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은행이 최초로 한국의 GNI를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1962년으로 당시 한국은 120달러로 가나, 가봉, 콩고 등 아프리카 국가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한국인들은 먹을 것을 저장한다거나 보관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먹을거리가 생기는 대로 뱃속에 저장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1960년대 평균 밥그릇 크기는 약 600ml로 상당히 큰 편에 속했는데 경제 발전과 더불어 육류 섭취가 늘며 2000년대에는 290ml로 절반 이상 감소했죠.
밥그릇이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밥 이외에 다른 먹거리가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60년 전 120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은 2022년 기준 35,990달러로 무려 약 300배 증가했는데 이를 직관적으로 풀면 1962년 대비 2022년 한국인들은 300배 잘 사는 겁니다. 5,990원에 불과하던 1963년에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012년 기준 502만 원으로 50년 만에 1,000배가 증가했고 2022년 4인 도시 근로자 기준 709만 원을 기록했죠.

삶의 질도 높아졌습니다. 물론 자동차를 소유했다는 것으로 삶의 질이 높아졌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만 자동차는 비교적 고가품으로 대표적인 내구재입니다.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을 갖춰야 자동차를 소유하기 마련이죠. 통계집계를 시작한 1966년 5만 대에 불과했던 자동차 등록대 수는 2022년 기준 2,550만 대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인 2명 중 1명은 자동차를 소유한 셈이죠.
그렇다면 한국의 전통적인 먹거리 수출규모는 어떨까요? 1억 달러라는 상징적인 수치에 도달하기 위해 1964년에는 307일이 소요됐습니다. 2022년 기준 하루 약 19억 달러를 수출했으니 1억 달러 수출에 고작 1시간 조금 더 걸릴 뿐입니다. 전체 수출액 역시 1961년 4,09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2022년 기준 6,900억 달러로 세계 6위로 발돋움했으며 한국보다 앞선 곳은 중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국 다음으로는 이탈리아, 벨기에, 홍콩, 프랑스가 있는데 수출 증가율은 제조업 경쟁국으로 꼽히는 독일, 일본, 이탈리아보다도 높죠.

이렇듯 수치로 살펴본 한국의 경제 발전은 괜히 기적이라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불과 70년 전 전 국토가 폐허가 됐던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도저히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죠. 위 수출액 순위 바로 앞에는 일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만 조만간 한국이 일본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보통 한국인들은 가위바위보도 일본에게 져서는 안 된다며 승부욕을 불태웁니다. 그런 이유였을까요?
지난 70년간 한국은 일본과 경제력 격차를 빠르게 좁혀왔는데 1970년 기준 일본의 GDP는 한국보다 23배 높았습니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이 추격하기 시작하더니 2022년 IMF 기준 일본은 4조 2,335억 달러, 한국은 1조 6,652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여전히 3배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일본은 한국보다 약 20년 앞서 제조업 분야로 진출했기 때문에 시장 선점효과를 충분히 누렸습니다. 다만 한국의 기업들은 일본이 장악한 탄탄한 제조업 분야에 조금씩 균열을 발생시키더니 지금은 상당한 분야에서 일본을 앞지는 상태이기도 하죠.

한 국가의 경제력을 측정하는 GDP는 여러 기준으로 변환이 가능한데 가령 국가별로 다른 물가 수준을 감안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구매력 기준 1인당 GDP입니다. 이는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파악 할 때 유용하게 인용되는데 OECD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 PPP 기준 1인당 GDP는 4만 1,001달러 일본은 40,827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1인당 GDP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약 반세기만에 한국인이 일본을 처음으로 추월한 것이죠.
조금 쉽게 풀자면 같은 돈을 가진 한국인들이 살 수 있는 것들이 일본인들보다 많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구매력기준 1인당 명목 GDP도 한국이 일본을 앞서게 시작했습니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지난 12월 14일 일본 1인당 명목 GDP가 2022년 대만, 2023년 한국에 추월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노동생산성, 평균노동시간, 취업률, 환율 등으로 고려해 측정한 수치로 재작년만 하더라도 2027년 한국에 추월당할 것이라고 했지만 불과 2년 만에 4년을 앞당겼습니다.

물론 일본이 아직까지 한국보다 여러 면에서 좋은 수치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이 가랑비에 속옷 젖듯 일본을 추월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은 없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일본에 전해지면서 일본 내에서 상당한 논란이 촉발됐습니다. 한때는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이 이제 개발도상국에 불과하던 한국에 따라잡혔다는 것이 상당히 불편했을 겁니다. 실제로 몇 년 전 하라다 유타카 일본 나고야대 교수는 온라인에 '왜 일본은 한국보다 가난해졌는가?'라는 기고문을 게재하자 일본 우익들은 한국과의 비교 자체가 불쾌하다거나 이와 같은 비교는 의미가 없다며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라다 교수는 기고문에서 개인의 실질생활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풍요로움의 상징은 PPP 기준 1인당 GDP인데 일본은 풍요로움의 지표에서 한국보다 가난해진 상태라며 선진국 중 일본의 생산성이 낮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생산성이 낮다는 것은 실질소득이 낮다는 의미이며 다시 말해 가난하다는 말이라고 적나라하게 일본을 깎아내렸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은 단 한 번도 미국을 추월해본 적 없으며 추월은커녕 추월당하는 일본에 필요한 것은 일본이 뒤처지고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다른 나라를 배우는 것이 아닐까라며 글을 마쳤습니다. 조만간 한국이 모든 지표에서 일본을 뛰어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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