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만회 위한 무리한 수주 지적…작년 산재 부상자 273명, 현장 안전 흔들

건설업계의 ‘안전 모범생’으로 평가받던 삼성물산 건설현장에서 최근 근로자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중대재해 ‘0건’을 기록하며 업계에서 안전 선도기업으로 평가받았으나 올해 하반기에만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무리한 수주가 안전관리 부실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시공을 맡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641 PSM타워 신축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 1명이 굴착기에 끼여 사망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즉시 작업중지 등 조치를 취하고 현장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사고원인 조사와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삼성물산 건설부문 시공 현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2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4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배관 작업 중이던 하청업체 소속 50대 여성 근로자가 8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삼성물산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관계자 2명 등 총 3명이 형사 입건됐다.
하반기에만 두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중대재해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건설사 CEO 간담회에서 “삼성물산은 제안자 인센티브제, 하청사 손실 보상제 등으로 노동자의 위험 개선 요구가 즉시 반영되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다”고 호평한 바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가 없었다는 사실이 곧 무사고였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물산 건설현장 산업재해 부상자는 273명으로 상위 20위 건설사들 중 가장 많았다. 산업재해 중 사망이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이 발생할 경우 중대재해로 분류된다.
위험요소가 즐비한 건설현장에서 산업재해와 중대재해는 한 끗 차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발을 헛딛어서 골절되면 산업재해 부상이고 자칫 떨어져서 사망하면 중대재해다”며 “부상자가 많다는 것은 잠재적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중대사고 ZERO’를 목표로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장 안전강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또 CCTV 모니터링을 확대하고 가설 안전난간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안전관리 제도를 강화해왔다. 그럼에도 연이은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시스템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사고 배경에 무리한 수주 경쟁이 지목 받고 있다. 최근 하락하는 실적 회복을 위해 공정 속도를 높이면서 안전관리가 뒷전으로 밀려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문 매출액은 약 3조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100억원으로 52.9% 줄어들었다. 반면 지난해 대비 수주 계약은 증가했다. 지난해 8월 기준 삼성물산 건설계약 수주현황은 총 78곳이다. 올해는 85개로 전년 대비 7곳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대형 건설사들 사이에서 중대재해는 최대 경영 리스크로 부상했다. 이 대통령은 반복적인 중대재해 발생 시 입찰자격 박탈, 금융 제재, 과징금 부과 등 강도 높은 처벌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대형 건설사 중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없다”며 “산업재해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 시스템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사고가 없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실적 악화로 경영환경이 불안정할수록 속도를 내기보다 기본을 강화해야 대형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며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다”며 “안전관리 및 사고 수습에 만전을 다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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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조승열 르데스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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