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즈] 오염물질 분해하고 전기도 만든다...토양미생물연료전지가 온다

英 연구진, 토양 미생물 연료 전지로 스타트업 계획

미렐라 디 로렌조(오른쪽) 영국 배스대 교수 연구진이 브라질에서 토양 미생물 연료 전지(SMFC)를 시험 작동해보고 있다./영국 배스대

땅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 중 일부는 대사 활동에서 에너지를 생성하고 전자를 세포 외부로 전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토양미생물연료전지(SMFC)는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화학 반응 중에 나오는 전자를 모아 전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화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원리다. 최근 땅속 미생물이 오염물질에 포함된 유기물을 분해할 때 나오는 이런 ‘친환경 전기’의 활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영국BBC에 따르면 미렐라 디 로렌조 영국 배스대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SMFC로 토양을 정화하며 동시에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SMFC는 자연 그대로의 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전기를 모으기 때문에 다른 발전기보다 소량의 전기를 생성한다. 주 성분인 흙이 저렴하고 전지의 수명이 다하더라도 자연으로 바로 돌려보낼 수 있다. SMFC는 탄소 천, 탄소 펠트, 흑연 막대 등 전극의 소재와 50가지 이상의 전자방출균(exoelectrogen)을 다양하게 조합해 만든다.

연구진은 미생물이 포함된 흙을 플라스틱 상자에 넣고 전자를 수집할 수 있는 ‘전극’을 4cm 간격으로 심는 방식으로 SMFC를 만들었다. 디 로렌조 교수는 “일단 설치되면 유지 관리가 거의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만든 SMFC 한 세트는 10파운드(1만 5780원) 미만에 불과하다.

토양 미생물 연료전지(SMFC)는 토양 속 미생물이 오염물질 등의 유기물을 분해할 때 나오는 전기를 모으는 기술이다. /위키미디어, MFCGuy2010(CC BY-SA 3.0)

연구진은 앞서 지난 2019년 브라질 북동부 외딴 마을인 이카푸이의 어촌 마을에서 SMFC 시스템을 활용해 전기를 얻어 물을 정화하는데 성공했다.

이 마을은 우기동안 내린 빗물을 저장해두고 사용해왔다. 하지만 마을에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전기 장치 대신 염소로 물을 소독해왔다. 연구진은 SMFC에서 나온 전기를 정화 장치에 공급해 하루에 물 3L를 깨끗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유럽연합(EU)의 연구지원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미생물로 토양 속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디 로렌조 교수는 “나이지리아의 니제르 삼각주같이 기름이 유출된 지역에 SMFC를 설치하면 미생물로는 토양 속 오염물질을 분해하고 동시에 SMFC에서 나온 전기로는 폐수를 정화할 수 있다”며 “기술 비용이 저렴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SMFC의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스타트업을 설립할 계획이다. 디 로렌조 교수는 “SMFC는 소량의 전기를 생산하지만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한편에선 SMFC를 활용해 토양의 상태를 살펴보는 모니터링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미생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토양의 수분이나 질소 수준, 온도 등에 따라 나오는 전기의 양도 바뀌기 때문이다.

콜린 조셉슨 미국 산타크루스 캘리포니아대(UCSC) 전기 및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미생물이 활동하기 적합한 조건을 알고 있다면 전력 출력이 비정상적일 때 토양 상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추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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