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인도에서 아동 혼인과 인신매매가 늘어난 까닭

조회수 2020. 9. 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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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을 위한 인도의 봉쇄 조치는 아동 혼인과 아동 노동착취 사건 발생을 증가시키는 등 미성년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쳤다.
봉쇄 조치 이후 유아 결혼과 아동 노동착취 신고가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인도의 봉쇄 조치는 아동 혼인과 아동 노동착취 사건 발생을 증가시키는 등 미성년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쳤다고 BBC의 디비야 아리야가 보도한다.

13세의 라니는 그의 일생 첫 전투에서 이겼다. 라니의 부모는 올 여름 딸을 강제로 결혼시키려 했지만 라니는 외부에 도움을 청했고 결혼을 막을 수 있었다.

라니(가명)는 인도 정부가 지난 3월 갑자기 봉쇄 조치를 내렸을 때 8학년이었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학교부터 사업장까지 모든 것을 차단시켰다.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에 결핵을 앓고 있던 라니의 아버지는 남편감을 찾았다. 그러나 라니는 행복하지 않았다.

“왜 다들 여자 아이들을 빨리 결혼시키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어요.”

“부모들은 학교에 가고 돈을 벌기 시작해서 독립적이 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이해하지 못해요.”

인도에서 18세 미만의 여성이 결혼하는 것은 위법이다. 그러나 인도는 세계에서 아동 신부가 가장 많은 나라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전세계 아동 신부의 3분의 1 가량이 인도에 있다. 유니세프는 매년 최소 150만 명의 18세 미만 여성이 결혼한다고 추정한다.

올해는 더 심각할 수 있다. 아동을 위한 전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일드라인은 2019년 대비 올해 6월과 7월에 조혼에 대한 전화 상담이 17% 증가했다고 한다.

3월말 시작된 봉쇄 조치가 6월초까지 이어지면서 수백만 명이 직업을 잃었다. 상당수는 비공식적으로 일하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로 더 깊은 가난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정부에 따르면 1000만 명 이상의 이주 노동자들이 봉쇄 조치 이후 직업을 잃어 다시 고향땅으로 돌아갔다 한다. 불안감을 느끼는 시골 지역의 부모들은 딸들을 빨리 결혼시켜버리는 게 그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 여긴다.

인도는 6월초부터 봉쇄를 해제하기 시작했지만 한번 사라진 직업들은 쉬이 돌아오지 않는다. 경제도 여전히 좋지 않고 학교 또한 계속 폐쇄된 상태로 취약한 미성년자들은 집에 머무르고 있다.

인도에서 학교는 변화의 주체였다. 특히 라니가 사는 인도 동부의 오디샤 같이 가난한 동네에서는 더욱 그랬다. 학교는 소녀들이 가족으로부터 결혼의 압박을 받을 때 교사와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다.

아동 전화상담소에 따르면 아동 혼인에 대한 상담 전화가 늘었다

그러나 학교가 폐쇄되면서 이들을 위한 중대한 안전망이 사라졌다.

유니세프의 아동 혼인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스미타 칸조우는 “극도로 가난한 공동체에서는 여성의 교육에 대한 인식이 부족합니다. 학교를 떠나게 되면 가족들로 하여금 이들을 다시 학교로 보내게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라니의 학교 단짝 친구는 올해 초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라니는 아동 전화상담소 차일드라인에 전화를 해 자신의 결혼을 중단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현지 NGO와 경찰의 도움으로 차일드라인의 직원들이 결혼식을 중단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라니의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얼마지 않아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학교가 다시 열리면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요. 하지만 이제 아버지가 없어서 일을 더 많이 해야 해요.”

“어머니의 집안 살림을 돕는 게 제가 할 일이에요.”

소년들에게도 상황은 절박하다. 칸조우에 따르면 가족 부양을 위해 십대 소년들이 공장에 떠밀리는 사례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인도에서 아동을 고용하는 행위는 형사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2011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인도의 2억6000만 명의 아동 중 1000만 명이 노동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들에게도 편한 결정은 아니다. 봉쇄 4개월이 지나자 판카즈 랄은 자신의 13세 아들을 브로커에게 넘겼다. 그는 먹여 살려야 할 아이가 다섯이나 있었지만 인력거를 끄는 일로는 거의 한 푼도 벌지 못하고 있었다.

인도에서 수백만 명의 아동이 불법적으로 고용돼 일을 하고 있다

랄은 한 달에 5000루피(약 8만 원)를 받고 자신의 고향 비하르 주에서 10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라자스탄에 있는 팔찌 제조공장에 아들을 보내기로 합의했다.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가족에게 이는 상당한 금액이다.

그는 아들을 저 멀리 보내기로 한 결정에 대해 설명하다 눈물을 터뜨렸다.

“제 아이들은 이틀째 굶었어요.”

“저는 브로커에게 제가 일을 하겠다고 했지만 브로커는 이 작업에는 작은 손가락이 필요해서 저는 쓸모가 없다더군요. 아들을 보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교통이나 이동에 대한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브로커들은 강력한 연줄을 동원해 주 경계 너머로 아이들을 보낼 수 있었다.

센터다이렉트라는 NGO을 운영하는 수레쉬 쿠마는 곧 위기가 발생할 거라고 말한다. 그는 25년 넘게 브로커로부터 아동 노동자들을 구출해왔다.

그는 “작년에 비해 우리가 구출한 어린이들의 수가 두 배가 넘어요. 마을은 텅 비었고 지난 몇달간 브로커들이 봉쇄 조치로 인해 당국과 경찰이 정신이 팔린 틈을 이용해 세력을 확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차일드라인은 아동 노동에 관련한 신고는 줄었다고 보고했다. 활동가들은 아이들이 부모의 간청에 어쩔 수 없이 순응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여섯 명의 소년들이 버스로 인신매매되던 중 경찰에 의해 구출됐다

정부는 인신매매를 막기 위해 보다 강력한 법을 제정하고 각 주에게 인신매매 단속을 철저하게 할 것을 촉구했다.

주 당국에서도 인신매매에 대한 인식 고취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팬데믹 와중에도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쉼터를 이용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활동가들은 대부분의 브로커들이 권력자들과 연결돼 있어 벌금을 내는 정도로 사건을 무마할 수 있다고 말한다. 쿠마는 가족들이 인신매매를 신고하는 경우가 드물고 경찰에 신고를 하는 사람들은 위협을 받는다고 말한다.

랄의 가족은 운이 좋았다. 그의 아들이 타고 있던 버스가 이동 중 검문을 받았고 그 안에 있던 아이들이 구출된 것이다. 그의 아들은 현재 라자스탄에 있는 아동보호소에서 격리 중이며 곧 고향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제가 나약해진 순간이었어요.” 랄은 말했다. “우리가 빵 한 조각만 먹고 살아야 하더라도 절대 다시는 아들을 보내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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