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미생물에서 유래한 ‘천연 치료제’ 샘플 개발

- 농작물 병해 예방 효과 있는 곰팡이성 미생물 활용
- 기존 치료제 대비 2배 가까운 치유 촉진 효과

바닷가 토양의 곰팡이를 활용한 상처 치료제 샘플이 개발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전북 부안군 바닷가에서 확보한 곰팡이의 성분을 통해 상처 치료 효능이 있는 물질을 최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업은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섬·야생생물 소재 선진화연구단이 2023년부터 진행 중인 환경부 과제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전남대학교 약학대학 조남기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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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치료제 대비 빠른 회복 효과

개발된 상처 치료제 샘플은 ‘트리코더마 비리데(Trichoderma Viride, 이하 T. viride)’라는 곰팡이를 활용해 만들어졌다. 치료제 샘플에는 T. viride에서 유래한 펩타이드 ‘알라메티신’을 비롯해 갑각류 껍질에서 추출되는 키토산 등 천연물질이 포함됐다.

알라메티신(Alamethicin)은 주로 곰팡이성 미생물에서 유래한 펩타이드로, 뛰어난 항균 효과를 가지고 있다. 세균의 세포막에 결합해 구멍을 만드는 방식으로 세균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이로써 항균 및 상처 치유에 도움을 주는 성질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토산은 상처 치료와 관련된 여러 효능을 가진 다당류(탄수화물)의 일종이다. 키토산은 수분을 잘 흡수하며, 점착성이 높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상처 부위에 닿으면 점착성을 발휘해 상처를 외부 자극으로부터 차단한다. 상처의 수분을 유지하고 염증을 줄이며 세포 재생을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자연적인 항균 작용으로 상처 부위 감염을 예방하는 데도 기여한다.

만들어진 치료제 샘플의 효능을 알아보기 위해,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균들의 군집을 대상으로 테스트했다. 그 결과, 항생제 내성균 군집을 87%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상처 치유를 얼마나 촉진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시중 유통되는 하이드로겔(수분을 포함한 젤 형태) 제형의 치료제에 비해 약 1.96배 빠른 회복 효과를 나타냈다.

농업 분야 유용성, 의료 영역까지 확대

T. viride는 주로 토양에서 발견되는 곰팡이성 미생물이다. 식물에 병해를 일으키는 원인균을 억제함으로써 식물 성장 촉진에 도움을 주는 곰팡이다. 또한, 식물의 뿌리와 상호작용해 영양소의 흡수를 돕는 작용을 한다.이 때문에 농업 분야에서 농약을 대신한 환경친화적 병해 관리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T. viride는 식물의 성장과 발달을 촉진하고, 식물의 스트레스 저항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농업 분야에서 주로 활용돼 왔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인간을 비롯한 생물의 상처를 치료하고 회복하는 데도 효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물질이 아닌,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미생물이므로 환경친화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화학물질 기반의 치료제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상처 치유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학적으로도 유의미한 발견이라 할 수 있다.

의약품, 화장품 활용 가능성 검토

한편, 연구팀은 이번 샘플 개발 결과에 대해 지난 9월 특허를 출원했다. 향후 세균 감염 관리 및 상처 치유 촉진을 위한 의약(외)품 개발을 목적으로 후속 연구를 확대해간다는 계획이다.

섬·야생생물 소재 선진화연구단 최경민 단장은 “이번 연구는 섬과 연안의 생물 자원을 활용하여, 지속 가능한 생명(바이오) 소재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성과”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최 단장은 “상처 치료용 의약품을 비롯해 화장품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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