 F. 케네디는 능구렁이 같이 노련했던 리처드 닉슨에 비해 약한 경쟁자였다. 당시 케네디는 가톨릭 신자로서 이에 대한 편견 또한 극복해야 했다.

놀랍게도 TV에 비친 케네디는 침착하고 흔들림 없었다. 반면 닉슨은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땀을 흘리며 불같은 성격을 드러냈다.

그렇게 케네디는 전세를 역전시켰고, 박빙의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렇다면 내일 클리블랜드에서는 어떤 토론회가 펼쳐질까? 이번 토론회가 대선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까? 아니면 지금 추세를 다시 확인하는 자리가 될까?

The stage is set in Ohio, literally not virtually, for the first debate clash

트럼프 캠페인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노망끼가 있으며 문장조차도 끝낼 수 없는 지경에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때때로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한 얘기를 할 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이유가 어렸을 때 앓은 말더듬증 후유증이란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문장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늘어지며 꼬인 문법으로 그 뜻을 잃을 때가 있다.

트럼프는 바이든이 토론 실력 향상을 위해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지 토론회 전이나 후에 약물 검사를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토론회 무대 위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 자신이 이룬 경제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할 것이고, 바이든의 아들 헌터가 바이든 부통령 시절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 이사회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추궁할 것이다.

우리가 2016년 토론회에서 봤듯,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카드를 동원해 경쟁자에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집중하고자 할 것이다.

전설적인 탐사보도 기자인 밥 우드워드의 책에서 묘사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공격이 나올 수도 있다.

조지 플로이드와 브리오나 테일러의 죽음으로 올해 미국을 휩쓴 인종차별 문제는 어떤가.

트럼프 대통령은 법과 질서를 우선하며, 교외 지역사회가 좌익 폭도들의 횡포로 위험에 처했다고 강조할 것이다.

반면 바이든은 인종차별에서 오는 불의를 강조하며, 사회 치유의 필요성을 언급할 것이다.

이 둘은 서로 다른 현실에서 살고 있다. 마치 각각 평행 우주를 걷는 것 같이 말이다.

크리스 월리스는 지난 대선 토론회에서도 사회를 맡았다

두 후보가 서로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진행하는 일은 폭스뉴스의 크리스 월리스가 맡았다.

월리스는 강적이다. 냉철한 그는 준비를 철저히 하고 토론회에 등장할 것이다. 후보들이 사전에 한 말을 반복하도록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두 후보가 충분히 긴장할 부분이다.

토론회 주제는 이미 공개됐다. 하지만 토론회 시작 하루 전 변수가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소득세로 단 750달러(약 88만원)을 냈다는 보도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3억 달러 이상의 개인 채무를 지고 있으며, 입수한 자료를 보면 그가 미국 TV쇼 어프렌티스에 출연하는 동안 머리 손질에 7만여 달러를 쓴 것으로 처리돼 있다고 주장했다. 미용실 값 치고 너무 비싼 것 아닌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보도가 "가짜뉴스"라고 반박하고 있다.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당시 연방세를 거의 내지 않은 트럼프를 비난했다. 이 납세 문제를 두고 트럼프를 궁지로 몰아넣으려 했지만, 그는 되려 “이것이 나를 똑똑한 사람으로 만든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당기 이 같은 그의 태도에 열광했다. 하지만 당시 그는 민간 사업가였다.

미국 대통령인 그가 세금으로 단 750달러를 냈다는 거 아닌가? 이번에는 좀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바이든은 수십 년을 정치에 공헌한 프로 정치인이지만, 토론회에서 그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 전 민주당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그는 밋밋하게 그지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우린 코로나19 사태 이후 바이든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없었다. 이와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기자회견과 연설을 통해 활발하게 대중 앞에 섰다. 그 누가 트럼프 대통령이 카메라에 찍히지 않은 24시간을 기억할 수 있나?

하지만 이게 지금 미국인들에게 주어진 두 선택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끄럽고 공격적인 투사인 도널드 트럼프냐 조용하고 침착하며 상냥한 노장인 조 바이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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