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코로나19.."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조회수 2020. 9. 5.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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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증상이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한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하고 있다.
토하는 모니크 잭슨

모니크 잭슨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은 팬데믹 초기 무렵이다. 이후 거의 6개월이 지났지만, 증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수천 명 중에 한 명꼴로 나타나는 일이라고 한다. 그녀는 이 상황을 자신의 그림 일기로 만들어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약 1년 전, 모니크 잭슨은 테드에서 버섯에 대한 강연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나무의 생육을 돕는 버섯 곰팡이는 숲 전체에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에, 월드 와이드 웹의 원조라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24주째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그녀는 종종 그 강연을 떠올리곤 한다.

그녀는 자신의 "코로나19 증상 롱테일(어떤 현상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 최근 의료계가 주목하고 있는 바이러스 반응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지난 3월. 초기 증상은 비교적 온순했다. 하지만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고, 몸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지 못한 채 5개월이 지났다.

모니크는 자신을 외향적이라 표현했다. 타이 복싱과 주짓수를 배우러 다녔고, 집에서 런던 중심부에 있는 미술관까지 하루 12마일씩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몇 달새 그녀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이제는 외부 활동은 커녕, 양치질을 위한 체력 비축 방법을 침실 벽에 붙여놓을 정도다.

그녀는 "나는 게으른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어떤 날은 계단을 내려가는 것 정도가 하루 일과의 전부가 되곤 한다.

몸이 따라주지 않자, 그녀는 갑갑함을 달래기 위해 자신의 증상과 치료 과정을 그림일기로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 그림일기는 자신의 몸 상태를 알리고, 그녀와 같이 "장기 투병"을 하고 있는 이들과 소통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롱테일"은 의사들이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코로나19의 특징 중 하나다. 왜 어떤 사람들의 증상은 몸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더구나 이들 중에는 초기에 나타났던 증상이 그리 심각하지 않았던 이들도 있다.

모니크는 친구와 함께 기차 여행을 한 후 함께 감염됐다. 처음에는 두 사람의 증상이 똑같았다. 그때만 해도 서로 연락을 하며 지냈지만, 이후 연락은 서서히 끊어졌다.

모니크는 "처음 겪어보는 이상한 상황이라서 더이상 연락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초기,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당시 런던은 여전히 추운 날씨였지만, 옷을 최대한 가볍게 입고 이마에 얼음을 댔다. 체온계가 품절이라 직접 체온을 재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분명 발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생각한다'는 말은 좀 이상하죠. 많은 경우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지만, 잘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죠."

구급차를 불러 검사한 결과 산소 수치에는 이상이 없었다

2주차로 접어들자, 숨 쉬기가 힘들어졌다. 구급차를 불러 검사한 결과 산소 수치에는 이상이 없었다. "의료진은 제가 증상이 나타난 게 아니라, 공황발작인 것 같다고 말했어요." 당시 영국은 극단적인 상황을 대비해 진단키트를 아끼고 있는 터라, 그녀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았다.

처음에는 자연 치료법을 써보려 했다. 하지만 생마늘과 고추를 먹었는데,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피로감도 심해졌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문자 메시지 보낼 기운도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2주 후, 일부 증상은 호전됐지만 새로운 증상이 나타났다. 그녀는 "가슴 한 가운데를 꼬집으면, 불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웠다"고 했다. "가슴 왼쪽에서 이가 썪을 때만큼 커다란 통증이 느껴졌어요. 심장마비가 생긴 거라고 생각했죠."

111(영국의 의료상담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었더니,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라는 조언이 돌아왔다. 분명한 원인은 모르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통증이 사라지자, 음식을 먹을 때마다 목이 불타는 듯했고 복통도 생겼다. 의사들은 궤양으로 진단했다. 이후 이 증상은 바이러스로 인한 위장의 문제로 판정됐다.

6주째 무렵에는, 소변을 볼 때마다 따가움과 함께 아랫쪽 허리에서 통증이 시작됐다. 의사는 세 차례 항생제를 투여한 후에, 박테리아 감염의 문제는 아니라는 판정을 내렸다.

그녀는 "그냥 통증이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사라졌어요."

모니크는 그 과정에서 소셜미디어를 차단했다. 코로나19에 대한 글을 보면 불안해졌고 호흡이 가빠졌기 때문이다. 평소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뉴스를 챙겨보던 그녀가 더이상 뉴스를 보지 않게 됐다.

그녀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시체 사진에 충격을 받은 후, 소셜미디어를 볼 때마다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질까봐 두려워졌다. 소셜미디어 대신 온라인 쇼핑을 하기로 했지만, 사이즈를 입력하려고 검색창을 이용할 때마다 새로운 증상에 대해 검색해보고 싶은 욕구와 싸워야 했다. 그녀는 "구글을 이용하는 것이 무서워졌다"고 했다.

이후에는 뉴스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친구를 통해 듣기로 했다. 그런데 친구가 들려준 소식이 흑인과 소수인종에서 사망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다인종 가족 출신인 모니크는 또 다시 두려워졌다.

