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 욕심에 골프 포기하려 했다

드라이버로 쳤다 하면 300m 이상 공을 날리는 파워 넘치는 장면에 속이 후련하다. 근육질 선수들의 장타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국 PGA에 새 장타 시대가 열렸다. 타이거 우즈(45) 이후 이렇다 할 흥행요소를 못 찾던 PGA가 장타라는 핵무기로 골퍼들을 매료시킨다.
단연 필드의 물리학자로 불리는 디섐보(27)가 주역이다. 새로운 골프 패러다임이 탄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 9일 라스베이거스 TPC서멀린 7번홀(파4).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첫날 348m 파4인 그린에서 1m 퍼팅을 준비하던 앞 선수에게 공이 굴러왔다.
뒷조인 디섐보가 티샷한 공이 핀 4.5m 가까이 날아온 것이다. 도그레그 홀이어서 앞 상황을 모르고 시간적으로도 앞 조가 빠져나갔을 것으로 생각하고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앞 선수가 퍼팅에 성공했기에 망정이지 자칫 시비가 일어날 뻔했다.
이 홀에서는 티샷으로 공을 처음 그린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그는 불을 뿜는 장타로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잡아 선두로 나섰다.
장타를 무기로 파5홀(3개)과 파4홀(2개)에서 이글 퍼팅을 시도해 모두 버디를 잡았다. 대회 첫날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322m였다.
코로나19 시대에 무관중 경기를 펼치던 PGA로선 새 볼거리를 제공하는 디섐보가 고맙기 그지없다. PGA 측은 장타 3인방인 디섐보, 캐머런 챔프(25), 매슈 울프(21)를 한 조에 엮었다.
이날 세 명이 합해서 300야드(274m) 이상 공을 날린 횟수는 28번. 골프팬들에게 코로나 블루를 날리기에 이만한 묘약이 없었다.
2017년 평균 비거리 277m였던 디섐보는 체중을 18㎏ 더 늘리면서 올 시즌 313m 최고 장타자로 올라섰다. 몸무게를 1㎏ 늘릴 때마다 비거리가 2m씩 늘어난 셈이다.

솔직히 말하면 장타로 인한 기쁨은 잠시였고 그로 인해 긴 슬럼프를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장타를 내고 싶어 스윙까지 바꿨다가 완전히 망가져 골프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지난해 12월 우연히 필드에서 스윙을 바꿔 티샷을 했는데 평소보다 20m 정도 공이 더 나갔다. "왔구나" 싶어 그 우연한 스윙을 기억해서 나의 새로운 스윙으로 만들어갔다.
올해 초까지 순조로웠다. 동반자들도 거리가 예전보다 훨씬 늘었다며 부러워하고 스코어도 좋았다. 그립과 셋업, 스탠스 모두 달라졌다.
레슨을 받은 것도 아니고 우연히 찾아온 장타 선물이었다. 나에게 새 골프인생이 펼쳐지는구나 싶었다. 그 스윙을 잊지 않으려 부단히 연습했다.
골프가 쉬워졌다. 예전 같으면 티샷한 후 롱 아이언을 잡았는데 이젠 8번 이하면 충분했다. 아이언엔 원래 자신 있어 예전보다 5타 정도 타수가 줄었다.

빨랫줄처럼 뻗어나가던 공이 슬라이스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전날까지 잘 나가던 공이 힘만 주면 오른쪽으로 긴 포물선을 그렸다.
이후 계속 필드를 찾았지만 허사였다. 스포츠센터에서 연간 회원권을 끊어 매일 연습해도 결코 장타는 돌아오지 않았다. 연습 때와 필드의 상황도 달랐다.
결국 레슨을 받기로 했다. 교습가가 원 포인트 레슨과 전면 레슨 중에 선택하라고 했다. 거의 울상으로 절박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원 포인트 레슨을 받았지만 잃어버린 장타를 찾을 수 없었다. 필드에선 허사였다.
지켜보던 동반자들이 어찌된 일이냐며 안타까워했다. 거의 동네북이 됐다. 평소에 하수로 여기던 사람마저 레슨을 일삼는 바람에 속이 더 상했다. 장타가 아니라 예전 거리에도 미치지 못하고 악성 슬라이스 고통마저 더해졌다.
결국 연습장에서 혼자 다양한 스윙을 시도했다. 스포츠센터에서 하루 두 번 이상 연습한 날도 많았다. 장타가 아니라 보통 거리의 정확한 티샷만 회복해도 좋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자세를 좀 더 세우고 하체와 머리를 단단히 고정한 다음 헤드를 길게 뒤로 빼면서 상체를 꼬며 코킹하는 스윙이 내 눈에 들어왔다. 어느 날 다른 사람의 레슨 장면을 눈여겨본 것이 주효했다.
문제는 실전 적용이었다. 성적에 구애받지 않는 편안한 골프 모임에서 과감하게 시도했다. 처음엔 약간 어색하더니 이내 안정을 찾았고 공도 나갈 만큼 나갔다.
기뻤다. 그날 귀가해서 바로 연습장으로 달려갔다. 셋업과 그립, 테이크 백, 코킹, 폴로 스루 매뉴얼을 생각하며 연습했다. 뇌리에서 잊지 않도록 명심하며 공을 쳤다.
한 번의 실전으론 부족하다. 그다음 라운드에도 그 스윙으로 임했는데 다행히 큰 굴곡이 없어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두 홀 정도 페널티 구역으로 공이 나가는 일이 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티샷 거리는 약간 줄었지만 동반자 가운데 상위권이다. 8월부터 예전 스코어가 돌아왔다. 우여곡절 끝에 5개월 만에 정상에 가까운 티샷을 찾아 천만다행이다.
예전과는 다른 스윙이란 생각이다. 정석인지 변형인지는 모르겠지만 힘이 덜 들고 편안하다. 장타라는 불로초를 구하려고 용궁에 갔다가 탈출한 느낌이다. 3년 전에도 장타를 내려다 비슷한 현상이 있었는데 그땐 악성 훅으로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스윙이 무너졌을 땐 실내 연습장과 인도어 연습장 등에서 여러 시도를 하고 나에게 맞는 스윙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편안하고 거리도 난다면 그 스윙을 고착화하면서 밀고 가는 겁니다."
서울 서초구 소재 라온골프아카데미 김명선 원장의 말이다. 레슨을 옆에서 지켜보며 새로운 시도로 나에게 맞는 스윙을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장타를 탐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티샷만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우연한 스윙으로 다시 한 번 큰 장타가 찾아오면 내 마음이 또 혹할까.
아무리 골프가 좋아도 디섐보처럼 20㎏이나 살을 찌우면서 장타를 내고 싶진 않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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