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 금감원장이 사모펀드(MBK)를 ‘먹튀’라고 하면

금감원, 3월 이어 또 조사…MBK 제재·징계 서둘러

국민연금, 사모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시작도 못해

급한 건 홈플러스 새주인 찾기…10만명 생계 달려

이찬진 원장, 전임 이복현 실패 ‘반면교사’ 삼아야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최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대해 다시 조사에 나섰습니다. 지난 3월 검사에 이어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 취임 후 다시 칼을 빼든 것입니다. 금감원은 지난 3월 홈플러스의 기업 회생 신청과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전단채) 발행 경위 등에 대해 현장 검사를 벌였습니다. 당시 금감원은 홈플러스 경영진이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고 전단채를 발행하는 등 기업 회생 신청을 사전에 기획한 정황을 발견했다며 김병주 회장, 김광일 부회장 등 MBK 관계자들을 검찰에 통보했습니다.

금감원만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검찰은 MBK 사무실 및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홈플러스 전단채 사기 발행 혐의를 수사 중입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MBK와 홈플러스, 롯데카드 간 부당 내부거래 의혹을 조사 중입니다.

모든 사정기관이 MBK를 압박하는 와중에 금감원이 다시 동일한 사안에 대해 재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이찬진 신임 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감원이 무엇이든 MBK를 징계할 만한 사안을 찾기 위해 내부 여러 조직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내란 관련 특검 활동과 조직 해체 예고로 검찰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기다리기보다 금감원이 자체 재조사에 나선 것은 MBK 제재를 서두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입니다.

금감원은 이번 재조사에서 10년 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펀드 출자자 구성이나 차입 매수(LBO) 방식의 자금 조달까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금감원은 전임 이복현 원장 시절 조사에서 전단채 발행과 관련한 사기 혐의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주요 출자사(LP)인 국민연금의 투자 손실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금감원·검찰 등 사정기관 총동원된 이유

국민연금은 2015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60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했습니다. MBK는 당시 ‘한국리테일투자’라는 서류상 회사를 만들어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2월 홈플러스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직전 MBK는 RCPS 상환권을 한국리테일투자에서 홈플러스로 넘김으로써 국민연금이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것이 금감원의 시각입니다. 금감원은 국민연금과 사전 협의 없이 상환권을 홈플러스에 넘긴 것은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불건전 영업 행위로 봅니다. 금감원은 철저한 검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MBK에 대해 중징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예상되는 중징계로는 기관경고, 영업정지, 등록취소 등이 있습니다. 기관경고만 받아도 국민연금 등 LP로부터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집니다.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이자 운용자산(AUM)만 300억 달러가 넘는 MBK가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5억 원을 빌릴 만큼 절친이자 최측근인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은 오래전부터 사모펀드와 MBK에 대해 매우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그는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지난해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과도한 구조조정과 연이은 폐점으로 노동자와 서민들의 삶에 큰 고통을 주는 대표적인 악덕 투기자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이던 2021년에는 “MBK 같은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해 회사를 구조조정한 다음 ‘먹튀’하는 게 전형적인 양상인데 왜 이런 먹튀 업체들에 국민연금이 자금을 지원하느냐”며 따진 바 있습니다.

‘사모펀드 먹튀론’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Lone Star)가 외환위기 때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자산 매각과 배당 등으로 천문학적 차익을 챙긴 뒤 한국을 떠나면서 공인된 용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후 MBK뿐 아니라 국내 사모펀드를 대표하는 한앤컴퍼니, IMM PE 등의 M&A와 엑시트(Exit) 과정에서도 먹튀라는 꼬리표가 자주 따라붙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모펀드가 먹튀는 아닙니다. 오히려 대다수 펀드는 장기적 투자와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 기업 구조조정, 혁신기업 성장 지원 등에 크게 기여합니다. MBK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국내 사모펀드는 경영권 확보 후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지분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이른바 ‘바이아웃 펀드’입니다.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구조조정이나 점포 및 조직 통폐합은 불가피합니다. 이런 자연스러운 과정을 먹튀라고 비난하는 것은 사모펀드 산업에 대한 이해와 상식 부족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먹튀 업체들에 국민연금 왜 투자하냐고

100년, 200년의 ‘지속가능 기업’을 꿈꾸는 일반 기업들과 달리 사모펀드는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인수합병(M&A)을 한 다음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여 길어야 10년 이내에 해당 기업을 더 좋은 가격으로 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또 일반 기업은 부실화되거나 쓰러지면 오너나 대주주가 거의 무한 책임을 지지만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은 다릅니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할 경우 피인수 기업의 주인은 사모펀드가 아니라 다수의 투자자(LP)들입니다. 사모펀드(GP)는 투자자들을 대신해 기업을 관리하고 수익성을 높인 다음 매각해 수수료를 받을 뿐입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사모펀드와 MBK에 대한 비판과 징계를 말하기 전에 이런 근본 차이부터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 사정 당국이 총동원돼 들여다보고 있는 MBK와 홈플러스 사태의 핵심 문제는 ‘먹튀’가 아닙니다. 사기 혐의나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국민연금의 손실도 본질은 아닙니다. MBK의 가장 큰 잘못은 쿠팡, 네이버 같은 기업이 유통시장을 장악하는 ‘이커머스 시대’의 도래를 읽지 못한 데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MBK는 물론 국내 유통산업의 전통 강자인 롯데나 신세계조차 유통산업의 급격한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으니 MBK만 탓할 일은 아닙니다.