그녀는 "검은색 피부의 사람들이 모두 죽음을 맞는 공포 영화같았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증상은 더 난해해졌다

어느날은 욕조에 누워 팟캐스트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진행자가 많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고 있다고 무심코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벌떡 일어나, 미국에 있는 친척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고 나니 최근 그녀가 의지해온 사람들 다수가 유색인종이라는 게 떠올랐다. 그녀가 탔던 우버의 운전사, 병원 직원, 모통이 식료품 가게 사람들 등. 그녀는 "코로나19 속에서 내가 마주치던 모든 이들이 유색인종이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증상은 더 난해해졌다. 누군가가 귀와 목을 조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손이 갑자기 파랗게 질리기도 했다.

그녀는 "매일 새롭게 나타나는 증상을 문의하려고 전화를 걸다보면, '정신적으로는 괜찮냐?'는 질문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 말에 담긴 뜻은 제가 말한 증상이 치료가능한 게 아니거나 실제 통증이 아니라는 것이겠죠."

이상한 뾰루지가 몸 전체에 돋거나 발가락이 빨갛게 달아오를 때도 있었다. 때로는 칼에 찔린 듯한 통증이 느껴져 잠을 설치기도 했다.

어느날 밤이었다.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는데, 오른쪽 얼굴이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곧장 거울 앞으로 가서 확인했지만 이상은 없었다. 혹시 뇌졸중은 아닌지 걱정은 됐지만, 의사들은 그런 징후는 없다고 했다.

이상한 감각은 온 몸으로 퍼져갔다. 때로는 누군가가 손으로 다리를 붙잡고 있거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입안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을 의사들에게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5~10분 정도 되는 전화 상담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녀는 "의사들이 나한테 '당신은 코로나19에 걸린 게 아니다. 지금 이 증상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해줬다면, 조금 더 괜찮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받은 도움에 대해 말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건강보험 관계자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그들의 노력이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마침내 9주 전 모니크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검사를 받기까지 그녀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킬까봐 노심초사했다.

정부에서는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혹은 증상이 없더라도 의심이 된다면 7일간 격리할 것을 권했다

정부에서는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혹은 증상이 없더라도 의심이 된다면 7일간 격리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녀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집안 내에서 접촉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했다. 냉장고를 열 때 각자 사용할 부위를 다르게 정했다. 식사도 각자의 방에서 혼자서 했다.

하루는 친구와 바람을 쐬러 집 근처 공원으로 갔다. 꼬마 아이가 그녀에게 달려왔고, 모니크가 몸을 돌려 피했다. 아이의 어머니가 불같이 화를 냈다. 모니크는 감염되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바이러스를 퍼뜨릴까봐 두려웠다고 설명했다. 아이 어머니는 '아픈 사람이 집에 있어야지 왜 나오느냐'고 말했다.

그녀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그녀는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데, 자신의 일기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녀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그녀는 "'내가 코로나19에 강박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고 했다.

마침내 영국 정부가 증상을 보이는 모두에게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기쁜 소식이었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그녀가 갈 수 있는 유일한 검사소는 드라이브 인으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그녀에겐 차가 없었다. 그녀는 "내 친구들 대부분도 운전을 못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한 친구가 나섰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친구가 위험해졌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검사소에서는 6월의 땀에 흠뻑 젖은 군인들이 그들을 맞이했다. 면봉으로 검체를 채취하는 그들은 언뜻 보기에도 꽤 어려보였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친구들과 가족에게 전염시키지 않을 것이기에 큰 위안이 됐다. 하지만 조금도 나아진 것 같지 않아서,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숨쉬는 일은 조금씩 나아졌다

감염 이후 4개월쯤 되었을 때 그녀는 이사를 했다. 청소 같은 간단한 일도 쉽지 않아서 도와줄 사람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

숨쉬는 일은 조금씩 나아졌다. 숨이 가빠서 쉽지 않았던 계단 오르기도 조금씩 괜찮아졌다.

하지만 방 청소를 위해 진공청소기를 4분 정도 돌리다가 숨이 차서 쓰러지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는 3주 동안 침대 신세를 져야 했다.

모니크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의사들 역시 이처럼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해요. '모니크, 상태가 조금 나아지만, 너는 다시 자전거도 타고 복싱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 집에도 놀러올 수 있게 될 거야.'라고요. 하지만 제게는 그 말이 별로 도움이 안 돼요."

의사들 역시 이처럼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다.

모니크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때로는 계획을 세워도 몸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보다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제가 의사들과 이메일과 대화를 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나면, 양치질 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피로감을 느낀다는 겁니다."

거울 보는 모니크
그녀는 현재 상황을 다스리기 위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그녀는 현재 상황을 다스리기 위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 필요한 모두가 건강보험을 통해 이러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물론 예상치 못했던 재미있는 일도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버섯 애호가들과 친해진 것이다. 그녀는 버섯에 항바이러스 성질이 있다는 게시물을 올린 적이 있다. 물론 버섯은 이것 외에도 더 놀라운 일을 한다.

버섯은 나무 뿌리에 닿아 있는 균사체의 열매다. 균사체는 뿌리와 영양분을 교환한다. 많은 곰팡이 전문가들은 버섯이 건강한 나무의 영양분을 다른 나무에게 나눠준다고 말한다.

더 많은 이야기는 모니크의 인스타그램 계정(@_coronadiary)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녀는 자신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는 친구들을 보며 버섯을 떠올리곤 한다. 그녀가 병에 걸린 이후로 크게 의지해온 사람들이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에 "방 안에 고립되었다"며 "하지만 그 어느때보다도 사람들과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있다"고 썼다.

더 많은 이야기는 모니크의 인스타그램 계정(@_coronadiary)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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