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중계비 90% 저렴, 조기축구까지 실시간 방송
렌즈 4대 촬영한 영상 AI가 분석
스포츠 뉴스처럼 생생하게 방영
공·선수 움직임 포착, 학습까지
국내도 축구·배구 등 유튜브 중계
데이터 축적 통해 꿈나무 육성도
[스포츠 오디세이] 스포츠 중계 바꾸는 AI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저런 엉터리가 있나. AI는 아직 믿을 게 못 돼”가 아니었다. “AI가 프로축구까지 중계하네”라며 인공지능이 바꾸고 있는 스포츠 세상을 실감하는 분위기였다.
![렌즈 네 개가 달린 픽셀롯 카메라. [사진 와이에스티㈜]](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012/26/joongangsunday/20201226000256782cpkt.jpg)
이 시스템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카메라를 경기장에 설치하는 것,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뿐이다. 따라서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기존 중계 비용의 90%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유튜브 중계 보고 학부모들 열광
그렇다면 AI가 하는 일은 뭘까. AI는 렌즈 4대가 촬영한 걸 합성한 16대 9 대화면 속에서 어떤 장면을 보여줄 지 결정한다. AI는 방송 분야 전문가의 카메라 워킹을 학습해 패턴을 축적한다. 축구의 경우 골키퍼가 길게 골킥을 했을 때 공만 따라가는 게 아니다. 줌아웃을 해 공이 떨어질 곳 주위에 포진한 양 팀 선수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공이 떨어지는 곳에서 헤딩 경합을 하는 선수들을 줌인으로 비춰준다. 그 다음은 볼을 잡은 선수 중심으로 카메라 워킹을 진행한다.
농구의 경우 외곽에서 패스가 돌아갈 때는 큰 화면으로 공과 선수들의 움직임을 잡는다. 그러다 골밑을 향해 드라이브인을 하면 그 선수를 줌인해 보여주는 식이다. 국내에서도 AI가 촬영한 축구·농구·배구 중계 화면을 봤는데 마치 스포츠뉴스나 실제 중계를 보는 느낌이었다.
미국에서는 전미고교스포츠협회(NHFS) 산하 1만9500개 학교를 대상으로 중계 서비스를 하고 있다. 월 10.99 달러 구독료를 내면 전 경기를 실시간 볼 수 있다. 멕시코축구협회는 국가대표부터 아마추어까지 모든 경기를 픽셀롯 시스템으로 중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도 스타트업인 와이에스티㈜가 픽셀롯과 독점 계약을 맺고 축구·배구·농구·핸드볼 등 아마추어 경기를 유튜브를 통해 중계하고 있다. 이 분야 실무책임자인 윤종훈 상무는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장 출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아이의 경기를 보려는 학부모·친지들이 이 서비스에 열광하고 있다. 최소 비용으로 학교 스포츠팀은 물론 동호회 선수들의 뛰는 모습까지 생생하고 실감나게 볼 수 있어 국내 스포츠 중계 지형에 지진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픽셀롯 카메라가 배구 경기를 찍는 모습. [사진 와이에스티㈜]](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012/26/joongangsunday/20201226000258997hbrd.jpg)
학생 선수가 출전하는 대회가 예선부터 모두 중계되고 심지어 동네 조기축구 경기까지 중계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극소수 엘리트나 프로 선수들만 각광받던 스포츠 미디어 환경이 확 달라진다. 지역 스타, 동네 스타들이 뜰 것이다.
AI가 촬영한 영상을 받아 다양한 중계 콘텐트가 유튜브에 올라오게 된다. 예를 들어 서울 동북고와 영등포공고가 경기를 한다면 중계는 학교 방송반 아나운서와 해설가가 편파 중계를 할 것이다. 이들은 친구 선수들의 시시콜콜한 히스토리를 아니까 더 재미있고 실감나는 중계를 할 수 있고, 학교 스타를 넘어 파워 유튜버로 성장할 수 있다.
AI 중계는 학부모의 부담도 줄여준다. 대입을 위해 선수가 경기를 뛰는 영상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하는데 촬영업체에 의뢰하면 찍을 때마다 돈이 든다. AI 중계는 영상의 표준화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이뤄준다. 학부모는 큰 부담 없이 자녀의 플레이 영상을 축적하고, 약간의 수수료만 내면 AI가 편집한 개인 포트폴리오를 받을 수 있다.
영상 분석 ‘제2 손흥민’ 발굴 가능
현재 AI 중계에는 기본적인 화면과 스코어 등만 제공된다. 앞으로는 다양한 그래픽과 느린 화면, 다시보기, 아나운서 멘트와 해설 등이 가미될 것이다. ‘캐스터 배성재-해설 신문선’ 같이 마음에 드는 중계진을 고를 수도 있고, 학교 축구장 경기를 찍은 뒤 배경을 입혀 바르셀로나 누캄프에서 뛴 것처럼 바꿀 수도 있다. 콘텐트의 무궁무진한 확장이 가능하고, 이는 스포츠 산업의 발전으로 연결된다.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건 영상 데이터의 축적이다. 기존의 플레이 분석 시스템과 협업한다면 ‘A라는 플레이를 잘 하는 초등학생 B선수가 10년 뒤 국가대표가 됐다’는 기록과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제2의 손흥민·이강인’을 발굴해서 키워낼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월드컵경기장 내에서 국내 최초 축구 테마파크 ‘풋볼 팬타지움’을 운영하는 정의석 대표는 “스포츠는 IT와 만나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발전했다. 여기에 AI 기술이 접목된다면 무궁무진한 콘텐트를 만들어내고, 스포츠의 개념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햇빛에 반짝 부심 대머리, 공으로 착각해 중계 실수

와이에스티㈜ 윤종훈 상무는 “아직 AI 중계가 완벽하지는 않다. 다행인 점은 AI의 오류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그것을 밝혀낼 수 있다는 거다. 사람이 실수를 한 것은 이유를 찾지 못하거나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AI는 선수 또는 심판의 대머리가 낮 경기에서 햇빛을 받으면 공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걸 학습하지 못했던 것이다. 오류를 일으킨 소프트웨어는 이틀 만에 수정됐다. AI는 이번에 새로운 케이스를 학습하게 됐고, 덤으로 픽셀롯을 홍보비 한 푼 없이 전세계에 엄청나게 홍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I는 하이라이트를 만들 수도 있다. 축구의 경우 골 장면을 다시 보여주는데, 골 그물 안에 공이 들어가 있거나 같은 팀 선수들이 모여서 뒤엉켜 있으면 골이 터진 것으로 인식하고 그 장면 앞뒤로 15초 정도를 잘라서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16개 종목의 중계를 AI가 큰 문제 없이 해낼 수 있다. 축구·배구·농구 등 사각 경기장에서 일정한 패턴으로 공이 오가는 경기에선 크게 오작동 할 게 없다. 지금보다 카메라의 해상도를 높이고, 줌인을 더 크게 하는 정도로 발전할 수 있다. 카메라 수를 늘려 다양한 장면을 교차해서 보여준다면 AI는 스포츠 중계 PD가 하는 일을 거의 완벽하게 대체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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