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연상호의 귀환…지성을 가진 좀비가 달려온다

한 회의 참석자를 시작으로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의문의 감염체가 순식간에 확산된다. 건물은 봉쇄됐고, 생존자들은 스스로 좀비 무리를 뚫고 탈출해야만 한다. 그런데 무지성인 줄 알았던 좀비들이 하나둘 각성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좀비물을 시도한 영화 ‘군체’가 21일 국내 개봉한다. ‘부산행’(2016년)과 ‘반도’(2020년) 등을 통해 K좀비 신드롬을 일으켰던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지난 10년간 국내에서도 좀비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꽤나 흔해진 소재라 색다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연 감독은 20일 간담회에서 “제가 만든 영화 중 처음으로 좀비가 주인공인 작품”이라고 자부했다.
● 점점 진화하는 좀비들
감독의 자신감대로 ‘군체’ 속 좀비들은 다르다. 전작들이 고전적인 좀비에 충실했다면, 이번에는 좀비들끼리 ‘소통’을 한다. 이들은 서로 연결돼 집단으로 움직이며, 실시간으로 감각과 정보를 공유하며 끊임없이 진화한다. 일례로 극 초반부만 해도 좀비들은 마네킹으로도 유인할 수 있지만, 이내 인간을 구별해내는 지능을 갖게 된다. 이처럼 좀비에게 ‘예측불허’라는 특성을 부여함으로써, ‘군체’의 좀비는 기존과 다른 보폭의 속도감으로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연 감독이 좀비 세계관을 확장하려고 노력한 흔적은 비주얼로도 드러난다. 살벌하게 분장한 좀비들이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광경은 상당히 기괴하다. 또 일종의 네트워크 망 역할을 하는 끈적한 점액질과, 한 몸인 것처럼 뭉쳐 다니는 좀비들도 전작과 차별화된다. 종전엔 브레이크 댄서나 스턴트맨들과 좀비 액션 작업을 했다면, 이번엔 군무처럼 보이기 위해 현대무용가 20명의 도움을 받아 동작을 만들었다고 한다.
‘군체’는 앞서 제79회 칸 국제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아 16일(현지시간) 현지에서 먼저 공개됐다. 당시 관객석에선 7분가량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연 감독은 ‘부산행’, ‘반도’에 이어 좀비 영화로만 세 번째 칸의 부름을 받았다.
● 전지현과 구교환의 힘

하지만 뻔한 스토리텔링에도 작품의 오락적 재미를 이끄는 건 배우들이다. ‘암살’(2015년)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전지현은 극의 무게중심을 잡는 기둥이다. 그가 맡은 세정 역은 생명공학과 교수로, 좀비들의 진화 형태를 파악하며 생존자들을 진두지휘한다. 이른바 ‘지능캐’라 “일부러 액션을 절제했다”고 하지만, 그는 작은 액션만으로도 시선을 붙잡는 힘이 있다.
전 배우와 비견되는 또 다른 키맨은 배우 구교환이다. 구 배우가 연기한 서영철은 좀비 감염체를 만들어낸 매드 사이언티스트. 시작부터 끝까지 원톱 빌런으로 활약하면서, 다소 뜬금없는 서영철의 목적성을 연기력으로 설득시킨다. 연 감독은 서영철과 그의 지시 아래 움직이는 좀비 무리를 통해 급격히 발전하는 인공지능(AI)으로 인해 개인의 개별성이 사라지는 세상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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