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5만원대 늪에서 '허우적'...HBM 소외에 칩스법 불확실성 '첩첩산중'
한때 10만원 바라봤는데 또 신저가
장장 33거래일 팔던 외국인 다시 순매도 랠리
주식시장 전망 밝지 않아…"기술력 증명 필요"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 대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한 때 10만원 돌파를 기원하는 노래가 들리던 삼성전자였지만 최근 신저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11일 오전 11시 5분 기준 삼성전자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보다 1500원(2.63%) 내린 5만55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는 1년 새 가장 낮은 가격이다.
지난 2021년 1월 기록했던 역대 최고가와 비교하면 약 3년 10개월 사이 43%가량 내린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1월 11일 장중 9만6800원을 기록한 바 있다. 같은 날 종가는 9만1000원으로 종가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삼성전자를 끌어 내리는 세력은 외국인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9월 3일부터 11월 8일까지 단 이틀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팔아치웠다. 외인은 10월 25일까지 장장 33거래일간 12조9339억원어치를 팔았다.
이후 10월 28일과 29일 이틀간 순매수 했지만 모두 합쳐 200억원이 안된다. 이 마저도 10월 30일부터는 다시 매도로 시작했다. 이달 들어 8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이었다. 11일도 순매도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주식시장 전문가들이 꼽는 삼성전자 주가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인공지능(AI)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 경쟁사에 뒤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HBM 밸류체인에서 소외되며 후발 주자가 됐고, 그 결과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HBM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한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삼성전자와 달리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김광진 한화증권 연구원은 "내년 메모리 업황이 둔화돼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 모멘텀이 현저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HBM 시장에서 경쟁사와 격차를 좁히는 것이 중요한데, 낙관적인 판단을 하기에는 일러 보인다"고 평가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I와 관련한 특정 수요만 좋고, 그 외 IT 수요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매출 기여도가 낮은 메모리와 같은 성숙 공정 캐파는 오히려 원가에 부담"이라며 "달라진 시장 상황에서는 다른 방법론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되면서 반도체 섹터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큰 악재로 평가받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칩스법과 같은 직접 보조금보다 관세가 반도체 산업 진흥에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트럼프의 입장대로라면 당초 한국기업들에게 약속한 혜택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
2022년 제정된 반도체법(칩스법)에 따르면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 달러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를 지원하게 돼 있다.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와 TSMC 등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공장을 짓고, 그 대가로 보조금을 받기로 했는데, 아직 구속력 있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반도체 관련 업계에는 트럼프가 중국 견제를 위해 기조를 바꾸면 한국 반도체에도 기회가 올 것이라는 시각도 일부 있지만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삼성전자의 올해 주가 부진은 HBM을 엔비디아로 공급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크지만 근본적으로 제품 품질 관련 이슈가 전 제품에 걸쳐서 제기된 영향...이와 관련된 문제가 내년에 해결될 수 있을지 아직 확신할 수는 없는 구간"
-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 -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질서가 온다고 하더라도 결국 반도체에서는 무엇보다 기술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기회를 되찾기 위해서는 결국 기술력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