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김성태 지시로 2021년부터 조직적 증거 인멸
이화영 前 부지사 법카 등 사용 관련
김 회장 “문제 될 컴퓨터 정리하라”
하드디스크 부수고 본체는 익산 이송
복합기 스캔 내역·메일 계정 삭제도
檢, 법원에 수행비서 구속영장 청구
북송자금·횡령 등 흐름 추적에 전력
金, 금고지기 국내 소환 임박하자
“북송자금은 개인 돈” 주장했다 번복
법무부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에 제출한 쌍방울과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 12명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룹 차원의 증거인멸이 시작된 건 2021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전 회장은 2021년 10월 중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을 받아 쓴 것과 관련해 윤리경영실장 겸 감사인 A씨에게 “문제가 될 만한 부서의 컴퓨터를 미리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한 언론사가 해당 의혹을 취재 중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A씨는 부하 직원에게 윤리경영실 PC 3대의 하드디스크 파쇄를 지시했다.
임직원들은 김 전 회장의 도피는 물론, 조직적인 외화 밀반출도 적극 도왔다. 검찰은 계열사 광림의 부사장과 경영지원본부 담당 임원 등이 “수사관에게 압수수색영장의 범죄사실 출력물을 입수해 수사가 임박했음을 인지하고 김 전 회장을 해외로 도피시키기로 공모했다”고 결론 내렸다.
실제로 이들은 싱가포르행 항공권과 현지 호텔을 예약하는가 하면, 지난해 5월31일 공항에서 김 전 회장을 배웅까지 했다. 지난해 7월엔 김 전 회장을 만나러 가며 각종 음식물과 생활용품을 전달하고, 파타야 리조트에서 김 전 회장과 지내며 술을 마시고 골프를 쳤다. 태국 은신처를 마련하고 현지에서 쓸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해 준 것도 임직원들이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이날 김 전 회장의 해외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 도피)로 수행비서 박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검찰은 아울러 불법 대북 송금, 횡령·배임 등과 관련된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전 회장 금고지기인 김모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 송환이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씨가 국내로 송환되면 김 전 회장과 해외 도피 생활을 함께한 4명 중 1명, 김 전 회장 조카인 서모씨만 남게 된다. 양선길 쌍방울 회장과 수행비서 박모씨는 송환됐고, 김씨도 이번 주 안에 송환될 전망이다.
서씨도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로 일했다. 김 전 회장이 태국에서 도피 생활을 할 때 요리와 잔심부름을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씨가 김 전 회장과 지냈던 점을 감안하면 김 전 회장이 임직원이나 측근들에게 어떤 지시를 했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태국 당국과 그의 뒤를 추적 중이다.
박진영·유지혜 기자, 수원=오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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