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과 애경케미칼이 투자 확대 국면에서 동시에 적자전환되며 AK홀딩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애경산업 매각과 자산 정리로 유동성은 확보했지만, 배당 기반 약화와 캐시카우 이탈이 맞물리며 재무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계열사 간 자금 재배치를 통해 재무 완충 여력 확보에 나서고 있어 구조 개선 성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K홀딩스는 19일 이사회를 통해 주요 종속회사인 애경(영파)화공유한공사의 영업정지를 결정했다. 영업정지 금액은 약 1872억원 규모로 이는 2024년 연결기준 매출액의 4.17%에 해당한다. 영업정지 예정일은 8월31일이다.
이번 결정은 애경영파의 재무 부실에 따른 전략적 후퇴로 풀이된다. 애경영파는 2025년 111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총계가 -119억원에 달하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중국 내 공급 과잉과 수요 침체라는 이중고를 견디지 못한 결과다. 모회사인 애경케미칼은 해당 법인의 회수가능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장부금액 81억7200만원 전액을 손상차손 처리했다.
제주항공·애경케미칼 적자전환
AK홀딩스는 비핵심 자산 매각과 현금 확보를 통해 재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태광산업 컨소시엄에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63.13%를 매각해 약 45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며 단기 재무 부담 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자산 매각으로 일시적 숨통은 틔웠지만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핵심 자회사들의 경영 지표가 악화됐다는 점이다. 제주항공은 2025년 연결 기준 11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그러나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약 46억달러(약 7조원) 규모의 기단 현대화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운항 효율 개선과 단위비용(CASK) 절감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지만 대규모 추가 투자 부담은 지주사의 재무적 완충력을 약화시키는 핵심 리스크로 지목된다.
애경케미칼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글로벌 수요 침체로 가소제 사업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연결기준 1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아라미드 원료 설비 등 신사업 투자를 지속하면서 총차입금은 1년새 1101억원 증가했다. 부채총계 역시 6154억원에서 6779억원으로 늘어나며 재무 레버리지 부담이 확대된 모습이다.
자회사 부실은 결국 지주사인 AK홀딩스의 수익 기반 약화로 이어진다. 지주사는 통상 자회사 배당과 브랜드 수수료에 의존하는 구조인데 현재 핵심 계열사들의 현금흐름은 사실상 경색된 상태다. 애경케미칼은 결산 배당금을 약 136억원(주당 약 279원)으로 결정하며 전년 대비 축소했다. 특히 영업수익의 33.2%를 책임지던 애경산업이 연결에서 제외되면서 연간 110억원 이상의 고정 수익도 사라질 전망이다.
배당 재개를 추진해온 제주항공의 계획도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회사는 결손금 보전 등을 통해 2025년 배당 재개와 함께 2027년까지 별도 기준 배당성향을 최대 35%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2024년 말 891억원이던 이익잉여금은 2025년 말 -228억원의 결손금으로 전환됐다. 상법상 배당 가능 이익도 사실상 소멸한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공업은 고정비 비중이 높은 구조라 수익성이 흔들릴 경우 재무 부담이 빠르게 확대된다”며 “투자가 이어지는 국면에서는 배당보다는 재무 안정화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동성 리밸런싱' 안착할까
다만 AK홀딩스가 부실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자본을 집중하는 전략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일정 부분 주목되는 대목이다. 회사는 지난해 10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해 선제적인 자금 확보에 나섰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만큼 부채비율을 크게 높이지 않으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자회사 지원과 차입금 관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무적 완충 여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계열사 간 자금 재배치를 통해 그룹 내 유동성 순환도 강화하고 있다. AK홀딩스는 2월 제주항공이 보유한 IT 서비스 계열사 에이케이아이에스(AKIS) 지분 100%를 약 433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유동성 압박을 받는 제주항공에 현금을 공급하는 동시에 지주사 차원에서 IT 역량을 통합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전략적 조치로 보인다.
AK홀딩스 측은 "애경영파 영업정지와 자산 매각은 수익성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한 전략적 결단"이라며 "부실 요인을 선제적으로 제거함에 따라 단기적인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나 중장기적으로는 재무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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