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지리산의 봉우리에는 차가운 하얀 잔설이 내려앉아 있지만, 그 아래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는 어느새 따뜻한 봄이 고요히 내려와 있습니다.
남쪽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 산수유가 노란빛으로 산과 들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성삼재와 차일봉, 반야봉, 만복대가 위엄 있게 지켜보는 지리산 자락 아래, 구례 산동면의 마을들에는 지금도 따스한 햇살과 함께 수천 그루 산수유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구례는 전국 산수유나무의 70%가 자생하는 국내 최대의 산수유 군락지입니다.
꽃 피는 3월이면 전국에서 약 100만 명의 나들이객이 구례를 찾아 산수유가 만들어낸 봄 풍경에 감탄을 자아냅니다.
그 중 산동면 산수유 마을은 구례 산수유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산과 마을, 개울가, 집 담벼락까지 온통 산수유로 뒤덮인 특별한 마을입니다.
이곳에는 총 5개 코스, 12.4km로 구성된 ‘산수유 길’이 이어져 있습니다. 그중 1코스는 서시천을 따라 산수유꽃과 봄빛이 흐드러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3.6km 거리의 대표적인 코스입니다.

중간중간 마련된 데크길과 전망대, ‘산수유 사랑공원’, ‘지리산나들이 장터’ 등 다양한 포인트가 걷는 즐거움을 더해 줍니다.
1-1코스 ‘꽃담길’은 산수유 사랑공원과 산수유 문화관, 반곡마을을 잇는 길로, 꽃과 정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언덕 위에 조성된 사랑공원에서는 마을 전체를 내려다보며, 수놓은 듯 펼쳐진 산수유꽃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인생샷 명소로 손꼽힙니다.

구례군은 전체 면적의 70% 이상이 산지인 까닭에 예로부터 경작지가 부족한 대신 산수유를 약용 작물로 재배하며 생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맨손으로 돌을 골라낸 자리에 나무를 심고, 그 돌로는 담을 쌓아 뿌리를 지키고 바람을 막았습니다.
이러한 삶의 흔적은 2014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3호로 지정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산수유는 한때 ‘대학 나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몇 그루만 있으면 자녀를 대학까지 보낼 수 있을 만큼 소득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구례의 봄은 산수유로 시작되지만, 그 뒤를 이어 벚꽃이 섬진강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납니다.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섬진강과 서시천 일대를 따라 펼쳐지는 300리 벚꽃 길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장관입니다.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벚꽃 라이딩 코스 약 50km 구간도 있어 활동적인 여행객들에게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구례의 봄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불교적 깨달음을 상징하는 화엄사의 홍매화가 3월이면 붉게 피어나며 또 다른 봄의 전령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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