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를 가지고 놀면서, 고객에게 ‘기쁨’을 파는 법 - 희차
‘희차가 흑화했다!’
흑화(黑化)는 선량한 인물이 특정 사건을 계기로 인격과 성향이 180도 변하는 것을 가리켜요. 보통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등 이야기 속에서 극적인 재미를 주기 위한 장치로 종종 쓰이죠.
그런데 2022년 4월, 중국 유명 밀크티 브랜드인 ‘희차’가 흑화했다는 소식이 소셜미디어를 뒤덮었어요. 긍정적인 이미지를 줘야 할 브랜드가 흑화되었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요? 국민 밀크티가 부정적인 사건에라도 휘말린 걸까요? 혹은 의도적인 노이즈 마케팅인 걸까요?
희차가 10주년을 맞이해 공개한 ‘흑화’는 스트리트 패션의 대부라 불리는 후지와라 히로시와 컬래버레이션한 결과물이에요. 이 컬래버레이션으로 과열된 크로스오버 마케팅의 새로운 획을 그었죠. 어떻게냐고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포함해 브랜드를 넘어 콘텐츠가 된 희차의 마케팅 전략을 하나씩 살펴볼게요.
희차 미리보기
• 새로운 음료라면 마시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
• 어느 금손의 패러디 로고로 시작된 희차 로고 대전
• 식상해진 컬래버레이션 전략을 업그레이드한다
• 브랜드를 넘어 콘텐츠가 된 희차
2017년 상하이, ‘3시간 이상 대기해야 맛볼 수 있는 밀크티’로 소문나며, 첫 오픈 당일 7시간 넘는 대기 행렬을 만든 가게가 있었어요. 당시 리셀러까지 등장해 1잔당 5천 원 내외 하는 밀크티를 수만 원대로 판매할 정도였죠. 이에, 가게는 신분증으로 1인당 하루 최대 2잔까지 구매를 제한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어요. 업계 최초 실명인증제를 도입해 더욱 유명해진 이 밀크티가 바로 ‘희차'예요.
희차는 원래 황차(皇茶 royal tea)란 이름으로 2012년에 중국 광동 심천 지역에서 탄생했어요. ‘심천의 명물 밀크티'로 유명해졌죠. 심천을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자랑하듯 밀크티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공유했어요. 그 덕에 심천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심천하면 자연스레 황차를 떠올릴 정도였어요. 유명세를 타자 상표권 문제가 불거졌어요. 3년간 분쟁을 벌이다 결국, 기쁠 희(喜)를 붙여 ‘희차'로 이름을 바꾸게 되었죠. 그런데 훗날 돌이켜보면 이는 전화위복 이상의 신의 한 수였어요.
희차가 높은 품질의 차 음료뿐 아니라, 창의력이 넘치는 마케팅, 고객 간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이름 그대로 ‘기쁨을 주는 차'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거든요. 최근엔 Z세대들의 결혼식장에서 희당(喜糖 약혼식이나 결혼식 때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사탕) 대신 희차(喜茶)를 나눠주는 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을 정도예요.
중국 내 밀크티 시장은 한국의 커피 시장 이상으로 치열해요. 하루에도 수많은 밀크티 점포가 오픈하지만 그만큼 많이 사라지기도 해요. 그런데 희차는 브랜드 출범한 이래 많은 경쟁 브랜드가 계속해서 치고 올라오는 와중에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어요. 밀크티 한 잔으로 고객을 줄 세우고, 오픈런하게 만드는 희차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새로운 음료라면 마시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
‘진짜 과일, 진짜 우유, 진짜 차’
희차 차 음료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드러내는 한 줄 카피예요. 희차가 시장에 나오기 전까진 찻잎 분말과 가루우유를 혼합한 가성비 좋은 밀크티 브랜드들의 전성시대였어요. 여기에 설탕을 가득 넣어 맛을 내는데, 설탕을 넣지 않으면 마시기 힘들 정도로 맛이 형편없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