금감원은 기업 회생 신청 전에 전단채(ABSTB)를 발행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며 홈플러스의 사기 혐의를 의심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ABSTB 발행의 1차 책임은 홈플러스가 아니라 신영증권에 있습니다. 신영증권은 2022년 8월부터 홈플러스 전단채와 기업어음 발행 등을 주관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했고, 누적 발행 규모만 3조 원에 육박합니다. 신영증권은 이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거뒀습니다. 그런데도 신영증권은 적반하장격으로 홈플러스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홈플러스 카드 대금을 기초로 발행된 채권 불완전판매 문제의 1차 책임은 신영증권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모든 것을 MBK와 홈플러스 탓으로 돌리는 것은 그야말로 ‘마녀사냥’입니다. 금감원만큼은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합니다.

채권 불완전판매까지 MBK 탓…“마녀사냥”

6000억 원 규모의 RCPS(상환전환우선주) 상환권을 국민연금 동의 없이 한국리테일투자라는 페이퍼컴퍼니에서 홈플러스로 옮겨 국민연금이 손실을 입게 됐다는 주장도 금감원이 잘못 알거나 오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10년 전 당시로 돌아가면 MBK는 두 개의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했습니다. 첫 번째는 국민연금과 한국리테일투자 사이에서 발행된 우선주이고, 두 번째는 한국리테일투자와 홈플러스 간의 우선주입니다. 지난 2월 소유권이 변경된 우선주는 두 번째 것이며,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국민연금과는 무관합니다. 국민연금이 특별히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닙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철저한 검사를 통해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가 드러나겠지만 ‘국민연금은 국민의 돈이니까 한 푼도 떼일 수 없다’는 논리는 매우 위험합니다. 모든 투자는 리스크가 따르고, 손실은 때로 불가피합니다. 그런데도 손실을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조폭 논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국민연금 같은 공적 기금이 MBK 같은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특히 국민연금이 사모펀드 투자에서 손실을 입는 것은 질색하는 성향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그는 과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 활동 당시 “인수 후 구조조정과 매각을 반복하는 업체에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것은 ESG 원칙에도 맞지 않고 국민에 대한 배임행위”라고까지 말했습니다. 그가 지금도 이런 생각을 고수한다면 이는 대단히 비현실적이고 위험한 발상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국민연금은 우리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전 세계 공적 연기금 자산 기준 2위의 기관입니다. 적립금만 해도 1300조 원에 육박합니다.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주식, 채권, 부동산, 대체투자 등 모든 영역에 투자합니다. 국민연금은 해외 사모펀드에도 당연히 자금 운용을 위탁합니다. 턱없이 부족한 가입자들의 노후를 책임지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 극대화와 자산운용 효율화입니다. 그런데 국내 사모펀드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실세인 금감원장의 이런 경고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국민연금은 올 들어 아직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를 대상으로 한 위탁사 선정 공고조차 내지 않은 상태입니다.

금감원 등 사정 당국 입장에서는 홈플러스를 인수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MBK와 사모펀드를 응징하는 것이 중요할지 모르지만 지금 당장 더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홈플러스의 새 주인을 찾는 일입니다.

국내 3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는 직접 고용 인원만 2만 명에 육박하고 입점 중소상인과 납품업체,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10만 명의 생계가 달려 있습니다. 삼일회계법인 실사 결과 청산가치가 계속기업 가치보다 1조 원 이상 많았는데도 법원이 새 주인을 찾도록 허용한 것은 청산에 따른 사회·경제적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MBK는 빠른 M&A를 위해 자신들이 보유한 2조5000억 원의 지분을 포기하기까지 했지만 아직 확실한 원매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법원은 다시 한번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11월 10일까지 연기했습니다. 여기에 여당인 민주당은 ‘MBK·홈플러스 사태 해결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습니다.

이복현 전 원장 전철 밟지 말기를

이런 상황에서 지난 19일 MBK 김병주 회장은 진행 중인 홈플러스 매각 협상을 11월 10일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만큼 그때까지는 당초 폐점 예정이던 15개 점포를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여당에 밝혔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대기업들의 홈플러스에 대한 물품 공급 등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MBK·홈플러스 사태 해결에서도 우선은 10만 명 근로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11월 초까지 새 주인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MBK와 사모펀드에 대한 징계와 규제는 그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명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이복현 전임 원장처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검찰에서 경제 및 금융 관련 수사를 해봤다고 금융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게 큰 착각이듯이, 참여연대와 국민연금에서 일해 봤다고 금융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히 큰 착각입니다.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이복현 전 원장을 반면교사로 삼아 ‘선무당 사람 잡는 일’은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제 ‘경제정의’만 생각하면 되는 시민단체의 수장이 아니라 금융산업의 장기적 성장과 발전을 고민해야 하는 금융감독당국의 수장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거듭 이복현 전 원장의 전철을 밟지 말기를 바랍니다.

박종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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