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모두 만족하는 ‘월화수목休休休’… 고정관념이 ‘걸림돌’ [세계는 지금]
96년 전 포드의 혁명처럼
포드, 임금 삭감 없는 주5일제 첫 도입
회사 충성도 향상·이직률 저하 등 효과
美 전산업계에 ‘노동 혁신’ 바람 몰고 와
성공적인 주 4일제 실험
日서 생산성은 40%↑ 전기소비량 23%↓
英 41개 기업 중 35곳 “도입 가능성” 응답
코로나로 ‘재택근무’ 확산도 도입 유인
기업·노동자간 ‘윈·윈’ 과제
기업 비용증가·노동자 임금삭감 고민
업무 효율·삶의 질 향상으로 풀어내야
도입 업종 한정적… 불평등 논란은 우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시행되는 주 4일제 실험은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다.
주 5일, 하루 8시간 노동은 만고불변의 법칙인가. 생산성은 노동시간에 정비례하는가. 한 세기 전부터 해오던 주 5일제는 과연 최후의 노동 형태인가.
주 6일 노동을 주 5일로 전환하는 게 가능했다면 주 4일제 혁명 역시 환상이 아닐 수 있다. 거시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심지어 21세기에는 주 15시간 노동이 표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 발달 등에 힘입어 노동생산성이 향상되면 훨씬 짧은 노동시간으로도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의 생산성을 맞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 등에 따르면 미국의 주 5일제 시작은 포드자동차였다. 창업주 헨리 포드는 제조 공정의 혁신을 바탕으로 1926년 임금 삭감 없는 주 5일제를 도입했다. 휴식일이 늘면 업무 집중도가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 휴일이 늘면 자동차 구입이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막상 시행해 보니 회사·고용주에 대한 충성도 증가, 이직률 저하 같은 부수적 효과도 따라왔다. 포드의 혁명은 미국 전 산업계를 강타했다.
시리얼을 만드는 미국의 켈로그는 한발 더 나아갔다. 1930년 8시간 3교대 근무를 6시간 4교대로 전환했다. 생산성 향상과 함께 결근·이직·인건비 등이 감소하고 산업재해도 41%나 줄었다.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인 일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지사가 2019년 8월 인력 2300명을 대상으로 주 4일 노동을 실험했더니 생산성이 40% 늘고 사무실 전기소비량은 23%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5월에는 부자들의 잔치라 불리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주 4일제 관련 좌담회가 열렸다. 토론자들은 “주 4일제는 초점을 노동시간이 아닌 작업(성과)에 맞추는 것이고, 이는 사회혁명이자 경영혁명”(싱크탱크 뉴아메리카재단 앤 마리 슬로터 소장)이라거나, “성장을 통한 번영은 우리가 더 많은 시간을 일해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100년 전만 해도 주당 70∼80시간 일하던 노동자들이 지금은 그 절반만 일하지 않나”(헤드헌팅 업체 맨파워그룹 요나스 프라이싱 회장)라고 말했다.
포데이위크글로벌 주도로 6월 시작된 영국의 주 4일제 실험에는 금융·마케팅·의료·소매 등 각 분야 73개 기업, 3300여명의 노동자가 참여 중이다.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를 6개월간 적용했을 때 생산성, 노동자 삶의 질, 기업 내 성평등 등의 변화 양상을 분석하기 위해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 미국 보스턴대 연구진이 동참했다.
실험이 반환점을 돈 시점에 나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노사 양측이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조사에 응한 41개 기업 중 35개 기업이 실험 종료 후 주 4일제 유지 가능성에 대해 “그럴 것 같다” 혹은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답했다. 기업 대다수가 생산성이 비슷하거나 개선됐다고 했고, 크게 향상됐다는 기업도 6곳이나 있었다.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기업은 2곳뿐이었다.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던 목소리도 작아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엔지니어링 중소기업 올캡의 공동 소유주 마크 로더릭은 “고객들은 어떠한 차이도 눈치채지 못했다”며 “출근한 날 좀 더 무리하게 일하는 측면이 있지만, 전반적인 직원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직장을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퇴사자가 늘면서 생겨난 대퇴사(Great Resignation) 시대에 주 4일제가 좋은 유인책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경 컨설팅업체 타일러그레인지 측은 CNBC방송에 “주 4일제 실험 참가 이후 입사 문의가 534% 증가했다”고 말했다.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업체 스토리몹도 장기간 비어 있던 일자리를 실험 참가 이후 채울 수 있었다. 마케팅 대행사 라우드마우스미디어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인재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자 이직 유혹을 받는 직원이 많았다”며 “주 4일제 이후 입사 지원이 2배 늘었고 고용 유지율은 80%에서 98%로 늘었다”고 했다.
주 4일제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고정관념이다. 기업은 비용 증가를, 노동자는 임금 삭감을 걱정한다. 특히 근무자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업종에선 노동시간을 줄이면 인력을 추가 채용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세상을 바꾸려면 일주일에 80∼100시간은 일해야 한다”며 최근 인수한 트위터 직원에게도 “고강도 장시간 노동이 싫으면 떠나라”고 한 일론 머스크처럼 장시간 노동이 답이라고 여기는 경영자도 많다.
주 4일제를 도입할 수 있는 업종이 한정적이어서 오히려 노동자 사이의 불평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2008년 미국 유타주, 2015년 스웨덴 예테보리시처럼 지방권력이 바뀌면서 주 4일제 실험이 좌초된 경우도 있다. 민간과 공공 부문이 공감대를 이루고 보조를 맞추는 것도 과제 중 하나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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